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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본당 주임신부님
(*.195.41.142) 조회 수 258 추천 수 0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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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터민 – 먼저 온 미래


분단의 시대, 남북으로 갈라진 지도 어언 70여년을 몇 해 앞두고 노랫말처럼 우리의 소원은 통일의 시대를 준비하는 우리는 어떤 마음으로 새터민 - 북한을 탈출하여 우리나라에 거주하고 있는 사람. 새로운 터전에 정착했다는 뜻으로 이르는 말이다. 유의어로는 탈북자(脫北者)가 있다. - 들을 바라보아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언젠가 새터민을 ‘먼저 온 미래’라는 표현으로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무릎을 탁 쳤던 기억이 납니다. 실제로 북한을 탈출하여 여러 우여곡절을 겪으며 우리 나라에 정착한 이들을 새터민이라 부릅니다. 이들은 바로 통일의 시대를 준비하여야만 하는 우리들에게 ‘먼저 온 미래’가 아니겠습니까? 대략 3만명에 이르는 새터민들이 우리와 함께 살아갑니다. 오늘 우리들은 우리와 함께 이 땅에서 살아가는 새터민들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정리해보고자 합니다.

제가 대략 민족의 일치와 화해 운동에 함께 한 이래 늘 생각하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오늘은 그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놀라운 우연

먼저 늘 첫 번째로 생각해야 할 것은 우연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는 대한민국땅에서 태어났습니다. 저의 부모님이 제가 태어나던 해에 대한민국에서 살고 계셨기 때문입니다. 이 역사적 우연은 저를 북한에서 살게 하지 않고 대한민국에서 살게 하였습니다. 누구도 자신의 태어남을 결정지을 수 없다면 이 놀라운 우연이 오늘 저를 이곳에서 살게 한 것입니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고 하지만 만약 저의 부모님이 북한에서 살고 계셨다면 저도 북한에서 살게 되었을 것입니다. 이것이 우리 모든 논의의 출발점이 되어야 하겠습니다. 북한에서 태어난 것이 도데체 누구의 탓입니까? 그것을 그 개인의 탓으로 돌릴 수 있겠습니까?

제가 북한에서 태어나고 자랐다면 저도 남조선을 해방시키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 찼을 것이 분명합니다. 제가 배고프지만 미제국주의의 식민지 남조선 인민들을 생각하며 하루하루 버텨나갔을 것입니다. 저는 충분한 자유를 누리지 못하지만 그것도 그리 어렵고 힘들게만 생각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새터민들은 이러한 교육을 받아왔고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들의 오랜 생각이 이곳 대한민국의 실상을 알고난 후에는 세상을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했겠습니까? 깊은 혼란과 배신감이 한 사람의 존재에 미치는 영향을 도무지 얼마나 큰 것이겠습니까?

목숨을 건 사람들

새터민들은 모두 북한을 탈출하기 위해 목숨을 걸었던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차가운 강물에 온 몸을 담그며 강을 건넌 사람들입니다. 살기 위해, 오직 살아남기 위해, 더 이상 살 수 없기에 목숨을 건 사람들입니다. 목숨을 건 행위, 얼마나 처절한 싸움이었겠습니까? 어떤 이들은 탈출하다 가족을 잃어버린 이들도 있고 가족들을 남겨 두고 자신만 탈출하여 지금도 이땅에서 그리워하며 혹은 자신의 탈출로 인해 고통받을 가족들을 생각하며 매일매일 피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매일 불안하며 염려하며 오늘도 목숨을 걸고 살아갑니다.
그들이 목숨을 걸고 탈출한 그 땅에서 이 곳 대한민국에 들어오기까지 버텨야만 했던 그 매일의 밤을 생각하면 목숨을 이어간다는 그 사실이 얼마나 놀라운 일인지요? 단 하루도 편안한 밤을 맞이하지 못했던 새터민들의 밤을 오늘 저는 다시 생각해봅니다.

불안한 미래

새터민들은 이제 이 땅에서 정착하여 우리와 함께 살아갑니다. 그들은 목숨을 걸며 살아갑니다. 생각해보십시오. 이곳에서 그들이 느껴야만 하는 불안한 미래는 오늘도 그들에게 가혹하리만치 다가옵니다. 그들이 적응이 잘 해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정말일까요? 서로가 서로를 속이며 쉽게 마음을 열지 못하고 큰 기쁨 속에 맞아들여지지도 못하면서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 새터민들의 미래는 어떠할까요? 어떤 이들은 정치에 이용당하기도 하고 어떤 이들은 같은 새터민들로부터 이용당하기도 합니다.

한 사람으로서

새터민들은 그냥 한 사람입니다. 우연히 북한에 태어났고 그렇게 교육받아왔고 그렇게 살았지만 목숨을 걸고 북한을 탈출하여 오랫동안의 유랑과도 같은 매일을 거쳐 오늘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입니다. 그냥 한 사람으로서 우리는 따뜻하게 맞아들이면 안될까요? 우리와 똑같은 잣대와 평가의 기준으로 획일적으로 새터민들의 능력을 검증하고 그 실력에 맞춘다는 말은 과연 적합한 말일까요?

먼저 온 미래입니다.

새터민들은 분명 ‘먼저 온 미래’입니다. 우리의 준비는 아직도 부족합니다. 그런데 미래가 우리에게 이미 다가왔습니다. 어떤 마음으로 이 미래를 바라보고 살아갈까요? 이런 논의와 결심과 실천이 이루어지는 마당이 되기를 진정으로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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