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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본당 주임신부님
2016.03.08 17:26

(*.193.111.77) 조회 수 411 추천 수 3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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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
                                                            
  하루를 지쳐 돌아와 문손잡이를 잡다가 따스한 온기를 느낀다.
누군가 하여 가만히 냄새 맡아 보면 님 향기 배어있다.
놀랍고 반가워 가슴 콩닥이다, 가슴 쓸어내리며 문 열어 보면.
방금 다녀가신 듯, 찻잔에 김이 서려 있다.
나 몰래 따뜻한 차 한 잔 하고 가셨나 보다 하여 창 밖 멀리 내다보니
밤바람은 빗물 섞여 차가운데 긴 머리카락 한 끝이 눈에 밟힌다.

  자리에 누워 뒤척이다. 일어나 앉아 담배 한 개비 연기에 묻으면
하루, 한 달, 일 년... 또 그렇게 만났던 사람들이 떠오른다.
얼마나 많은 빈 소리가 내 입에서 토해 졌을까
얼마큼 교만한 눈으로 사람들을 대했을까?
슬쩍슬쩍 안 그런 듯 비꼬며 윗자리를 넘보았을까?
끝 다리에 걸쳐 따라가면 웃는 얼굴에 이를 앙 다물고 속다짐을 해댔을까?
두고 보라지! 저들을 다 밀쳐내고 앞에, 앞에 서고 말테다.
담배를 비벼 끄고 다시 누워 보지만 잠은 어디로 가고 정신만 또렷해지는데,
부끄러운 기억들 사이에 주님이 얼핏 웃으시며 지난다.  
이마를 문지르며 입술을 축이다 꼬르륵 잠이 든다.
사람들이 우왕좌왕 시끄럽고 음식은 기름지게 넘치는데
나는 바리사이의 손을 잡고 크게 웃으며 고함치고 있다.
유쾌하게 술잔을 들다 저 끝 구석에 앉아 조용히 나를 바라보는 눈과 마주 친다.
아, 퍼뜩 놀라 잠에서 깨니 식은땀이 흐르고.
주님 다녀가신 듯 커튼이 펄럭이며 바람 한 줄이 땀을 드리운다.      
<교구보강론, 1997년>

  꿈을 꾸었습니다. 늘 꾸는 개꿈이었습니다.
그러나 그날 꿈은 너무 생생했습니다.  

우리 사는게 모두 꿈 같은데...
예수님 지나시는 바람 한줄기 만큼은 꿈결에서라도 시원하더이다.
꿈을 꾸며 삽시다^^
 

  • ?
    옥포성당 세례자요한 2016.03.08 21:41 (*.176.92.10)
    신부님께서 거룩한꿈을 꾸시듯
    요한이도 오늘은 꿈속에서 주님을 뵙고 싶은데
    주님께서 만나주실지 몰라요^^

    어제부터 신부님 칼럼 은근히 기다려지더라구요~
    벌써 우리 주임신부님의 칼럼 즐겨읽는 독자가 되었어요...
    신부님 감사합니다.
  • ?
    정병규 2016.03.10 22:21 (*.92.209.79)
    꿈은 밤에만 꾸는게 아닙니다. 끊임없이 꾸는 꿈이 꿈을 이루게 합니다.
  • ?
    옥포성당 세례자요한 2016.03.11 22:22 (*.176.92.10)
    본당 모든 신자들이 존경하는 정병규 바오로 사목회장님께서도
    주임신부님 칼럼방에 오셔서 이렇게 글을 남겨주시고 기쁨으로 감사드립니다.
    본당공동체를위해서 밤낮으로 애쓰시는 바오로 사목회장님의 봉사와 희생정신이
    하는님 보시기에도 정말 아름답고 거룩한 모습일 것입니다.
    저희들 모든 교우들도 바오로 사목회장님의 본당공동체를 위하여 노력하시는
    그 모습에 큰 박수를 보내드리며 감사드린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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