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녀회(작년 말 현재 총 111곳) 중 60%가 지원자 '제로'..
修女가 줄어든다
[수녀회 수련자 수, 20년새 4분의 1로 급감]
-'수녀' 없는 성당
입회 연령 늦춰도 지원자 없어… 교인·神父 수 증가와 대조적, 美·유럽은 60년대부터 감소
-왜 줄어드나
독신女 활동 영역 넓어지는데 男 중심 성직자 제도 그대로… 봉사 역할도 '복지'가 대체해
-수녀 감소 바라보는 두 시선
"이러다 사제 감소로 이어질 것", "헌신하는 평신도 증가 긍정적"
조선일보 이태훈 기자 입력 2013.05.31 03:26 수정 2013.05.31 05:22
신자 3000명 규모인 서울 D성당에는 작년부터 상주하는 수녀가 없다.
이 본당에 수녀 1명을 파견했던 수녀회가 인력 부족으로 철수했기 때문이다.
혼자 성당을 맡게 된 주임 신부는 수녀회를 찾아다니며 도움을 구했지만,
다들 여력이 없다며 고개를 저었다.
결국 미사가 많은 주일에만 성당 인근의 한 수녀회에서 수녀 1명을 파견받기로 했다.
K신부는 "수도자 숫자가 줄어든다는 말은 들었지만 직접 체감한 건 처음이었다.
전례 준비나 교리 교육 등 이전 수녀 역할을 이젠 평신도들이 대신한다"고 했다.
↑ [조선일보]
A수녀회는 현재 회원이 10명. 역사가 짧고 규모가 작아 입회 연령 제한을 40세로 늦추는 등
'문턱'을 낮췄지만 지난 10년간 새로 수녀가 된 이가 1명뿐이다.
회원 수 35명인 B수녀회는 지난 4년간 입회자가 없었다.
수녀회는 어린이집을 돌보는 수녀를 올해 6명에서 2명으로 줄이고 일반 직원을 더 채용했다.
◇수녀 지원자 감소… 고령화 진행
수녀가 줄어들고 있다. 한국천주교여자수도회 장상연합회 통계로는,
수녀회 수련자(본격적인 훈련 단계) 숫자는 1990년대 초중반 800명대로 정점을 찍고 줄기 시작했다.
2005년부터는 400명대, 2010년 300명대가 된 데 이어 2012년에는 210명이 됐다.
20년 만에 4분의 1로 줄어든 셈이다.<그래픽>신규 지원자가 급감하면서,
수녀 숫자도 조금씩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2009년 1만199명이 최고점이었고, 작년엔 1만23명이었다.
비슷한 기간 천주교인은 306만명(1993년)에서 536만명(2012년)으로 230만명 늘었다.
한국인 신부 숫자도 2003년 3396명에서 2012년 4578명으로 총 1182명이 늘었다.
매년 100~160여명, 2~4% 안팎의 꾸준한 증가세다.
작년 말 현재 여성 수도회는 총 111곳이다.
새로 들어오는 사람이 꾸준히 있는 몇몇 대형 수녀회를 빼고는
"수녀회의 거의 60% 정도가 신규 인원 '제로(0)' 상태"라는 분석도 있다.
역사가 오랜 수녀회일수록 고령화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50년 전 설립돼 가난한 아이들을 돌보는 C수녀회의 경우 140여명 중 40여명이 고령으로
일선에서 물러난 '은퇴 수녀'다.
◇사제 증가, 복지 정착의 '역설'
이런 현상은 유럽과 미국에선 이미 60년대 이전부터 진행됐다.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박문수 박사는 "사제 숫자가 적고 나라가 가난할 땐
본당과 사회에서 수도자가 할 일이 많지만,
교회 성장과 함께 사제 공급이 안정되고 복지제도가 정착되면
수도자 역할도 함께 줄어든다"고 설명했다.
과거와 달리 사회 각계에서 독신 여성들이 자기 능력을 발휘할 수 있게 된 것도 한 원인으로 꼽힌다.
여전히 남자만 사제가 될 수 있고 수녀의 역할은 제한적인 교회 제도에서 원인을 찾는 시각도 있다.
박문수 박사는 "여성 수도자 감소→남성 수도자 감소→교구 성직자 감소의 경향이
서구에서 이미 나타났다"며 "여성 수도자 감소를 방치하면
우리도 전철을 밟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아직 시기상조라는 시각이 많지만,
서구 교회처럼 과거 결혼 경력이 있더라도 자녀를 다 키우고 남편과 사별한 여성 등에 한해
수녀회 입회 길을 터줘야 한다는 주장도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복음 정신, 수도회 밖으로 확산"
모든 수녀회 지원자가 줄어드는 것은 아니다.
한 가톨릭 관계자는 "세상과 분리돼 엄격한 수도 생활을 하는
일부 봉쇄 수도회는 지원자 숫자가 제한돼 있는데도 사람이 몰려 순서를 기다려야 한다"고 했다.
국제 조직인 수녀회는 각각의 목표에 따라 외국으로 수녀를 파견하는 일도 많다.
한국의 경우 동남아 출신 수녀가 와서 다문화 가정을 돌보거나,
남미 출신 수녀가 국내 거주 남미 근로자를 돌보는 식이다.
부족한 인력을 보충하기 위해 기업이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하는 것과는 전혀 다른 성격이다.
수녀가 줄어드는 것을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시각도 있다.
가톨릭대 종교학과 교수 최혜영 수녀는
"과거 복지 개념도 없던 시대에 시작된 음성 꽃동네 같은 공동체 시설이
지금은 사회 곳곳에 생겨났다.
수도자가 아닌 평신도로서 이웃을 섬기는 데 헌신하는 이도 크게 늘었다.
복음의 정신이 교회와 수도회 틀을 넘어 더 넓은 사회로 확산한 것"이라고 했다.
☞수녀(修女)
교회법에 따라 설립된 특정 수도회의 고유법에 의해 정결, 청빈, 순명을 선서하고
그 수도회와 하나가 돼 공동체 생활을 하는 여성 독신 수도자.
수녀는 '성직자'로 분류되지 않으며 사제(司祭)와 달리 미사와 성사(聖事)는 집전할 수 없다.
본당에 파견돼 교리·성서·영성 교육, 사목 지원 등의 역할을 하는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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