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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소는 행복으로의 초대

이번 일본 남부 규슈 구마모토현에서 지난 14일 밤 9시 35분 규모 6.5의 강진이 발생한데 이어
16일 새벽 1시 25분 규모 7.3의 강진이 발생해 40명이 넘는 사망자를 냈습니다.
어떤 이는 벽이 점점 내려앉는 것을 보며 스마트폰으로 부모님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습니다.
죽음이 임박하면 일반적으로 생의 마지막 ‘의미’있는 일을 찾게 됩니다.

미국 9·11 희생자들도 그랬고 2년 전의 세월호 희생자들도 그랬습니다.
마지막에 임박하면 참으로 의미 있는 유일한 것이 ‘사랑’임을 직감하게 됩니다.
그들의 마지막 문자는 대부분 ‘사랑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유투브에 ‘아빠가 꿈을 버리고 5억을 선택한 이유’라는 제목의 감동적인 동영상이 있습니다.
앞으로 살 날이 1년밖에 남지 않았는데 나머지 인생을 5억 원과 바꾸자고 한다면 당신은 1년의 삶을 선택하겠습니까,
아니면 5억을 받고 지금 생을 마감하겠습니까?

수능을 마친 고3 학생들에게 먼저 꿈을 물어보았습니다.
모두가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살 날이 1년 밖에 남지 않았다면 그 꿈을 선택할 것인지 5억을 선택할 것인지를 물었습니다.
아이들은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꿈’을 선택했습니다. 지금 죽으면 돈이 무슨 소용이겠냐는 것입니다.

이때 갑자기 어두워지고 미리 녹화해 온 그 반 학생들의 아버지들의 인터뷰를 틀어주었습니다.
모두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아버지들이 원하는 것은 자녀들과 여행을 가고 싶다거나 자녀들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다는 것들뿐이었습니다. 아버지에겐 가족 외의 다른 꿈이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꿈과 5억을 선택하라고 했을 때 모두 5억을 선택하였습니다.
현실적으로 1년 동안 모아서 자녀들에게 그러한 돈을 물려주는 것이 쉽지 않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꿈을 쫓는 아이들과 아이들이 꿈인 아버지와 누가 더 행복한 사람일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꿈이 있는 것이 행복할까요, 사랑이 있는 것이 행복할까요? 아이들의 꿈은 성공해서 이름을 남기는 것이었습니다.
꿈을 가져야 행복하다고 세상은 말합니다.

그러나 저의 눈에는 아무래도 꿈보다는 아내와 자녀들을 위해 5억을 선택하는 아버지들이 더 행복해보입니다.
왜냐하면 지금 죽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이들이 행복한 사람들이기 때문입니다.
하루가 행복하면 잠이 잘 오고, 인생이 행복하면 죽음이 편안합니다.

저도 많은 꿈을 꾸었던 때가 있었습니다.
예쁜 아내와 자녀들과 돈을 많이 벌어 인정받는 사람으로 세상에 살고 싶었습니다.
그것을 위해 많은 노력도 했습니다. 군대에서 틈나는 대로 영어공부를 했고 잠꼬대까지 영어로 할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운전을 하다 사고를 냈습니다.
군용트럭으로 프라이드를 친 것입니다.
운전자는 앰뷸런스에 실려 갔고 저는 경찰서에서 제발 크게 다치지 않았기만을 기도했습니다.
그리고 무엇 때문에 그렇게 공부를 했는지 모든 것이 허무하게 느껴졌습니다.
우리가 꾸는 꿈들은 한 순간에 사라져버릴 수 있는 매우 일시적인 것이고 구름과도 같은 것입니다.

그러나 모든 것이 다시 일상으로 돌아오니 또 꿈을 꾸기 시작했습니다.
제대하여 대학 등록금을 벌기 위해 낮에는 운전을 하고 밤에는 과외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버스와 정면충돌을 하여 차에 몸이 끼였습니다.
뒤에 차가 있었다면 죽었을 것입니다. 사람들이 체인을 걸어 차를 피고 저를 꺼내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병원 응급실로 들어가니 아수라장이었습니다.

다친 사람들 간질병 걸린 여자, 그리고 다리에 피를 흘리며 누워있는 나의 모습.
내가 죽는다면 일시에 함께 사라질 꿈. 그것은 행복이 아닌 그저 신기루에 불과한 것입니다.
그런 것들을 추구한다면 결코 행복할 수가 없고 편안한 죽음을 맞이할 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죽음은 마지막에 오는 무엇이 아니라 항상 우리 곁에 있고 우리에게 매순간 영향을 주기 때문입니다.

에덴동산에서 하느님은 아담을 창조하시고 동물들에게 이름을 지어주는 일을 시키셨습니다.
동물들에게 이름을 지어준다는 뜻은 동물처럼 사는 사람들에게 이름이 있어야 할 만큼 소중한 존재임을
일깨워주는 사랑을 실천한다는 뜻입니다.
에덴동산에서 해야 할 유일한 일은 사랑뿐이었습니다.
이는 하늘나라의 행복을 위해 유일하게 해야 할 일은 사랑뿐임을 알려주는 대목입니다.

그러나 아담 옆에는 다른 꿈들도 매달려 있었습니다.
그 꿈들은 선과 악을 알게 하는 나무의 열매들입니다.
하느님께서 원하시지 않는 일들입니다.
사실 사랑이 아니면 하느님은 아무 것도 원하시지 않습니다.
하느님은 오직 사랑만이 우리가 행복할 수 있음을 아십니다.
그러나 사랑은 힘들게 보이고 또 다른 꿈들은 탐스럽게 보입니다.
그러나 그 꿈을 추구하는 순간 주님을 만나는 시간이 두려움이 되어버립니다.
아직 만나지도 않았는데 두렵습니다. 그래서 무화과나무 잎으로라도 자신을 가리려합니다.
그러면서도 그 맛을 잊지 못하고 아직 다 먹지 못한 열매들을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것을 더 먹어야 행복할 것이라 믿어버립니다.
아주 많은 이들이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베드로는 물고기를 잡고 있었습니다.
그에게는 물고기를 잡는 일이 가장 가치 있는 일이었습니다.
그러나 예수님은 사람을 잡는 일을 하자고 그를 부르십니다.
새 아담이 되어 동물들에게 이름을 지어주라고 하시는 것입니다.
다른 일은 생각하지 말고 그저 복음만 전하고 영혼만 구하라고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자신을 위해 해오던 일을 포기해야합니다.
이것이 거룩한 부르심입니다.

정말이지 자신만을 위해 꿈을 꾸는 것은 참으로 큰 스트레스입니다.
많은 연예인들이 그 인기의 그늘에서 벗어나게 될까봐 두려워 자살을 하거나 약물중독자가 되기도 합니다.
정치인들이나 재벌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선악과라는 꿈을 쫓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에덴동산에서 아담에게 주어졌던 유일한 꿈이자 일은 복음을 전하는 것이었습니다.
하느님께서 그런 일을 시키신 이유는 오직 그것만이 아담을 행복하게 해 줄 수 있음을 아셨기 때문입니다.

성소 즉, 거룩한 부르심은 결국 영혼을 구원하는 일을 시킴으로써 에덴동산의 행복을 주시기 위한 것입니다.
저 또한 이전의 꿈을 지금도 꾸고 있지 않은 것에 참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성소란 참 행복으로 이끌 수 있는 유일한 꿈인 선교를 위한 부르심입니다.

마더 테레사 수녀가 미국을 방문하여 어떤 도시에서 강연을 마치고 나오는데
많이 배우고 돈도 많아 보이는 젊은 여자 한 사람이 데레사 수녀를 붙들었습니다.
“나는 지금 자살을 결심하고 있습니다.
도저히 더 이상 살아갈 수가 없어요.”

이 말을 듣고 테레사 수녀는 이런 권면을 했습니다.
“그러나 자매여, 자살하기 전에 내가 자매에게 한 가지만 요청하고 싶어요.
내가 있는 인도의 캘커타에 와서 나와 같이 한 달만 일하고 난 후에 자살을 하세요.”
이 여자 교우는 그 요청을 받아들이기로 하고 테레사 수녀를 따라서 인도의 캘커타로 갔습니다.
거기서 그녀는 한 치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오랜 기아와 질병으로 까맣게 말라 비틀어 죽어가는 그들을 붙들고 부지런히 간호하고 치료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살고 싶어졌습니다. 삶의 의미를 발견하게 된 것입니다.
‘내게도 살 만한 보람이 있었구나.’

그러나 세상에 살다보면 온전히 사랑에 투신하는 것이 쉽지 않습니다.
온전히 사랑에만 투신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하겠습니까?
그것을 위해 주님은 지금도 여러분과 자녀들을 부르고 계십니다.
진정 행복하기를 원한다면 성소자의 길을 가는 것만큼 행복할 수는 없다고
저는 자신 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제가 사제가 됨으로써 우리 가정이 받는 축복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주님의 거룩한 부르심은 우리 모두를 에덴동산의 행복으로 초대하는 부르심인 것입니다.

전삼용요셉신부
 

  • ?
    남정희 2016.05.06 16:07
    좋은 말씀들 입니다. 알면서 행하지 못해 부끄럽습니다...
    긴 글쓰신 세례자 요한 형제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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