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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본당 주임신부님
2016.06.07 14:19

내 몸이 불탑니다.

(*.193.111.77) 조회 수 487 추천 수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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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이 불탑니다.”

  20대 중반, 불, 불이 있었습니다.
내 안에. 내 손에. 내 주변에.
나를 둘러싼 모든 것이 불이었습니다. 아니, 내가 불이었습니다.
태워 버릴 듯한 뜨거움이 넘쳐흘러, 마이다스의 그것 마냥
내가 손을 대기만 하면 모든 것이 불타오를 것만 같았습니다.
세상을 깨끗이 불태우고도 남을 힘과 열정이 활활 거렸습니다.
쓰러지고, 짓밟히고, 불합리하고, 사악하고, 억울한 이의 눈물이 마르지 않는,
용서 할 수 없는 이놈의 세상에 대한 분노를 주체할 수 없던 때였습니다.

  몸이 너무 뜨거워 어떤 여인이든 사랑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날들이었습니다.
돌을 집어 삼켜도 소화가 될 성 싶도록 식욕이 왕성한 몸이었습니다.
어떤 사상이든 논쟁하여 이겨낼 수 있을 것 같은 지적 허영이 꽉 찬 머리를 지녔었습니다.  
아무리 높은 산이라도 단숨에 달려 갈 수 있을 것처럼 의욕이 넘쳐 났었습니다.
너무나 시간이 더디게 흘러 갑갑한 마음에 제발 무슨 일이던 일어나기를 기도하던 20대...
나의 울퉁불퉁한 20대는 그렇게 삭여지지 않은 김치처럼,
발효되지 않은 메주처럼 흘렀습니다.
그리고 채 꺼지지 않은 불을 사그라뜨리던  30대를 지나,
노회함과 퇴폐를 숨긴 40대가 되었습니다.
이제 50, 60... 앞으로 살아갈 날들이 부끄럽기만 합니다.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을 묵상합니다.
20대 중반의 몸과 마음을 지녔으되,
불길처럼 타오르는 열정을 하느님께,
뜨거운 사랑을 신자들에게,
왕성한 활동을 복음 선포를 위하여 바치신 대 선배 신부님.
나의 20대는 제 몸과 엉뚱한 사랑만 재로 만들고 사라져 버렸지만,
신부님의 20대는 아직도 이렇게 뜨거운 불덩이로 타오르고 있습니다.
신부님, 성 김대건 안드레아 신부님,
아직 꺼지지 않는 하느님에 대한 사랑의 불씨를 저희에게도 나누어 주소서.

<2006년 생활성서>
10년 전 썼던 글을 올려봅니다.
내일 새 교구장 주교님 서품 및 착좌식을 생각합니다.
안명옥 주교님께서 착좌하실 때, 당신의 삶이 정리 되지 않아 서 주교품을 받기가 부끄럽다고하셨던
말씀이 떠오릅니다. 누구나 자신의 삶을 돌아보면 부끄러운 기억들이 있을 것입니다.
새 주교님께서도 주교 임명되시고 교황 대사님 앞에서 근 1시간을 엉엉 우셨다고 합니다.
짐작컨대, 사제라는 영적 아버지의 아버지가 된다는 것이 무섭고 두려웠을 것입니다.
아무나 쉬이 받아들이기에는 그 무게가 너무 큰 탓이겠지요.
사실 저는 신부 생활 조차도 그 무게를 감당하기가 쉽지 않으니 말입니다.
김대건 안드레아 대 선배 성인 신부님께 용기를 청해 봅니다.
주님, 저희를 도우소서.
배기현 콘스탄틴 주교를 도우소서.

 

  • ?
    옥포성당 세례자요한 2016.06.12 07:02 (*.176.92.10)
    모든 사람들을 위해서 한평생을 바치시는
    거룩한 우리 신부님의 칼럼 잘 보고 가슴에 담아갑니다.
    신부님의 뜨거운 불은 성령의 불을 따르시며
    항상 겸손하시고 믿음 희망 사랑의 산증인이신
    우리 신부님은 정의의 사도 거룩한 사제이십니다.
    우리 신부님께서 언제 어디서나 주님과 함께하시고
    성모님과 함께하시며 항상 영육간에 건강하시길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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