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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본당 주임신부님
(*.195.41.142) 조회 수 241 추천 수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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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육제(禁肉祭)가 아니고 금육재(禁肉齋)라굽쇼?  

금요일에 육식을 피하는 관습은 그리스도교 초기부터 내려오는 것입니다. 예수님께서 금요일에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금요일(성금요일)에만 금육을 할 수도 있지만, 평상시에도 금요일마다 지켜보려했던 것입니다. 우리를 구원하기 위해 목숨을 내어주신 예수님의 고통과 죽음에 우리 역시 조금이라도 일치해 보고자 몸가짐을 정갈하게 하려는 뜻에서 생긴 전통이니 바람직해 보입니다.

교회법에서는 연중 모든 금요일에는 대축일과 겹치지 않는 한 금육재가 지켜져야 하고, 재의 수요일과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수난하시고 돌아가신 성 금요일에는 금육재(예전에는 소재라고 불리기도 했습니다)에 금식재(옛말로 대재)가 지켜져야 한다고 정하고 있습니다.(제 1251조 참조) 옛날에는 성장기에 있는 어린이들과 노약자들은 이 규정에서 메일 필요가 없었습니다. 참고로, 금식은 하루 종일 굶는다기 보다는 한 끼 식사를 거르는 것입니다. 그때 아껴둔 먹을거리를 모아 자선을 위해 사용하는 전통이 아직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의미에 대해 숙고하지 않으면, 금육재를 그냥 하나의 예식이나 행사로 판단하여 ‘금육제’라고 여기시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저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습니다. 아마도 ‘사육제’(carnival)랑 내용이 대비되기에 더 그럴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금육재는 무엇을 기념하거나 제사를 올리는 행위가 아니라, 내가 그리스도를 사랑하여 나의 완덕을 위해 몸과 마음을 관리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좀 더 일반적인 의미로 보자면, 하늘과 땅이 만나는 일 곧 제사를 드리기 위해 몸을 정갈히 하는 재계를 가리킵니다. 재계에서 ‘재(齋)’는 음식을 삼가는 것을, 계(戒)는 부정한 행동을 금하는 것을 뜻합니다.

오늘의 한국사회는 금요일에 대해 “불타는 금요일”의 준말인 “불금”이란 말을 만들어 냈습니다. 언제부터인가 토요일에 쉬는 회사들이 많아졌고, 이런 식으로 주 닷새 근무제도가 확대되었기 때문입니다. 토요일이 휴일이니 금요일 저녁엔 직장 회식, 다양한 모임도 많이 생겼습니다. 우리의 식문화도 많이 바뀌어 식사에는 대부분 육류가 포함된 음식이 등장합니다. 금요일에 금육의 재를 지켜보려는 이들에게는 참 당황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육류 소비가 너무 늘다보니 어린이와 노약자는 금육재를 지킬 필요가 없다는 규정이 무색합니다.

하지만, 부득이한 경우에도 금육재를 꼭 지키려다보면 정신적으로 불편하고 인간관계상으로도 난처해질 수 있으니 너무 율법적으로 이 사안을 대하지는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먹어야 할 일이 있고, 그런 기회가 된다면 그렇게 하는 게 자연스러워 보입니다. 단지 그렇게 하지 않아도 될 때 절제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좀 달리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금육재를 지키기 힘든 상황이라면 그에 상응하는 선행을 실천해 보는 것도 하나의 좋은 대안이라 하겠습니다.

우리말로는 금육재가 금요일과 같이 ‘금’자로 시작해서 기억하기도 좋습니다. 금요일만이라도 작은 실천을 해볼 수 있습니다. 요즘 풍토에서 금요일이 정 어렵다면, 앞서 말씀드렸듯이 대안적인 선행을 계획해 볼 수도 있고, 요일을 바꿔보는 것도 시도해 볼 만합니다.
  
                                                              박종인 신부 (요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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