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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본당 주임신부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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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악의 평범성

 

20180208() 543

강남순 (텍사스 크리스천대학교 브라이트 신학대학원 교수) webmaster@sisain.co.kr

 

- 대형 교회들의 세습은 종교가 구원 클럽으로 전락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신에 대한 순종의 이름으로 권력 독점을 신성화하는 종교는 권력의 탐욕과 마찬가지다.

10만명의 등록 교인이 있고 교회 연 예산이 350억원에 달한다는 한 대형 교회에서 원로 목사가 자신의 아들에게 교회를 세습한 사건이 지난해 11월 뜨거운 이슈로 떠올랐다. 한국에서 교회 세습이 처음 일어난 일은 아닌데, 유독 이 교회의 부자 세습이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것은 그 교회가 지닌 다층적 권력과 무관하지 않기 때문이다. 아버지-아들 목사는 계속되던 비판에도 불구하고, 교회의 노골적 사유화인 세습을 단행했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하나님의 일’ ‘하나님의 교회라는 서사를 반복 사용하며 세습이 사적 이득이 아닌 오직 신을 위한 일이라는 왜곡된 해석을 제시했다.

 

담임 목사 취임식의 정점은 아버지 목사가 아들 목사의 머리에 손을 얹고 하는 안수식이었다. 이 안수 행위를 통해 세습 행위는 신성한종교 예식으로 전이된다. 그 사적 관계가 공적 관계로 전이되는 기이한 부자(父子)간의 예식은, 기독교를 아버지-하나님아들-예수로 구성되는 부자의 종교로 규정하는 남성 중심적이고 가부장제적인 해석과 맞닿는다. 하늘의 아버지(하나님)’아들(예수)’에게 모든 신성한 전권을 내려준 것처럼, 땅의 아버지목사가 아들목사에게 안수를 함으로써 반()종교적 세습이 신성한 종교적 행위로 전이되는 세탁 과정이 이루어진다.

 

종교는 외딴섬에 존재하지 않는다. 종교란 순수하게 종교적이기만 할 수 없다는 뜻이다. 그 종교의 구성원은 정치·경제·교육·문화 등 한 사회를 이루는 모든 영역의 일원으로 살아간다. 종교는 그 종교가 위치한 사회의 축소판이다. 한 교회의 세습이라는 미시적 정황을 그 세습을 가능하게 하는 거시적 정황과 연계해 보아야 하는 이유이다. 세습 사건의 키워드는 권력 욕망, 비판적 사유의 부재, 물음표의 박탈, 종교의 사유화, 위계적 권위주의, 성숙한 민주주의 의식의 부재 등이다. 거시적 맥락에서 보자면, 한 대형 교회의 세습 사건은 한국 사회가 지닌 뿌리 깊고 다층적인 문제들의 축소판이다.

 

유대인 철학자였던 한나 아렌트는 나치 전범인 루돌프 아이히만의 재판 과정을 지켜보면서, 그 끔찍한 반인륜 범죄에 가담한 아이히만이 매우 평범한 모습임에 충격을 받았다고 전한다. ‘악의 평범성이라는 유명한 개념이 등장하게 된 배경이다. 우리 주변에 있는 무수한 평범한 이들, 그 사람들이 거대한 악에 가담하게 되는 것은 바로 비판적 사유의 부재에서 나온다. 그래서 악이란 어떤 악마적 품성을 지닌 존재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로 이 비판적 사유의 부재를 통해 창출되고 지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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