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김정훈 postedSep 08, 2017

연중제22주일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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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든다는 건 그런 거다

“나이가 든다는 건 그런 거다.
죽을 만큼 아팠던 기억까지도
웃으며 이야기 할 수 있을 만큼
의연해질 수 있다는 것.

뒤돌아서서 눈물을 흘릴지언정
아무렇지 않은 척 웃어 보일 수 있다는 것.
아주 사소한 일에조차
시기와 질투를 번갈아가며 되풀이하던 일상도
한결 가벼워 질수 있다는 것.

나이가 든다는 건 그런 거다.”

나이가 든다는 건 이렇게 좋은 것일 텐데 서럽고 눈물 나고 그럴 때도 많이 있죠? 다른 것보다 점점 투미(어리석고 둔하다)하게 되는 자신을 보면 더욱 그러합니다. 요즈음은 우리 부모님들의 세대보다 적어도 10년에서 20년을 더 넘게 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건강에 대한 각별한 관심도 생기게 되었고 실제로 건강하게 살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정신이 가끔씩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면 한편으로 걱정도 생겼습니다. 오래 사는 것만이 진정한 축복일까? 누구는 죽는 그날까지 건강하고 팔팔하게 사는 것이 이제 남은 한 가지 소원이라 하지만 저는 거기에 덧붙여 정신이 말짱하기를 바랍니다.

요즈음 들어 신문이나 방송뉴스들에서 가끔씩 수녀님이야기, 신부님이야기가 나옵니다. 정신이 말짱하지 못해 저지른 잘못이나 인격적 부족함들 때문에 세상 속에서 시끄럽게 입에서 입으로 떠돌며 우리 자신들도 이런 생각 저런 생각 갖게 만들지요. 본시 좋은 이야기보다 좋지 않은 이야기가 더 발이 빠르듯 그새 덧붙여지고 커져서 실제와는 조금은 다른 모습으로 우리에게 다가오기도 합니다. 정신이 흐트러져서 그래요. 순간이나마 그렇지요.

정신을 바짝 챙기고 사는 게 힘들어진 게 세상이 너무나 복잡하고 우리도 너무나 복잡해져서 그래요. 영성적으로 말하자면 식별이 더욱 더 힘들어진답니다. “주님, 정신을 새롭게 하여 분별할 수 있게 하십시오.”(로마 12,2 오늘의 제2독서에서) 오늘날 우리에게 필요한 하느님의 은사는 정말 무엇이 옳은 것인지 어떻게 해야 주님 마음에 들게 사는 것인지 끊임없이 되새기는 식별의 은사일터입니다.

나이가 든다는 건 은총이고 축복일 텐데 다만 주님, 제가 온전한 정신으로 하느님께 맞갖은 거룩한 삶을 살도록 인도해주십시오. 제가 십자가를 져야 할 때 십자가를 외면하지 않도록, 십자가를 팽겨치지 않도록 인도해주십시오. 주님의 말씀이 저에게 날마다 치욕과 비웃음거리만 되더라도(예레 20, 8 오늘의 제1독서) 제가 주님의 말씀을 사랑하고 입에 삼키며 그 말씀을 살아가도록 인도하여 주십시오. 그리하여 제가 주님의 뒤를 힘차게 따르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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