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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주성범(遵主聖範 )중에서

 

3편 내적 위로에 대하여

 

1장 충실한 영혼에게 이르시는 그리스도의 내적 말씀

 

1. "나는 듣나니, 야훼께서 무슨 말씀 하셨는가?"(시편 85,8). 주께서 안으로 말씀하시는 바를 듣고 주님의 입으로부터 위로의 말씀을 받는 영혼은 복되다. 하느님의 말씀의 비결을 알아 이 세상이 소곤거리는 소리에 기울이지 않는 귀는 복되다. 밖에서 들리는 소리에 상관치 않고 안에서 가르쳐 주는 진리에 주의를 모아듣는 귀는 복되다. 밖에 있는 물건에는 뜨지 않고 안의 사정만을 살펴보는 눈은 복되다. 안의 사정을 통달하여 보고, 매일 수업으로 더욱 천상의 신비를 알려 힘쓰는 이는 복되다. 하느님과 상종하기만 좋아하고 세속의 모든 거리끼는 것을 다 없애려 하는 이는 복되다.

 

2. 내 영혼아. 너는 이 세상을 멀리하고 네 육정의 문을 잠자라. 이는 네 안에서 말씀하시는 네 주 하느님의 말씀을 들을 수 있기 위함이다. 사랑하시는 분의 말씀이 "나 너를 살리리라.(시편 35,3). 나는 네 평화요, 나는 네 생명이다. 내게 너를 온전히 맡겨라. 그러면 평화를 얻으리라. 잠세의 지나가는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영원한 것을 구하라. 잠세의 모든 것은 유혹이 아니고 무엇이며 조물주께 버림을 받는다면 모든 조물이 네게 무슨 소용이 있으랴? 그러므로 세상만사를 뒤로 제쳐놓고 조물주를 충실히 섬겨 그의 뜻에 맞춰라. 이에 참된 복을 얻으리라." 하신다.

 

2장 진리는 요란한 음성이 없이 마음속에서 말씀하심

 

1. 제자의 말: "야훼여 말씀하십시오. 종이 듣고 있습니다"(1사무 3,10). " 이 몸은 당신의 종이오니 나를 깨우쳐 주소서. 당신의 언약을 알아차리리이다"(시편 119, 125). 주의 말씀에 내 마음을 기울여 주시고 주의 말씀을 이슬과 같이 내리소서. 전에 이스라엘 자손들은 모세에게 말하기를 "당신이 우리에게 말해 주시오. 잘 듣겠습니다. 하느님께서 직접 우리에게 말씀하신다면 우리는 죽을 것입니다."(출애 20,19)하였사오나, 주여, 나는 이렇게 안하나이다. 이런 기도를 안하나이다. 나는 도리어 사무엘 선지자와 같이 겸손과 열정을 다하여 간구하기를, "야훼여, 말씀하십시오. 종이 듣고 있습니다."(1사무 3,10) 하나이다. 주 하느님이여, 모든 선지자를 감도(마음을 움직여서 이끌다)하시고 비추어 주신 분이시여, 내게는 모세도 말고 어느 선지자도 말고 주님 친히 말씀해 주소서. 주께서는 혼자서라도 그들 없이 나를 완전히 가르쳐 주실 주 있사오나 그들은 주님 없이는 무슨 효험이 있는 말을 들려주지 못하나이다.

 

2. 과연 그들은 소리를 낼 수 있으나 정신은 주지 못하나이다. 그들의 말이 아름답다 하여도 주께서 묵묵하시면 마음을 감동케 못하고, 그들은 오묘한 도리를 말하지만 주께서는 이지를 밝혀 알아듣게 하시나이다. 그들은 계명을 가르쳐 주지만 주께서는 수계하도록 도와주시며, 그들은 길을 가리키나 주께서는 다닐 힘을 주시고, 그들의 활동은 바깥일에 지나지 않지만 주께서는 마음을 지도하시고 비추어 주시며, 그들은 말로 소리를 지르지만 주께서는 말을 들어 이해하게 하시나이다.

 

3. 그러므로 영원한 진리이신 내 주여, 내게는 모세가 아니라 주께서 말씀해 주소서. 혹시 다만 밖에서 훈계를 들어도 안으로는 아무런 감화가 없으면 죽고 아무 결과도 못 볼까 두려워하나이다. 말씀을 듣고도 행치 않고 알고도 사랑치 않고, 믿고도 준행치 않아 엄한 심판을 당할까 두려워하나이다. 그러므로 "주님, 주님께서 영원한 생명을 주는 말씀을 가지셨는데 우리가 주님을 두고 누구를 찾아가겠습니까?"(요한 6,68). 주여, 내게 말씀하소서. 내 영혼에는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 나의 모든 생활을 고치고 주의 찬미와 영광과 끝없는 존경을 이루기 위하여 주여, 내게 말씀하소서.

 

 

3장 하느님의 말씀은 겸손을 다하여 들을 것인데 많은 사람들이 그 말씀을 중히 여기지 아니함

 

1. 주의 말씀: 아들아, 내 말을 들어라. 자애가 넘치는 말이요, 모든 철학자와 이 세상의 모든 지혜로운 자들의 학문을 멀리 초월하는 말이다. "내가 너희에게 한 말은 영적인 것이며 생명이다"(요한 6,63). 그러니 사람이 주견대로 헤아릴 바가 아니다. 내 말은 무슨 헛된 만족을 위하여 들을 것이 아니요, 잠잠히 들을 것이며 겸손을 다하고 애정을 다하여 받을 것이다.

 

2. 제자의 말: "야훼여, 당신의 교훈을 받아 당신의 법을 배우는 사람은 복됩니다(시편 94,12). 그리고 당신께 당신의 법률을 배워 재앙의 날에 그 괴로움이 감소되어 세상의 버린 자 되지 않는 사람은 복되도소이다." 라고 나는 말하였나이다.

 

3. 주의 말씀: 시초부터 내가 선지자를 가르쳤고 또 지금까지 모든 사람에게 끊임없이 말한다. 그러나 내 말을 듣지 못하는 귀머거리가 많고 고집하여 내 말을 안 받아들이는 사람이 많다. 하느님의 말씀을 듣는 사람보다 세속의 말을 좇는 사람이 더 많고 하느님의 성의(聖意)를 따르는 사람보다 자기 육체의 욕망을 쉽게 좇는 사람이 많다. 세속은 잠시 있다가 없어지는 미소한 것을 허락하건만 사람들은 욕심을 부려 섬기고, 나는 말할 수 없이 크고 영원한 것을 허락하건만 죽을 인생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는다. 누가 나를 섬기는 데 있어 세속과 그 권력자들을 섬기는 그만한 정성으로 모든 일에 나를 섬기며 그만큼 나의 명을 지키는가? "시돈아, 부끄러운 줄이나 알아라."(이사 23,4)하고 말한다. 그 까닭을 알려거든 들어라. 변변치 않은 이익을 구하러 먼 길을 가면서 영원한 생명을 위하여는 많은 사람들이 한 발자국을 땅에서 떼어 놓지 않는다. 천한 보수(報酬)를 찾으며, 어떤 때는 돈 한 푼을 가지고 추하게 싸우며, 헛된 일을 뜻하고, 변변치 않은 희망을 가지고 밤낮 수고하기를 어려워하지 않는다.

 

4. 그러나 부끄럽다. 비할 데 없는 행복을 위하여, 한없는 상급을 위하여, 위로 없는 영예(榮譽)와 끝없는 영광을 위하여 조금 수고하기를 어려워하는구나! 그러므로 게으르고 원망이 잦은 종아, 네가 생명을 얻으려고 힘쓰는 것보다. 저들이 죽음의 길을 가려고 힘쓰는 것이 더 대단한 것을 생각하고 부끄러워하라. 네가 진리를 얻고 즐거워하는 것보다 저들은 헛된 일을 얻고서 더 즐거워하니 너는 부끄러워하라. 사실 저들의 희망은 자주 허무로 돌아가지만, 나의 약속은 아무에게도 헛되이 되는 일이 없고, 네게 의탁하는 사람을 빈손으로 떠나게 하는 적이 없다. 내가 허락한 바는 줄 것이요, 내가 말한 바는 지킬 것이다. 그렇지만 나를 사랑하는 데 끝까지 충실한 사람에 한하여 그렇다. 나는 모든 착한 사람에게 갚아주고, 모든 신심 있는 사람들을 몹시 시험한다.

 

5. 너는 네 마음에 나의 말을 써 두고 삼가 연구하라. 시험을 당하는 때가 이르면 이 말씀이 네게 필요할 것이다. 네가 읽어도 알아듣지 못하는 것이 있으면 내가 너를 찾을 때에 네가 깨달으리라. 내게는 간선한 사람들을 찾는 법이 두 가지 있으니, 즉 시련과 위로다. 또 날마다 저들에게 두 가지 강화를 하니, 하나는 그들의 악한 습관을 책망하는 강화요, 하나는 덕행을 더하기 위한 권유(勸誘)의 강화다. 내 말을 듣고도 그 말을 가벼이 보는 사람은 끝 날에 이를 심판할 이가 있으리라.

6. 제자의 말(신심을 구하는 기도): 내 주 하느님이여, 주님은 나의 모든 행복이로소이다. 나는 누구인데 감히 주님 대전에 말씀을 드리나이까? 나는 극히 가난하고 변변치 못한 종이오며 천한 벌레로소이다. 나는 내가 알고 내가 말하는 것보다 더 불쌍하고 더 천한 자로소이다. 그러나 주여, 나는 아무 것도 아니고, 아무 것도 가지지 않았사오며, 아무 것도 행하지 못함을 생각해 주소서. 주님은 홀로 선하시고 의로우시고 거룩하시나이다. 주님은 무엇이든지 하실 수 있고 무엇이든지 주시며 모든 것을 채워 주시고 다만 죄인을 빈손으로 버려 주시나이다. 주님은 당신이 친히 만드신 것이 비어 쓸데없는 것이 되기를 원치 않으시니 "주의 자비를 기억하시고"(시편 25,6) 은총을 내려 내 마음을 채우소서.

 

7. 이처럼 가련한 생활에서 주님이 불쌍히 여기시는 덕을 입지 않고 은총의 도움을 입지 않는다면 어떻게 내가 나아갈 수 있으리이까? 주의 얼굴을 내게서 돌이키지 마시고 나를 찾아 주시는 때를 너무 오래 미루지 말아 주시고 위로 없이 나를 버려 두지 마소서. "내 영혼, 마른 땅처럼"(시편143,6)될까 두려워하나이다. 주여,"당신 뜻대로 사는 법 가르쳐 주시고"(시편 144,10), 당신 대전에 타당히 또는 겸손되이 사는 법을 가르쳐 주소서. 내 지혜는 곧 주님이시나이다. 주께서 나를 틀림없이 진실히 아시고, 세상이 있기 전에도 나를 아셨으며, 내가 나기 전에도 나를 아셨던 까닭이로소이다.

 

 

4장 진실하고 겸손하게 하느님 대전에서 행할 것

 

1. 주의 말씀: 아들아, 진실하게 내 앞에서 거닐고, 순진한 마음을 가지고 내 앞에서 행하는 사람은 아무런 공격에도 염려 없을 것이요, 악인들이 유인하고 비방한다 할지라도 진리가 그를 구원해 줄 것이다. 진리가 너를 구하여 준다면 너는 참으로 자유스러울 것이요, 사람들이 말하는 헛된 소리를 상관치도 않을 것이다.

 

2. 제자의 말: 주여, 당신의 말씀이 옳사옵니다. 내게도 이렇게 되기를 비나이다. 주의 진리가 나를 가르치고 나를 지켜 주고 행복스러운 끝까지 나를 보호하시기를 비나이다. 진리가 악한 모든 정과 절제 없는 모든 사랑을 네게서 없애준다면 나는 마음의 큰 자유를 누리면서 주님과 함께 길을 다니리이다.

 

3. 주의 말씀: 나는 네게 무엇이 바른 길이요, 무엇이 내게 맞는 것인지 가르쳐 주겠다. 너는 네 죄를 생각하고 그 잘못됨을 깨닫고 극히 슬퍼하라. 그리고 무슨 좋은 일을 한 것이 있다 해도 그것을 가지고 네가 도무지 무엇인 체 생각지 말아라. 너는 과연 죄인이니 많은 사욕이 있고 많은 사욕에 잡힌 사람이다. 너로서는 항상 허무한 데로 기울어지고 쉽게 떨어지며, 쉽게 번민하며, 쉽게 실망한다. 너는 스스로 영광을 삼을 만한 것이 하나도 없다. 도리어 너를 천히 보게 될 자료만 많으니 네가 너 자신을 생각하는 것보다 너는 더 연약한 사람이다.

 

4. 그러므로 네가 행하는 모든 일에 훌륭한 것이 있다 생각지 말아라. 영원한 것이 아니면 큰 것도 없고, 기묘한 것도 없고, 무슨 가치를 줄 만한 것도 없는 줄로 생각하라. 또 고상한 것도 없고 참으로 찬미할 만한 것이나 부러울 것이 없는 줄로 생각하라. 네가 모든 것을 제쳐놓고 사랑할 것은 다만 영원한 진리요, 네가 항상 불만히 생각할 것은 너의 말 할 수 없이 천한 처지다. 네 악습과 죄악보다 더 두려워할 것이 없고 더 책망할 것이 없고 더 피할 것이 없는 줄로 생각하라. 그리고 세상에는 어떠한 손해를 보더라도 그만큼 원통히 여길 것이 없는 줄로 생각하라. 어떤 사람들은 진실한 마음이 없이 내 앞에 드나드니, 자신의 일과 자기 구령에 대한 일은 소홀히 하면서 어떠한 호기심과 교오한 마음으로 나의 비밀을 알려 하고, 하느님의 고상한 사정을 알아들으려 한다. 나는 그들이 하는 일에 반대한다. 그러므로 제 교오와 호기심으로 인하여 자주 큰 시련을 당하고 큰 죄에 떨어진다.

 

5. 너는 하느님의 심판을 두려워하고 전능하신 분의 분노를 무서워하라. 지존하신 분의 일을 변론하지 말고 네 죄악을 두루 살펴 얼마나 크게 범죄하고, 행할 수 있는 신공을 얼마나 경홀히 여겼는지 헤아려 보라. 어떤 사람은 책을 가지는 데 신심이 있는 줄로 생각하고, 어떤 사람은 무슨 상본이나 무슨 표나 겉모양에 신심이 있는 줄로 안다. 어떤 사람은 입으로는 나를 모신다 하나 그 마음에는 내게 대한 생각이 별로 없다. 어떤 사람은 그 지력에 광명을 받고 정서(情緖)가 정돈되어 항상 영원한 데로 이끌리고 세속의 것을 거북하게 여기며 자연의 필요한 요구라도 간신히 돌아본다. 이런 사람은 진리의 신이 그 안에서 말씀하시는 것을 잘 깨닫는다. 성령은 세상의 것을 천히 보고 천상의 것은 사랑하라 가르치고, 세상은 소홀히 보고 천국의 주야로 사모하라 가르친다.

 

 

5장 천상적 사랑의 기묘한 효과

 

1. 제자의 말: 하늘에 계신 성부여, 내 주 예수 그리스도의 아버지여, 가난한 나를 생각해 주시니 당신을 찬송하나이다. "인자하신 아버지시며 모든 위로의 근원이 되시는 하느님으로서(2고린 1,3) 부당한 죄인인 나를 여러 가지로 위로해 주시고 어떤 때에 친히 위로해 주시니 감사하나이다. 당신 독생 성자와 안위하시는 성령과 더불어 세세(世世)에 당신을 찬미하고 끝없이 당신의 영광을 노래하리이다. ! 주 하느님이여, 나를 사랑하시는 거룩하신 분이여, 당신이 내 마음에 이르시게 되면 나의 모든 내장(內臟)은 즐겨 뛰리이다. "주님은 나의 영광, 내 마음의 기쁨, 나의 희망, 어려움을 당할 적마다 나의 피난처"(시편 3,3; 119,111; 59,16)로소이다.

 

2. 그러나 나는 아직도 사랑에 연약한 자요, 덕행이 변변치 못한 자이오니, 주의 격려를 받고 주의 위로를 받을 필요를 느끼나이다. 그러므로 나를 자주 찾아 주시고 거룩한 훈계로써 나를 지도해 주소서. 악한 사욕에서 나를 구해 주시고 내 마음의 모든 절제 없는 정을 없애 주소서. 그리하여 내 안의 병을 고치고 나를 조촐케 하시어 사랑할 자격을 얻고, 괴로움 당하는 데 용맹하고, 시작할 일에 항구하게 해 주소서.

 

3. 주의 말씀: 사랑이란 위대한 것이요, 극히 좋은 보배다. 이것만 있으면 모든 짐이 가벼워지고 모든 고르지 않은 것도 고르게 되어 잘 참게 된다. 사랑은 짐을 무게 없이 지게 하고 쓴 것을 달고 맛있게 만든다. 예수의 고귀한 사랑은 위대한 일을 하고 일을 항상 더 완전히 하기를 사모하게 한다. 사랑은 위로 오르려 하고 세상의 무엇에 잡히려 하지 않는다. 사랑은 자유스러우려 하고 세상 일에 도무지 정을 들이지 않는다. 그는 안으로 자기를 살피는 일에 장애가 될까, 세상의 무슨 편익으로 인하여 거리낌을 당할까, 무슨 괴로움을 좀 당한다고 탈락할까 염려한다. 사랑보다 더 유쾌한 것이 없고 더 힘 있는 것이 없고 더 고상하고 더 관대한 것도 없고 더 재미있고 더 원만한 것도 없고 하늘과 땅에 더 좋은 것도 없으니, 사랑은 하느님께로부터 온 것이요, 조물에는 만족을 누리지 못하고 하느님께만 안정하여 있는 까닭이다.

 

4. 사랑이 있는 자는 날아가고 달음질하고 즐거워하며, 자유스럽고 또 거리낌에 붙잡히지 않는다. 모든 것을 위하여 모든 것을 주고 모든 일에 모든 것을 얻으니 모든 선이 흘러나오는 지존하신 분에게 모든 것을 초월하여 고요히 잠겨 있는 까닭이다. 사랑은 예물의 가치를 초월하여 고요히 잠겨 있는 까닭이다. 사랑은 예물의 가치를 헤아리지 않고 모든 좋은 것을 초월하여 주시는 분을 향한다. 사랑은 가끔 한계(限界)를 모르고 모든 계량을 넘쳐 이루어진다. 사랑은 짐을 져도 무게를 모르고 수고를 헤아리지 않고, 자기 힘에 넘치는 것도 하려 하고, 할 수 없다는 핑계를 안하니 못할 것이 없고, 가하지 않은 것이 없는 줄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이 무슨 일에든지 적당하고, 무슨 의무든지 다 채우고, 사랑이 없는 사람이 기진하여 넘어지는 그러한 일에도 좋은 결과를 낸다.

 

5. 사랑은 깨어 있고, 자면서도 숙면은 안한다. 곤하여도 게으르지 않고 무서운 일을 보아도 요동치 않고, 오직 활활 타오르는 불꽃과 같이 위로 솟아오르며 무사히 지나간다. 누구든지 사랑이 있으면, 이 말이 무슨 뜻인지를 알아들을 것이다. 하느님께 말하기를 "내 주시여, 내 사랑이시여, 당신이 완전히 내 것이요, 내가 완전히 당신의 것"이라고 하는 영혼의 뜨거운 사랑이 하느님의 귀를 크게 올리는 소리이다.

 

6. 제자의 말(하느님의 사랑을 청하는 기도): 내 사랑의 품을 넓혀 주사. 내 마음의 입으로써 사랑에 맛들이고 또 사랑에 녹고 사랑에 목욕하게 하여 주소서. 크나큰 열정과 경이로써 나 자신을 초탈하고 사랑에 잡히게 하여 주소서. 사랑의 노래를 내가 부르면서 나의 사랑하는 주님을 높은 곳까지 따르려 하며, 내 영혼이 주님을 찬미하고 사랑의 노래를 읊음으로써 맞도록 하소서. 나는 주님을 나보다 더 사랑하려 하며, 나 자신은 주님을 위하여만 사랑하려 하고, 주님을 진실히 사랑하는 모든 일을 주님 안에서만 사랑하려 하나이다. 이렇게 함은 주께로부터 발원(發源)하는 계명이 명하는 까닭이로소이다.

 

7. 주의 말씀: 사랑은 신속하고 참다우며, 또 경건하고 쾌활하며, 온화하고 용감하며, 인내성이 있고, 성실하고 지혜로우며, 너그럽고 사내다우며 자기를 찾지 않는다. 누구든지 자기를 찾게 되면 그는 벌써 사랑에서 멀리 떨어지는 사람이다. 사랑은 모든 것을 두루 살피고 겸손하고 정직하며, 또 유익함이 없고, 경솔함이 없고, 헛된 일에 관심하는 바 없고, 담박하고 정결하며 한 번 세운 뜻을 바꾸지 않고, 고요하고, 모든 오관을 다 지킨다. 사랑은 웃어른에게 순명하며 지배를 잘 받고, 자기를 천히 보고 얕보고 하느님께 대하여는 신심 있고 은혜를 갚으려 하고 하느님을 사랑할 것이 안날 지라도 괴로움이 없이는 사랑의 생활을 할 수가 없음을 아는 만큼, 항상 하느님만 믿고 바란다.

 

8. 모든 것을 참아 나갈 준비가 없고, 사랑하는 이의 뜻을 따를 준비가 없다면, 그에게는 사랑하는 사람이라는 이름이 마땅치 않다. 사랑하는 사람은 그 사랑하는 이를 위하여 험하고 어려운 것을 다 달갑게 받아야 되고, 무슨 역경을 당하든지 그를 떠나서는 안 된다.

 

 

6장 사랑하는 이를 시험함

 

1. 주의 말씀: 아들아, 너는 아직도 용감하고 지혜로운 사랑하는 자가 못 되었다.

 

제자의 말: 주여, 왜 그러하옵니까?

 

주의 말씀: 그는 다름 아니라. 네가 조그마한 역경을 당하여도 시작한 바를 그치고 위로를 찾는 데 너무 열중하는 까닭이다. 용감히 사랑하는 사람은 시련을 당하여도 굳게 서 있고 원수에 간교한 꾐에 쉽게 넘어가지 않는다. 순경을 당할 때에 나를 좋아함같이 또 역경을 당할 때에도 나를 싫어하지 않는다.

 

2. 지혜로운 사랑을 하는 사람은, 사랑하는 이가 주는 예물을 헤아리지 않고 그 주는 이의 사랑을 헤아린다. 겉에 드러나는 것보다 그 속의 정을 헤아리며 어떠한 예물이든지 사랑하는 이만 못하게 여긴다. 고상한 사랑을 하는 사람은 예물에 만족치 않고 나에 대한 정이나 내 성인들에 대한 정이 네 뜻대로 느껴지지 못한다고 모든 것에 다 실패한 줄로 생각지 말아라. 현존해 있는 결과요, 천국에 낙을 미리 좀 맛보이지만, 그러한 정은 오다가 가니 그것에 너무 마음을 붙이지 말 것이다. 마음에 악한 정이 일어나는 것을 물리치고 악마의 유인을 경멸하여 물리친다면 이는 덕행이 있고 큰 공로를 세운 증거일 것이다.

 

3. 그러므로 너는 무슨 일에 대해서든지 환상이 난다고 번민하지 말아라. 용감히 세운 뜻을 따르고 하느님께 바른 지향을 두어라. 혹시 갑자기 탈혼 상태에 이를 만큼 나의 위로를 받다가 즉시 네 마음의 본처지로 돌아가 부질없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도 그것은 속은 것이 아니다. 그런 생각은 네가 한다는 것보다 네가 당하는 것이다. 그래서 네가 그런 생각을 합당치 않게 생각하고 없애려 힘쓰는 그만큼 공로가 되는 것이요, 무슨 실패가 아니다.

 

4. 예로부터 원수인 마귀는 전혀 네 마음에서 선에 대한 원을 없애려 힘쓰며 모든 신심적 수업의 정신을 없애려 도모하였다. 즉 성인들을 공경하는 정이나 나의 수난을 기억하는 정성이나 범죄한 것을 원통하게 생각하는 일과 자신의 마음을 지켜 나가는 일과 덕행의 길로 힘차게 나아가려는 뜻을 없애고자 애쓴다. 마귀가 좋지 못한 생각을 많이 일으켜 네 마음에 불안과 염증을 끼치고 기도의 정신을 빼 버리고 성서 읽을 마음을 없애려 한다. 겸손되이 고해 성사를 받는 것을 몹시 싫게 만들고 또 할 수 있으면 영성체를 안하게 한다. 마귀가 자주 네게 올가미를 쳐 속이려 할지라도 그를 믿지 말고 또 그를 상관치도 말아라. 나쁘고 부정한 생각이 들거든 이것을 마귀에게 돌리고 다음과 같이 말하라.... 가련하고 부정한 신아, 가라. 너는 이런 것을 내 귀에 들리게 하니 참으로 퍽 부정하다. 고약한 유인자야, 내게서 물러가라. 내게는 네가 간섭할 것이 도무지 없다. 예수께서 용맹한 전사같이 나와 함께 계실 것이니, 너는 부끄럽게 서 있을 것이다. 너의 말에 동의하는 것보다는 죽기가 원이요, 모든 형벌을 당하기가 원이다. 입을 봉하고 가만히 있어라. 아무리 네가 나를 괴롭게 하여도 다시는 네 말을 안 들을 것이다. "야훼께서 나의 빛, 나의 구원이시니, 내가 누구를 두려워하리오"(시편 27, 3). "내 바위 내 구원자이신 야훼여 내 생각과 내 말이 언제나 당신 마음에 들게 하소서"(시편 19,14).

5. 충성된 군사와 같이 싸워라. 그러다가 혹시 연약한 마음에 떨어지는 때 있더라도 용기를 전보다 배가하고 나의 더 많은 은총에 의지하여 다시 일어나라. 그리고 항상 특히 헛된 자만과 교오한 마음을 주의하라. 이로써 그르치는 사람이 많고 거의 고칠 수 없는 소경이 된 사람이 적지 않다. 이러한 교오한 사람들과 미련하게 자기 힘을 믿어 오던 사람들의 무서운 실패가 네게는 경계가 되어 항상 겸손한 마음을 가지도록 힘써라.

 

 

7장 은총을 겸손으로 감춤

 

1. 주의 말씀: 아들아, 네 신심의 은총을 감추고 그런 은총을 받았다고 자만치 말며 그런 일을 가지고 말을 많이 말며 또 너무 과장하여 훌륭하게 생각지도 말고, 도리어 너 자신을 천히 보고, 네가 그런 은혜를 받은 것이 부당한 줄로 생각하여 두려워하라. 이렇게 하는 것이 네게 더 유익하고 더 완전한 것이다. 네 마음에 느끼는 그러한 감정을 너무 믿지 말아라. 이는 오래지 않아 아주 반대되는 정으로 바뀔 수 있기 때문이다. 은총이 있을 때에는 은총이 없으며 얼마나 불쌍하고 궁하게 되는지 생각해 보라. 네가 은총이 있어 위로를 받는다고 영신적 생활이 진보하는 것이 아니요, 위로 없이 지내게 되는 때라도 겸손과 극기를 다하여 참고 신공범절에 게으르지 않고 보통 행하여 오는 일과를 궐하지 않음에 특히 영혼의 진보가 있다. 네가 아는 대로 네가 할 수 있는 데로 네 힘이 자라는 대로 무엇이나 잘 행하라. 마음이 건조하고 괴롭다고 네 할 일을 소홀히 하지 말아라.

 

2. 많은 이는 자기 하는 일이 잘 되지 않으면 즉시 참지 못하고 혹 게을러진다. 인생 행로는 항상 사람의 권한에 있지는 않다. 다만 하느님께서는 그 거룩하신 뜻대로 주시고 위로하시니, 그 원하시는 때에 그 원하시는 정도로 그 원하시는 사람에게 당신께 합한 대로 하시고 더는 하시지 않는다. 어떤 이는 경솔하기 때문에 신심이 좀 있다고 자기 힘이 부족함을 헤아리지 않고 힘에 넘치는 일을 하다가 실패하였다. 바른 이치를 따르지 않고 다만 마음의 정을 믿었으므로 실패하였다. 또 하느님께서 원하시는 것보다 분수 없이 더 하려다가 급히 은총을 잃었다. 그들은 하늘에 자리를 두었더니 자신이 힘이 없음과 천한 지위를 깨닫게 되었다. 이는 자신의 힘이 없고 궁핍함을 알게 되면 제 날개를 가지고 날지 못할 줄 깨닫게 함이요, 내 깃 밑에 안겨 날아야 된다는 것을 알게 하려 함이다. 아직도 주의 길을 밟는 데 익숙치 못하고 능하지도 못한 사람은 지혜 있는 사람의 의견을 들어 나아가지 않으면 속기 쉽고 상하기가 쉽다.

 

3. 누구든지 다른 사람들의 경험한 바를 다 믿으려 하지 않고 자기 주견만을 따르고자 하면 그 장래가 몹시 위태하리라. 그 생각을 고칠 마음이 끝까지 없다면 그 장래가 몹시 위험하리라. 자기가 스스로 지혜로운 줄 생각하는 사람은 흔히 남의 지도를 겸손되이 받기를 몹시 꺼린다. 지식의 보배를 많이 가졌다고 헛된 자만을 하는 사람보다는, 아는 것은 별로 없어도 마음이 겸손하여 자기를 천히 보는 것이 더 낫다. 네가 무엇을 많이 가져 교오한 마음을 일으키는 것보다는 적게 가지는 것이 낫다. 전에 자기의 궁하던 처지를 생각지 못하고 은총을 잃을까 두려워하는 마음이 없이 지나치게 즐거워하는 것은 지혜롭지 못한 일이다. , 어떠한 역경을 당하든지 어려운 일을 만나게 되면 너무 실망하는 기분이 있어 나를 의뢰하는 마음이 분수없이 줄어들고 나를 믿는 마음이 부족하게 되는데 이것도 역시 덕성스러운 일이라 할 수 없다.

 

4. 평화를 누릴 때 너무 안심하고 있는 사람은 싸움이 일어날 때에는 자주 너무 실망하고 두려워하는 것이다. 네가 항상 겸손하고 너를 미소한 자로 여기며 또 네 생각을 잘 조절하고 지배할 줄을 알 면 그렇게 쉽게 위험을 당할 리가 없고 상처를 받을 리가 없을 것이다. 마음에 열심히 날 때에 신광이 없어지게 되면 어떠할까 하는 일을 생각해 두는 것은 지혜로은 생각이다. 만일 그대로 신광이 없어지게 되더라도 다시 돌아올 때기 있으리라. 그 신광을 잠깐 없게 한 것은 네게는 주의를 일으키기 위함이요, 내게는 영광이 되기 위함에 지니지 않는 줄을 생각하라.

 

5. 네 뜻대로 항상 잘 되어 나가는 것이 유익하지 않고, 자주 이런 시험이 있는 것이 네게 더 유익하다. 무슨 묵시를 받거나 신락이 많거나 성서를 잘 깨닫거나 무슨 높은 지위에 있는 것으로써 공로의 가치를 헤아릴 바 아니요, 참된 겸손에 뿌리를 박고 하느님의 사랑이 가득하며 항상 오로지 하느님의 영광만을 찾고 자기를 아무 것도 아닌 것으로 생각하여 참으로 천히 보며 남한테도 찬사를 듣는 것보다 천대를 받고 변변치 않게 여김을 당하는 것을 좋아하는 것으로써 공로의 가치를 헤아릴 것이다.

 

 

8장 하느님 앞에 자기를 천히 생각함

 

1. 제자의 말: "티끌이나 재만도 못한 주제에 감히 아룁니다"(창세 18,27). 내가 과연 먼지보다 재보다 더 크게 나를 헤아리게 되면 주님은 즉시 나의 이런 생각의 잘못을 밝혀 주시고 그리고 내 죄악도 이 사실의 참된 증거가 되어 나서리니 그러면 나는 반대할 도리가 없겠나이다. 내가 나 자신을 천히 보고 허무한 것같이 보며 또 나를 도무지 위하는 마음이 없고 나를 먼지와 같이 보아야 비로소 주께서 나를 불쌍히 여기시어 은총을 내려 주실 것이요, 내 마음에 광명을 내려 주실 것이옵니다. 그 때는 나를 위하는 생각이 비록 묻혀 버릴 것이옵니다. 그런 지위에 있게 되면 주께서는 내게 현재의 나의 처지가 어떠하며 전에는 어떠하였으며 어떤 처지에서 지금 이렇게 되었다는 것을 가르쳐 주시리니, 즉시 용기를 얻고 새로운 즐거움을 느끼겠나이다. 나는 나 자신의 무게로 끊임없이 아래로 내려가는데도 이렇게 갑자기 올라가게 되고 자애롭게도 주께서 나를 품어 주시는 것은 과연 이상한 일이 아니옵니까?

 

2. 이는 당신 사랑의 작용이오니, 내가 잘한 것이 없어도 나를 찾아 주시는 것이나. 여러 가지 긴급한 사정에 돌보아 주시는 것이나. 큰 위험에서 나를 보호해 주시는 것이나 또 실상 말하자면 그 무수한 재앙에서 나를 구원해 주시는 것은 과연 주님의 사랑이 아니면 무엇이옵니까? 내가 나를 잘못 사랑함으로 나를 잃었더니, 내가 당신 하나만 찾고 당신만 순전히 사랑함으로 나도 얻고 당신도 겸하여 얻었사오며 그 사랑으로 말미암아 나를 더 허무한 것으로 여기게 되었나이다. ! 극히 선하신 분이여, 당신이 내게 하시는 일은 다 나의 공로를 초월하는 것이오며, 당신은 내가 감히 바라지도 못하고 구하지도 못하는 것을 주시나이다.

 

3. 내 주여, 찬미를 받으소서. 나는 무슨 은혜를 받기에 부당하오나 당신은 고상하시고 한없이 착하시므로 은혜를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항상 많은 은혜를 베푸시고 당신을 싫다고 멀리 달아나는 사람들도 돌보아주시니 당신은 찬미를 받으심이 마땅하나이다. 우리를 돌이켜 당신께로 향하게 하시고, 은혜를 갚고 겸손하고 신심 있게 하소서. 우리의 생명은 당신이요, 우리의 힘과 용맹도 당신 밖에 없나이다.

 

 

9장 모든 것을 최종 목적인 하느님께 돌림

 

1. 주의 말씀: 아들아, 네가 참으로 복되려면, 내가 너희 제일 높고 제일 마지막인 목적이 되어야 한다. 이렇게 뜻을 두게 되면 자주 너와 조물을 나쁜 데로 기울어지게 하는 정이 조찰 하여지리라. 만일 네가 무슨 일에 너를 찾는다면 그 즉시 너는 쇠약하여질 것이요, 메마르게 될 것이다. 그러니 모든 것을 준 이는 주님 밖에 다시없으니 모든 것을 제일 먼저 내게로 돌려라. 이렇게 모든 것이 무한한 선으로부터 옴을 생각하고 따라서 모든 것을 그 근본인 내게로 돌릴 것이다.

 

2. 작은 자나 큰 자나, 가난한 자나 부자나 다 마치 신선한 샘에서와 같이 내게서 생명의 물을 마신다. 또한 나를 즐겨 또 자유로이 섬기는 사람은 은총 위에 은총을 받으리라. 나를 떠나 다른데서 무슨 영광을 취하려는 사람은, 또 무슨 사사로운 선악에서 낙을 취하려는 사람은 참 즐거움을 항구히 못 누릴 것이요, 그 마음에 즐거움이 충만치 못할 것이요, 많은 거리낌을 당하고 여러 가지 역경을 만날 것이다. 그러므로 너는 무엇이든지 좋은 것을 네게 돌리지 말고 또 무슨 덕을 어떤 사람에게 돌리지도 말고 모든 것을 하느님께 돌려라. 하느님 없이는 사람이 무엇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모든 것을 다 주었으니 모든 것을 다 다시 가지려 하며 내게 감사하기를 엄히 요구한다.

 

3. 이는 헛된 영광을 물리치는 진리다. 천상적 은총과 참다운 사랑이 들어간 그곳에는 아무런 시기나 마음의 좁음이 없을 것이요, 사사로운 애정이 그 마음을 점령치 않을 것이다. 하느님의 사랑은 모든 것을 이기고 영혼의 모든 힘을 긴장시킨다. 네가 옳게 생각한다면 나 하나로 말미암아서 밖에서 즐거워하지 않을 것이요, 나 하나밖에는 희망도 두지 않을 것이다. 이는 "선하신 분은 하느님 한 분뿐"(루가 18,19)이기 때문이다. 그분은 홀로 모든 것 위에 찬미받으실 분이시오, 모든 일에 존경받으실 분이시다.

 

 

10장 세속을 떠나 하느님을 섬기는 취미

 

1. 제자의 말: 주여, 이제 내가 다시 침묵을 깨뜨려 말씀을 드리고자 하나이다. 극히 높은 곳에 계시는 나의 하느님이시여, 나의 주시여, 나의 왕이신 주의 귀에 내 말씀을 올리고자 하나이다. "당신을 경외하는 자들을 위하여 간직하신 그 복을 당신께 피신한 사람에게 사람들 보는 앞에서 베푸십니다"(시편 31,19). 그러나 당신을 사랑하는 자, 당신을 전심으로 섬기는 자에게는 또 얼마나 선하시나이까? 당신을 사랑하는 자들에게 내려 주시는 신묘한 관상의 취미는 참으로 말로써 그려 낼 수 없이 좋사옵니다. 특히 당신이 내게 사랑의 표를 드러내 주신 것은 나를 없는 데로부터 조성하여 있게 하시고 당신을 떠나 멀리 길을 잘못 들었을 때 나를 다시 이끄사 당신을 섬기게 하시고 당신을 사랑하라 명하신 것이옵니다.

 

2. ! 끝없는 사랑의 근원이시여, 당신께 대하여 무슨 말을 하오리이까? 어찌 내가 쇠진하여 망하였을 때도 나를 생각해 주신 당신을 잊으리이까" 당신은 당신 종에 대하여 모든 희망밖에 인자를 베푸시고 모든 공로에 넘게 은총과 사랑을 베푸셨나이다. 이 은총을 어떻게 갚아야 옳으리이까? 모든 것을 버리고 세속을 떠나 수도 생활을 하게 되는 이러한 은총은 모든 이가 받는 것이 아니옵니다. 어느 조물이거나 당신을 섬길 의무가 있사오니 내가 당신을 섬기는 것이 무슨 장한 일이 되겠나이까? 나는 과연 당신을 섬기는 것을 장하게 생각해서는 안 되겠나이다. 도리어 이렇게 가난하고 부당한 자를 종으로 삼아 주시고 당신 사랑하는 종들 중의 하나가 되게 하여 주시니 이것을 내가 찬미하여야 마땅할 것이요, 크게 생각하여야 할 것이옵니다.

 

3. 내게 있는 모든 것이나 또 당신을 섬기는 데 쓰는 모든 것이 다 당신의 것이 아니옵니까? 그러나 순서는 바뀌어서, 내가 당신을 섬기는 것보다 당신이 나를 섬기나이다. 사람을 돕기 위하여 당신이 만드신 하늘과 땅은, 당신 면전에 있어 당신이 명하시는 그 모든 것을 매일 이행하고 있나이다. 그러나 이것보다 더 큰 은혜를 베푸셨으니 천사들에게까지 명하시어 사람에게 시중들게 하셨나이다. 이것보다 기막힌 것은 당신이 사람을 섬기시고, 당신을 사람에게 주실 약속을 하신 것이나이다.

 

4. 이런 헤아릴 수 없는 모든 은혜를 무엇으로써 갚으리이까? 어떻게 하면 나는 나의 일생을 두고 매일같이 당신을 섬길 수 있으리이까? 어떻게 하면 하루라도 마땅히 당신을 섬길 수 있으리이까? 참으로 누구나 다 당신을 섬겨야 옳고 당신을 찬미하여야 옳으며, 당신을 영원히 존경하여야 옳겠나이다. 당신은 참으로 내 주시오, 나는 당신의 불쌍한 종이오니, 나의 모든 힘을 다하여 당신을 섬길 의무가 있고 당신을 찬미함에 한 번이라도 게을러서는 안되겠나이다. 내가 이것을 원하고, 내가 이렇게 되기를 사모하오니, 나의 부족한 모든 것은 당신이 채워 주소서.

 

5. 당신을 섬기고 당신을 위하여 모든 것을 천히 보는 것은 큰 영광이요, 큰 명예로소이다. 당신을 섬기는 이 거룩한 일에 스스로 즐겨 자기를 굽히는 사람은 막대한 은총을 받을 것이옵니다. 당신의 사랑으로 말미암아 모든 육체의 낙을 희생하는 사람은 성령이 주시는 극히 마음에 드는 위로를 누릴 것이옵니다. 당신 거룩한 이름을 위하여 험한 길을 자신하여 걷고 모든 세상의 걱정을 상관치 않는 사람은 마음에 큰 자유를 얻겠나이다.

 

6. ! 하느님을 섬김은 그 얼마나 마음에 드는 일이며 기꺼운 일이겠나이까? 이로써 사람이 참으로 자유로워지고 거룩하여지나이다. ! 오로지 당신을 섬기는 데 힘쓰는 거룩한 수도 생활이여, 사람을 천사와 같이 만들고, 하느님께 의합하도록 해주고 마귀에게는 무섭게 뵈게 하여 주고 모든 교우들에게는 교훈이 될 만큼 해주는 거룩한 생활이여! ! 항상 품에 안고 항상 원함직한 주님을 섬기는 일이여! 이로써 가장 고귀한 선을 얻게 되고 끝없이 누릴 즐거움을 얻게 되나이다.

 

 

11장 마음에 일어나는 원을 살펴 조절함

 

1. 주의 말씀: 아들아, 아직도 네가 모르는 것이 많으니 다 배워야 한다.

 

2. 제자의 말: 주여, 그것이 무엇이오니까?

 

3. 주의 말씀: 네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나 오로지 나의 원의를 따라 두어야 할 것이요, 너를 사랑하는 사람이 되지 말고, 나의 원의를 채우는 데 힘써라. 자주 네가 무슨 원이 있어 맹렬히 너를 이끌 때가 있을 터이니, 그 때는 자세히 살펴 이 원의가 나의 영광을 위하여 일어난 것인지, 혹 오히려 네 편의를 위하여 일어난 것인지 보라. 그 원의가 나에 관한 것이면 내가 어떻게 배치하든지 네가 만족해 할 것이요, 만일 네 편의를 보아 된 것이라면 이는 네게 방해가 될 것이요, 괴로움이 될 것이다.

 

4. 그러므로 네가 무슨 원의를 품은 것이 있더라도, 내게 먼저 묻지 않고는 너무 거기다 미쁨을 두지 말아라. 처음에 네가 좋아서 이것보다 더 좋은 것이 없는 줄로 생각한 것이 후에 네가 후회하게 되고 네 뜻에 맞지 않을까 두렵다. 무엇이 뜻에 맞는다고 즉시 좋은 것이 아니요, 무엇이 뜻에 맞지 않는다고 즉시 피할 것도 아니다. 무슨 좋은 일을 연구하는 데 있어서나 무슨 좋은 원에 있어서나 어떤 때 얼마큼 제재함이 좋다. 혹시 정신이 태만함으로 분심이 생길까, 혹 분수 없이 하다가 남에게 악한 표양이 될까, 혹 다른 사람이 반대하여 네가 갑자기 산란해지고 실패할까 하는 염려가 있기 때문이다.

 

5. 때로는 육정의 욕구를 누르고 육신의 사욕의 싫고 좋아하는 것도 관계치 않고 도리어 육정을 강제로라도 이성에 굴복시키는 대 사내답게 힘 쓸 것이다. 육정이 모든 일에서 이성에 굴복하는 그때까지 사소한 것으로써 만족할 줄을 알고 순박한 것을 즐겨 하며 제게 무엇이 맞지 않는 것이 있다고 원망을 발하지 않을 그 때까지 채찍질하고 종과같이 다스려야 한다.

 

 

12장 참는 마음을 단련시킴과 사욕을 거슬러 싸움

 

1. 제자의 말: 주 하느님이여, 내가 보기에 참는 덕이 내게 매우 필요할 줄로 아오니 이 세상을 살아 나가는 데는 거리끼는 일을 많이 당하게 됨을 알았나이다. 내가 아무리 처리하여 평화를 잘 보존하려 하여도 나의 생활은 싸움과 괴로움이 없이는 있을 수가 없는 것 같사옵니다.

 

2. 주의 말씀: 아들아, 과연 그렇다. 내가 네게 원하는 것은 시련도 없고 거리낌도 없는 그러한 평화를 찾음이 아니다. 도리어 네가 여러 가지 괴로움으로 단련되고 많은 거리끼는 일로 단련될 때에도 네가 평화를 잃지 않을 줄로 생각하여야 한다. 네가 괴로움을 많이 참을 수 없다 하면 연옥에 가서는 어떻게 그 불을 참겠느냐? 두 자기 재앙이 있으면 둘 중에 가벼운 것을 가리어야 할 것이다. 그러므로 장래에 영원한 벌을 면하려거든 현세의 여러 가지 괴로움을 하느님을 위하여 태연히 참는 법을 배워라. 너는 이 세속 사람들은 괴로움이 없는 줄러 생각하느냐? 아무리 호화스러운 사람을 만나 보아도 그렇지 못할 것이다.

 

3. 그러나 너는 말하기를 그 사람들은 많은 쾌락이 있고 자기 뜻대로 무엇이든지 할 수 있으니 여간 고통이 있다 하여도 가볍게 여긴다고 하리라. 그것은 그렇다 하자. 그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다 얻는다고 하자. 그렇다고 네 생각에는 그것이 얼마나 계속될 줄 믿느냐? "야훼를 등진 악인들은 목장을 덮었던 풀처럼 시들고 연기처럼 사라지리라"(시편 37,20). 지나간 즐거움은 자취도 남지 않을 것이다. 또 세상에 살아 즐거움을 누리는 동안이라 할지라도 고통이 없고 염증이 없이 또는 두려움이 없이 편히 있을 때가 없다. 사람이 괘락을 누릴 바로 거기서 흔히 고통을 당하여 벌을 받는다. 이는 마땅한 일이니 저들이 부질없이 즐거움을 찾고 그 쾌락을 따르므로 부끄러움과 괴로움을 당하는 것이다.

 

4. ! 모든 쾌락은 얼마나 짧으며 헛되며 얼마나 부질없으며 얼마나 더러우냐? 그렇지만 그것에 취하고 눈이 멀어 그런 줄을 깨닫지 못하고 마치 이성이 없는 동물과 같이 썩어 없어질 생활의 작은 쾌락을 도모하려고 영혼의 죽음을 당한다. 아들아, 그러니까 "네 정욕을 따라가지 말고 네 욕망을 억제하여라"(집회 18,30). "네 즐거움을 야훼에게서 찾아라. 네 마음의 소원을 들어주시리라"(시편 37,4).

 

5. 네가 참으로 즐거움을 누리려 하고 나의 위로를 풍족히 누리려거든, 세상의 모든 것을 버리고 모든 저급한 쾌락을 없애라. 그러면 축복이 내릴 것이요, 위로가 많을 것이다. 그리고 네가 조물의 위로를 배척할수록 그만큼 내 안에서 마음에 들고 힘이 있는 위로를 얻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처지에 이르자면 처음에는 반드시 어떤 종류의 근심이 없지 못할 것이요, 싸우는 수고도 없지 못할 것이다. 습관을 기름으로 이를 이긴다. 육체는 원망하겠지만 영신의 열심히 육정을 제어하리라. 옛 뱀 마귀는 너를 충동하여 괴롭게 하겠지만, 기도함으로써 그를 물리치고 그리고 유익한 일을 부지런히 함으로써 원수의 공격을 막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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