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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앙체험 수기 공모 - 옥포성당 이동희(안젤라) 2023.12.29

 

* 평화신문 신앙체험 수기 공모에 응모 하셨던 옥포본당의  

이동희(안젤라) 자매님의 거룩하고 아름다운 신앙체험 수기

본당공동체 모든분들과 함께 나눔으로 올려드립니다. 

신앙체험 수기 공모에 참여하신 내용을 보내주신

안젤라 자매님께 감사드리며

주님의 은총과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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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을 만나고 참 기쁨을 알게 된 2023

 

 

 

아침 출근길은 항상 바쁘다.

그러나 나의 발걸음은 어느새 성모님 앞에 앉아 있고

어머니 저 왔어요하고 나의 하루를 봉헌 드리며

오늘 하루도 나의 생각과 말과 행위가 하느님께는 영광이 되고,

예수님의 이름을 거룩히 드러낼 수 있도록 저와 함께 해 주세요라고

기도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저녁 퇴근길도 항상 바쁘다.

그러나 나의 손에는 묵주가 들려져 있고

나의 발걸음은 저녁미사를 드리기 위해 성전에 앉아

아버지 저 왔어요하며 기쁜 마음으로 기도하고 있는 나를 발견한다.

 

오늘 하루도 제가 하느님 안에 머무를 수 있도록 저에게 성령을 보내주시고

주님께서 바라는 일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신 하느님께 예수님께 찬미와 감사드립니다.”라고

기도드리는 달라진 나를 보며 내 자신도 깜짝 놀란다.

 

나의 모든 일상에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예수님이 옆에 계시고

나와 함께 하심이 느껴질 때는 너무나도 기쁘고 심장이 두근두근해서

이러다가 심장마비 걸려 죽을 것 같다는 생각이 느껴질 만큼 가슴 설레 이기도 했다.

 

처음부터 이렇게 열심히 신앙생활을 하며 꾸준히 기도하고

예수님과 가까이 지내며 진실한 믿음을 가진 신자는 아니었다.

생각해보니 작년부터 나에게 큰 변화가 있었다.

 

나는 어렸을 때 스카풀라를 하고 묵주기도를 열심히 하시던

할머니를 보면서 자랐고 어렸을 때부터 중고등학교까지는 열심히 성당을 다녔다.

청소년 시절 수녀님이 되고 싶었던 적도 있었고 선생님의 추천을 외면하고

천주교 재단의 고등학교에 원서를 낼 만큼 열심히 성당을 다니던 나는

대학생이 되면서부터 냉담을 하게 되었다.

 

무려 25년 이라는 긴 시간을 예수님을 잊고 바쁘게 살아왔다.

세상이 원하는 내가 되기 위해 열심히 노력했고, 세상이 바라는 것을 추구하며

직장, 자녀교육, 내 집 마련 등 물질의 탐욕과 세속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결혼을 하면 성가정을 이루고 행복하게 살고 싶다는 마음 깊은 곳에서의 외침과는 달리

비신자 남편을 만나 성당을 다녀온 날에는 어김없이 큰 다툼을 하게 되었고 그럴 때마다

나는 갈등을 이기지 못하고 성당 다니는 것을 포기했다.

 

다행히도 2명의 자녀를 키우면서 가장 잘 한 일은 첫영성체 교육을 받고 세례를 받게 하여

예수님을 알게 해 준 것이었다. 내가 아무리 설득해도 성당에 다닐 마음이 없던 남편은

우연히 아는 지인을 통해 결혼 한지 20년 만에 세례를 받게 되었다.

드디어 세례를 받게 되다니 너무나 큰 감동이었고 하느님! 감사합니다!!”하고 외쳤다.

그런데 기뻐한지 몇 시간 만에 사소한 다툼으로

남편은 세례 받을 때 선물 받은 묵주 반지를 집어 던졌고 성당을 떠났다.

 

그렇게 나는 또 직장일에 집안일에 중고등학생이 된 자녀 뒷바라지에

모든 에너지를 쓰며 지쳐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하루 종일 힘들게 일하고 피곤에 지쳐 집에 왔을 때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신부님께서 보낸 정성스러운 편지와 함께 동봉된 묵주 팔찌를 보았다.

 

옥포성당 주임 김대열 가브리엘 신부입니다.” 하고 시작된 편지글을 읽으며

얼마나 많이 울었는지 모른다.

! 내가 예수님을 믿는 천주교인 이었지... 지금 내가 무엇을 하며 살고 있는가!

힘든 현실 생활 때문에 예수님을 잊고 더 바쁘게 나를 구속하며 억울해하며 외로워하며

그럴수록 더 일에 파묻혀 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편지 속에 담긴 내 아버지와 어머니가 나를 버릴지라도 주님께서는 나를 받아 주시리라라는

말씀이 주홍글씨처럼 가슴에 깊이 새겨졌다.

하느님 감사합니다. 저를 버리지 않고 기다려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감사기도를 드리고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냉담을 풀고 성당을 다니게 되었다.

오랜만에 드리는 미사는 조금 어색했지만 금방 편안해졌다.

그리고 미사만큼은 빠지지 않으려고 노력했다.

 

처음에는 주일 미사만 다녔는데 가끔씩 퇴근 후 저녁미사도 참석하게 되었다.

미사시간이 너무 좋았다. 미사 시작시간부터 끝날 때까지 한 말씀 한 말씀 한 단어 한 단어가

가슴에 콕 새겨졌다. 모든 말씀이 너무 좋았다.

독서 말씀도 복음 말씀도 강론 말씀도 예수님이 살아계신 그 시간 속으로 빠져드는 것 만 같았다.

직장생활이 너무 바빠서 평일미사는 난 할 수 없어에서 미사 시간이 너무 좋아서 하던 일을

멈추고라도 평일미사 까지도 난 할 수 있어로 점점 바뀌고 있었다.

 

오랜만에 성당을 가게 되었을 때 나에겐 큰 고민이 있었다.

고백성사를 어떻게 볼까? 25년 동안 지은 죄가 엄청 많은데 어떻게 다 말씀드리지?

두렵고 앞이 캄캄했지만 용기를 내었다.

내 심장소리가 귓가에서 들릴 만큼 심장 쿵쿵 거리며 걱정 한 거와는 달리

그 시간은 나에겐 온전히 평화로운 치유의 시간이 되었다.

나의 이야기를 진심어린 마음으로 귀담아 들어주셨고 오히려 나의 상처를 살펴봐주셨고 위로해주셨다.

신부님께서는 몇 가지 질문을 하셨는데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하면서 내 마음이 오히려 편안해졌다.

 

자비로우신 하느님께서는 나의 모든 잘못을 다 용서해주시는 분이시라고

따뜻하고 자상하게 말씀해 주시며 아픔을 치유해 주셨고 용기를 북돋아 주셨다.

지금 생각해 보니 그 날 그 시간 고백성사를 보던 그 때,

나는 나의 잘못을 진심으로 뉘우치며 회개의 눈물을 쏟았고,

신부님 말씀을 통해 예수님께서 함께 계셨고 나를 용서하시고 나를 안아주셨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날 내 영혼을 구원해준 심정현 요한드라살 신부님께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다.

 

 

어느 날 저녁미시 시간 이였다.

신부님께서 성체를 들고 그리스도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함께 그리스도 안에서 성령과 함께...”

라는 노래를 하실 때였다. 눈을 감고 있다가 떴는데 시간이 멈춘 것 같았고 내 몸이 하늘로

떠오르며 미사를 드리고 있는 제단이 천국처럼 느껴졌다.

아주 아주 짧은 시간 이였지만 또렷한 그 느낌은 예수님을 만나고 싶어 하던 나를

평일미사에도 빠지지 않고 다닐 수 있도록 만들었던 것 같다.

 

열심히 다니면 또 체험할 수 있을까 했지만 더 이상 그 날의 체험은 다시는 일어나지 않았다.

그렇치만 난 더 열심히 성당을 다니게 되었다. 퇴근 후 곧바로 성당에 가서 저녁미사를 드렸고,

신부님들의 특강도 찾아다니며 듣고, 성경읽기도 하고, 성경쓰기도 하고, 틴스타 교육도 받고,

성가대에 입단하여 성가를 배우고 단원들과 화음을 맞추고 있다.

하느님을 위해 찬미와 영광의 노래를 부르는 시간이 얼마나 기쁘고 감사한지 이것이 바로

예수님께서 나에게 마련해주신 은총과 축복의 시간임을 요즘 체험하고 있는 중이다.

 

3년 전쯤 일이다. 보석 십자수를 만들며 취미생활을 하는 친구가 있었다.

손에 잡히지도 않는 아주 작은 보석을 바늘 같은 도구를 이용해서 그림에 맞춰

색을 배열하고 붙이는 건데 저렇게 힘든걸 어떻게 할까?’ 생각하면서도

빛의 반사에 따라 반짝이는 자태가 너무 아름답고 예뻐서 완성된 작품 속으로 빠져 들었다.

나도 보석십자수를 완성해 보겠노라 생각하며 풍경, 인물, 명화, , 귀여운 만화 케릭터 등

다양한 그림을 살펴보던 중 나를 사로잡는 그림이 하나 있었다.

 

그 당시에는 나는 이 작품이 정확히 무슨 그림인지도 몰랐다.

어떤 여인이 예수님과 대화를 하는 장면이었는데 그 모습이 그저 부럽다는 생각을 했다.

요한복음 4장에 나오는 사마리아 여인 이야기의 그림이었다.

27개월에 걸쳐 26,245개의 아주 작은 보석을 그림 그리듯 한 알 한 알 수놓으며 드디어 완성했다.

 

이 작품을 만들면서 나는 보석을 하나씩 붙일 때 마다 예수님 보고 싶어요.

저 여인처럼 저도 예수님 만나고 싶어요. 저한테 한번만 와주세요.”

마음속으로 수도 없이 얘기했다.

내가 이렇게 간절하게 부탁하는데, 재물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닌데,

왜 꿈에서라도 나타나지 않으시나요?” 때론 원망도 했다.

이 작품을 끝내기 몇 일전쯤이었다.

 

그날도 투정 섞인 말투로 내가 이렇게 이렇게 보고 싶다고 하는데

예수님께서는 어디서 뭐하고 계십니까?

나도 저 여인처럼 예수님 만나면 하고 싶은 얘기가 아주 많아요.” 하고

작품속의 여인을 부러워하고 있었는데 가슴을 울리는 말씀이 느껴졌다.

이미 내가 너에게 보내주지 않았느냐? 내가 지금 너와 함께 하고 있단다.”

부드럽고 따뜻한 음성이었다. 자상하게 내 가슴을 울린 그 말씀을 듣고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생각에 한참을 멍하니 앉아 있었다.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미 난 예수님을 만나고 있었다. 미사를 드리면서,

여러 신부님들의 강의를 들으면서 예수님을 느끼고 있었기 때문이다.

깨닫고 난 순간 난 너무 기뻐서 입가에 번지는 미소를 느낄 수 있었다. 행복했다.

이것이 바로 예수님을 만나는 참 기쁨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미사를 마치고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계단 아래에서 환한 표정으로 웃으시는 천사 자매님이 나를 불렀다.

꾸르실료 교육을 받으러 가라고 했다. 평소 같으면 직장일이 바빠서 좀 어렵다고 했을 텐데

나도 모르게 , 34일 정도는 직장 휴가 낼 수 있습니다. 제가 교육 다녀오겠습니다.”

이렇게 말해 버렸다. 난 무슨 교육인지도 모르면서 직장 일정을 알아보지도 않고 대답부터 해버렸다.

 

직장 업무는 미리 챙기리라. 이제부터는 예수님을 만날 수 있는 교육이라면

무슨 교육이든 찾아다닐 것이며, 성당 일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은 뭐든 열심히 해 보겠다는

생각을 했다. 교육 날이 다가오니 미사를 할 때마다 나를 위해 기도한다고 한다.

교육하는 날은 직접 창원 교육원까지 데려다 주기까지 했다.

 

무슨 교육이기에 이렇게 많은 기도를 해주는 것일까?

그리고 교육원까지 운전도 해주시고 조금 의아했지만 기분도 좋았고 감사했다.

성당에서는 원래 이렇게 교육받는 분들을 위해 기도도 많이 해주고 교육 장소까지 데려다 주는

친절하고 따뜻한 곳이구나... 라고 크게 감동받으며 나 또한 받은 만큼 더 많은 것을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겠노라 다짐해보았다.

 

꾸르실료 교육 접수를 하고 나를 데려다준 분들이 떠나고 성전으로 들어갔다.

성전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아주 큰 대형의 자비의 예수님성화가 벽면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자비의 예수님 성화를 보는 순간 터져나오는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교육은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너무 많이 울어서 눈이 퉁퉁 부어올랐다.

첫 수업을 할 수 없을 만큼 몇 시간을 평펑 울었던 것 같다.

예수님 말씀을 들었기 때문이다.

 

내 가슴속으로 내 온 몸으로 예수님 성심에서 나오는 빛이 나를 감싸는 것 같았다.

안젤라야, 그동안 많이 힘들었지, 잘 참고 잘 견뎠어.

무거운 십자가 지고 따라 오느라 고생 많았어. 힘들었던 고통의 시간 내가 다 알고 있단다.

이제부터는 나에게 모두 맡기고 넌 내 품에서 편히 쉬거라.” 따뜻하고 부드러운 음성이 또 느껴졌다.

아주 친절하면서도 자상하였고 그리고 또렷하게 예수님의 말씀이 느껴졌다.

 

성경책을 읽을 때마다 예수님의 말씀은 이해가 잘 되지 않았고, 어려웠고,

때론 무서운 분이시라서 조금만 잘못하면 혼내고 때론 매몰차게 말씀하시고

과감하게 버리는 분인 것 같기도 해서 두렵다는 생각도 했다.

그런데 내가 예수님을 만날 때에는 항상 부드럽고 따뜻하고 자상하게 말씀하신다는 것을 느꼈다.

그렇게 34일의 교육을 통해 난 또 예수님을 만났다.

 

올해 초 난 생활성가 듣기에 폭 빠져 있었다.

틈만 나면 유튜브에서 생활성가를 찾아 들으며 가사를 의미하며 감동을 받고

아름다운 선율에 빠져 몇 시간을 듣고 또 들었다.

찬미와 찬양, 하느님께 영광을 드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얼마나 좋으면 저렇게 찬양하는 노랫말이 쏟아져 나오는 것일까?

 

 

예수님을 만나고 싶은 애절한 사랑의 표현,

하느님께 영광을 돌려드리는 감격스러움과 감사함의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생각하며

생활성가를 듣고 있으면 내 상처가 아물고 아픔이 치유되는 것 같았고 기쁘고 행복하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자주 듣는 생활성가가 있었다. ‘성가 불러주는 신부님의 곡들과 쟌마리 수녀님의 노래였다.

쟌마리 수녀님과 추준호 예레미아 형제님이 함께 부르는 아무것도 너를노래를 듣고 있으면

나도 이렇게 맑고 고운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고 싶다. 열심히 연습해서 내가 예수님을 만나는 날

천국에서 꼭 아름다운 노래를 불러드려야지... 이런 생각도 해 보았다.

 

대학생이 된 딸의 자취방을 구하고 짐정리를 하기 위해 아들이랑 서울에 간 적이 있다.

저녁을 먹고 밤 9시쯤 서울에서 거제로 출발했는데 피곤할 때 마다 휴게소에서 쉬어가며

8시간 동안 운전을 했다.

날이 환해질 무렵 집 근처에 도착했을 때 옆에 앉아 있던 고등학생 아들 미카엘이 얘기를 했다.

그리고 이어진 대화의 내용이다. “엄마 조금만 빨리 운전해줘” “곧 도착하는데.. ?”

“8시간 동안 같은 노래만 들었더니 다 외웠어. 다음곡이 뭔 줄 알아?”

뭐지? 엄마는 잘 모르겠는데..” “다음 곡은 두려워 말라야 난 이 곡이 나올까봐 지금 너무 두려워

얼마나 크게 웃었는지 모른다. 그리고 아들한테 너무 미안했다.

나만 생각하며 7곡을 8시간 동안 되돌려 이어 들으며 나 혼자 좋아하며 운전을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아들한테 살짝 협박도 했다. “엄마가 지금 너무 피곤해서 엄마가 좋아하는 이 노래를 듣지 않으면

교통사고 날 것 같아. 그러니까 엄마가 좋아하는 음악 같이 들으면서 가자

싫다는 한마디 하지 않았던 아들이 얼마나 힘들었으면 집 도착하기 직전 이런 말을 했을까?

그 날 난 나만을 생각했던 점에 대해 크게 반성했고 아들한테 사과했다.

슬픈 일이지만 그 날 이후로 아들은 생활성가를 싫어한다.

 

3월에 있었던 일이다.

이 일은 나에겐 기적이라는 말로만으로 설명 될 수 있는 일이다.

외삼촌댁이 대구에 있는데 어머니를 모시고 외삼촌댁에 가서 하루 자고 와야 했다.

잠을 자고 일어난 날은 토요일 아침이었다. 새벽부터 잠을 설치며 아침 일찍 일어났다.

미사 드리러 성당에 가고 싶어서 어디 성당을 갈까 하고 인터넷을 검색하며

가고 싶은 성당을 살피고 있었다.

 

외삼촌 집에서 1시간 정도 걸리는 먼 곳이었지만 왠지 성김대건 성당에 가고 싶었다.

미사도 드리고 성지순례 책자에 도장도 찍을 수 있는 성당도 있었지만

내가 다니는 옥포성당 주보성인의 이름을 가진 성당은 어떤 곳일까 궁금했다.

성당 이름이 나를 사로잡은 성당, 오늘 미사드리고 봉헌하고 싶은 성김대건 성당,

예수님께서 내가 성김대건 성당을 선택 할 수 있도록 이끌어 주셨던 것 같다.

 

인터넷에는 오전 10시 미사였다. 1시간 전쯤 여유 있게 도착했다.

미사 시간이 다되어 가는데도 신자분들은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갑지기 수녀님 한 분이 제대로 올라오셔서 분주하게 미사준비를 하는 것 같았다.

11시로 바뀌었나 생각하며 계속 기도하고 앉아있었다.

한참을 기다렸는데도 아무도 오지 않았고 조용하기만 했다.

 

 

수녀님께 미사시간을 여쭤보니 오후 4시에 어린이 미사가 있고

코로나 때문에 10시 미사는 없어졌다고 했다.

수녀님께서도 이 곳 성당으로 옮긴지 일주일도 안 되었기에 아직 모르는 것이 많다고 하셨다.

많이 아쉬웠다.

어디를 갈까 잠시 고민하다가 마스크를 쓰고 계셨지만

제대에 계신 수녀님을 어디서 많이 뵌 것 같아서 성함을 여쭤봤다.

설마 아니겠지... 그래도... 혹시나... 하며 여쭤봤는데 유튜브에서 내가 자주 들었던

아름답고 고운 목소리의 주인공 쟌마리 수녀님이라고 하셨다.

 

우와~~!!! 어떻게 이런 일이...’

수녀님 노래를 많이 듣고 있다고 말씀드리고 부둥켜안고 얼마나 기뻐했는지...

무안했을 것 같았지만 싫어하지 않고 반갑게 안아주셨던 수녀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어린이 미사를 드릴려니 5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혼자 성당에 앉아 묵주기도도 하고 십자가의 길 기도도 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쟌마리 수녀님과 보좌신부님께서 어린이 미사에서 함께 부를 노래

아무것도 너를를 연습하기 위해 제단으로 나오셔서 화음을 맞추며 성가 연습을 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를 나만을 위해 부르는 것만 같았다.

이렇게 감동적일 수가... 너무 아름답고 고운 목소리로 부르는 노래를 이 큰 성당 성전에

나만이 앉아서 듣고 있다는 것이 실감이 나지 않아서 눈물이 날 정도였다.

이 또한 얼마나 놀랍고 크신 예수님의 선물인가를 연발하며 하느님께 감사드렸다.

 

예수님의 선물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성김대건 성당에서 어린이미사를 드리기 위해서는 점심을 먹고도 3시간을 더 머물러야 했기에

성당 내부를 구경하고 있었다. 여기저기를 돌아보다가 성가 불러주는 신부님의 음악 피정이라는

베너를 보았다.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한 달 후, 성김대건 성당, 저녁미사 후 음악피정,

내가 좋아하는 성가 불러주는 신부님의 음악 피정이라니...

 

달력에 빨간 매직으로 크게 동그라미를 그렸다.

한 달이 얼마나 길었는지 모른다. 오전에는 농촌일손돕기 행사가 있어서 밭에서 열심히 일을 했다.

여성봉사단 회원들과 함께 부직포도 걷어내고, 잡초도 뽑고, 땅을 갈아서 여러 가지 모종도 심었다.

서둘러 일을 끝내고 오후에는 휴가를 내고 대구 성김대건 성당으로 달려갔다.

미사를 하는 시간이 얼마나 긴장 되었는지 모른다.

 

유튜브에서는 얼굴도 이름도 나오지 않았기에 어떤 분일까 엄청 궁금했다.

그런데 이건 또 무슨 일인가~!!! 성가 불러주는 신부님께서 심한 감기에 걸려

노래를 부를 수 없다고 하시며 음악피정 시간이 사도 바오로 성인의 전도여행에 대한

특강 시간으로 바뀌게 되었다.

많이 아쉬웠지만 아픈 중에도 특강해주시는 신부님을 위해 감사기도를 드렸다.

바오로 사도의 삶과 일화들이 너무 감동스러워서 숨죽여 들을 만큼 성인의 삶 속에 빠져들었고

몰랐던 부분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특강이 끝날 무렵 사도 바오로 성인은 내 가슴에 훅 하고 살아 들어오는 것 같아서

나도 성인의 삶을 닮아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특강을 마치게 되었다.

 

오전에 농장에서 흙을 뒤집어쓰고 힘들게 일하고 운전해서 타지역을 온 탓인지

너무 긴장한 탓인지 도무지 집에 갈 수 없을 만큼 힘들었고 갑자기 피곤이 몰려왔다.

중고등학교 때 함께 성당을 다닌 친구가 대구에 살고 있어서 연락을 해 보았다.

오랜만에 갑자기 연락을 했는데도 너무 반가워하며 지금 바로 집으로 오라며 반겨주었다.

조금 미안했지만 보고 싶은 친구 얼굴도 보고 하룻밤을 자기 위해 친구 집으로 갔다.

친구는 다음날 함께 대구 여행을 하자고 했고

대학 다닐 때 열심히 다닌 성당을 구경시켜 주고 싶어 했다.

대학거점성당이라고 하는 압량성당에 도착했다. 새로 신축한 깨끗하고 아름다운 성당이었다.

 

잠시 기도 드리기 위해 내부에 들어서는 순간 기절할 것 같았다.

또 예수님을 만난 것 같은 생각에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성당 문을 열고 들어서는데 1층 옴니아홀 바닥 전체가 바오로 사도의 3차례 전도여행길과

예루살렘에서 로마까지 복음을 선포하신 길이 바닥에 음각으로 새겨져 있었다.

압량성당의 주보성인은 바로 사도 바오로 성인이였다.

 

하루전날 음악피정을 기대하며 대구에 올라왔는데 음악피정 대신 사도 바오로 성인을 만났고

성인이 살아온 발자취에 감동받았기 때문에 아직도 내 가슴에는 사도 바오로 성인의 말씀이 살아 있었다.

이것은 절대 우연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약한 이들을 얻으려고 약한 이들에게는 약한 사람처럼 되었습니다. 나는 어떻게 해서든지

몇 사람이라도 구원하려고, 모든 이에게 모든 것이 되었습니다.” 사도 바오로가 코린토 신자들에게

보낸 편지 내용을 생각하며 1차 전도여행길 부터 3차 전도여행길 까지 그리고 로마 복음 선포길을

지도를 따라 걸어보았다.

 

한 걸음 한 걸음 이 길을 따라 걸으며 성인께서 남기신 말씀을 내 영혼에 새겨 보았다.

그리고 왜 예수님께서 나에게 이렇게 큰 선물을 주셨을지 생각해 보면서 거제로 내려왔다.

생명의 빛, 말씀의 빛, 그리스도의 빛을 따라 나도 이 길을 걷겠습니다.

이 길을 걷는데 방해되는 모든 것은 버리겠습니다.

오직 주님께서 말씀하신 길을 걷다가 이 세상 소풍이 끝나는 날 당신 품에 안겨 기뻐하겠습니다.” 이렇게 기도하고

오늘 하루를 나에게 선물 주신 하느님의 크신 섭리와 은총에 감사하며 하루를 마무리 하였다.

 

2 아들 미카엘도 중학생이 된 이후로는 성당을 다니지 않고 있었다.

어느 날 엄마가 요즘 성당에 열심히 다녀보니 너무 좋더라.

오늘은 엄마랑 성당 가서 미사 드리면 어떨까? 같이 가자라고 했을 때 싫어할꺼라 생각했는데

생각지도 못한 답변이었다. “~” 짧은 외마디 잘못 들었나?’ 착각 할 만큼 놀랐다.

그리고 기뻤다. “성당에 가서 미사는 보겠지만, 절대 절대 절대 고백성사는 보지 않을 것이니

고백성사 보라는 강요는 하지 말아줘라고 했을 때 마음이 편하지는 않았다.

그래서 미사 시간에 계속 기도했다.

 

예수님! 미카엘이 주님을 만나려고 여기 나왔습니다.

그런데 고백성사를 보지 않겠다고 합니다. 이 일을 어찌해야 할까요? 저는 모르겠습니다.

저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예수님께서는 하실 수 있는 일입니다.

당신의 아들이니 당신께서 도와주세요. 미카엘이 고백성사를 받고 영성체 할 수 있도록,

주님의 거룩한 몸과 피를 영 할 수 있도록 당신 뜻대로 이끌어주세요미사시간에 간절히 기도했다.

 

 

신부님의 축복이라도 받을 수 있는 미사 시간이 되기를 기도했다.

성찬의 전례 시간이 되고 영성체 하는 시간이었다. 수녀님께서 우리 옆으로 오셨다.

영성체를 할 수 없지만, 미사 후에 고백성사를 볼 생각이 있으면 영성체를 하세요.

제가 신부님께 말씀드리고 고백성사 볼 수 있도록 부탁드릴께요.”라고 미카엘에게 말씀해 주셨다.

아들 미카엘은 하고 말씀드렸고 이 날 미사에서 영성체를 하게 되었다.

그리고 미사가 끝난 후에 신부님께 말씀드리고 고백성사를 보고 집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이것이 도대체 가능한 일일까?

이 날 일을 생각하면 아직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다.

예수님께 감사함을 표현하고 싶은데 너무 감사해서 어떤 표현으로도 담을 수 없을 만큼

감사하고 또 감사한 일이었다.

내가 믿고 바라고 간절히 기도하면 불가능한 일도 가능하게 만들어 주시는 예수님이라는 것을 느꼈다.

 

아들 미카엘이 미사는 드리더라도 절대 고백성사는 안보겠다고 했을 때

나처럼 1020년 시간이 걸릴지도 모를 일이라 생각하며 마음이 아팠는데,

내가 믿고 바라고 간절히 기도 하던 순간, 하혈하던 여인이 예수님의 옷자락을 만지던 순간,

백인대장이 예수님께 주님을 모실 자격이 없으니 그저 한 말씀만 해 달라는 믿음의 말을 하던 그 순간,

지금 당장, 바로 이 순간 예수님께서는 이루어 주시는 분이라는 것을 깨달았고 앞으로는

내 모든 것을 주님께 믿고 바라고 기도하고 봉헌하기로 다짐했다.

 

신앙 편지 50이라는 게르하르트 로핑크 독일 신부님의 책을 우연히 읽게 되었다.

천주교에 다니고 싶어 하는 자녀를 위해 부모가 천주교 교리에 대한 궁금한 점을

로핑크 신부님께 편지를 써서 질문을 하면 신부님께서는 이 부모에게 답장을 써주는 형식으로 되어있다.

50통의 편지를 주고받으며 이어지는 내용인데 천주교를 어떻게 이해하고 받아들여야 할지에 대해

차근차근 쉽게 알려주지만 때론 깊이 있는 설명으로 신앙이 성숙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교리에 대한 내용뿐만 아니라 일상생활에 대한 어려움까지도 함께 고민해 주기도 한다.

처음엔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이 책을 읽게 되었는데 나에겐 조금 어려운 표현도 있었지만

책 내용 중에는 가슴에 새겨지는 좋은 말씀도 많이 있었다.

제대로 알지 못했던 교리 내용이나 가슴에 와 닿지 않았던 신앙적인 단어와 표현들을

좀 더 명확히 알게 된 점도 좋았고 감동스러운 문장들도 많아서 제법 진지하게 읽고 있던 중

나에게 큰 깨달음을 준 한 문장이 있었다.

 

교회는 성인들의 믿음으로 살아가며 무엇보다 먼저 예수님이 가신 길을 따라 살아가고 있습니다.’

이 한 문장에서 나의 뇌가 정지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오랜 시간 냉담 생활을 하다가

다시 성당을 나온 건 우연이 아니구나, 내가 모든 죄를 용서 받을 수 있도록 고백성사를 본 것도

우연이 아니고, 대구 성김대건 성당을 가게 된 것 또한 우연이 아니었다.

 

사도 바오로 성인의 특강을 듣게 된 시간도, 압량성당을 가서 전도여행 길을 밟아 본 것도,

이 책을 읽게 된 것 또한 우연이 아니였다는 생각이 들었다. 성인들의 말없는 기도와 믿음,

희생과 공로로 내가 구원받았고, 내가 모르는 세상 많은 분들이 했던 기도는 특히 냉담자를 위한 기도,

마음이 아픈 이를 위한 위로의 기도는 내가 변화 될 수 있도록 나에게 와 닿았다.

그리고 기도하는 모든 분들의 믿음은 나에게 은총과 축복이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미사시간 신자들의 기도를 할 때 냉담자들을 위한 기도, 교회를 위한 기도, 세계평화를 위한 기도,

연옥영혼을 위한 기도, 전쟁으로 희생된 이들... 가난한 이들... 질병으로 힘든 이들... 버림받은 이들...

이렇게 광범위 하게 기도하면 이 기도가 전달이 될까 라는 생각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제부터는

더욱 정성들여 기도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렇게 기도하더라도 예수님께서는 듣고 계시고 나의 믿음과 정성된 기도는 그 어디엔가 도달 할

것이라는 것을 나에게 알려 주시는 것 같았다.

 

내가 누군가의 기도로 은총을 받은 것처럼 나 또한 나를 알지 못하는 그 누군가의 아픔을 함께 나누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 앞으로는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우리 가족만을 위해서가 아니라

타인을 위해서, 우리 교회를 위해서, 연옥영혼과 힘들어 하고 아파하는 이들을 위해서,

성직자들이 굳건하고 거룩하게 살아갈 수 있도록 기도하고 싶다.

특별히 나처럼 오랜 시간 냉담 하는 교우들이 예수님께 되돌아 올 수 있기를 간절히 기도한다.

 

마지막으로 2023년 가장 기쁜 일 중의 하나는 성경말씀 깨닫고 실천하는 삶 살아가는 것이다.

아직은 부족하지만 사랑과 나눔을 실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앞으로도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성경책을 읽다보면 무슨 뜻인지 이해되지 않는 것이 많이 있었다. 때론 두렵게까지 느껴졌다.

예수님께서 하신 비유의 말씀이 나를 두고 이렇게 무섭게 말씀을 하시는 것일까?

나는 첫째 아들일까? 돌아온 탕자 일까?

나는 내가 받은 한 달란트를 땅에 숨기는 사람일까? 두 배로 불리는 사람일까?

이런 생각을 하면 정말로 무서웠다.

 

얼마 전 복음말씀 중 아흔아홉 마리 양과 길 잃은 한 마리 양에 대한 말씀이 있었다.

이 복음 말씀을 들을 때마다 나는 아흔아홉 마리 무리 속에 포함되어 살고 있을까?

혼자 외롭고 쓸쓸히 길을 잃고 헤매고 있을까? 예수님이 나를 애타게 찾아다니고 있을까?

아직도 못 찾았을까? 그냥 버리는 건 아닐까? 나를 찾아서 아주 기뻐하실까?

그냥 무리 속에 있는지 없는지 신경도 안 쓰고 있을까???

바보 같은 생각을 끊임없이 하고 있었다.

 

평소 엄청 궁금했던 내용이었는데 신부님의 강론 말씀을 들으며 아하~!!! 바로 이 말씀 이었구나~!!!’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다. 아흔아홉 마리 양도 내 모습이고, 길 잃은 한 마리 양도

내 모습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하느님이 원하지 않는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 하나를 고치는 것,

하느님이 원하는 길로 돌아서는 것,

이 하나를 고치면 하느님께서는 엄청 기뻐할 것이다. 라는 말씀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수님은 왜 항상 비유로 어렵게 말씀을 하시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지만 성경말씀을 하나씩 알게 될 때마다 너무 기쁘고 행복하다.

그리고 어려운 성경말씀을 늘 이렇게 쉽게 깨닫게 도와주시는 우리 옥포성당 김진현 프란치스코 하비에르 신부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예수님께서는 내가 힘들어 하고 원망 할 때에도 항상 나와 함께 하셨고,

나를 오랜 시간을 말없이 기다려 주고 계셨다는 것을 알게 된 2023년이다.

그동안 예수님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 준 많은 분들을 위해,

내가 알고 지내 온 소중한 인연들을 위해, 앞으로 만나게 될 소중한 인연들을 위해,

그리고 앞으로도 영원히 만나지 못 할 소중한 인연들을 위해서도 기도합니다.

 

이 모든 분들이 예수님의 사랑과 평화안에서

오늘하루도 기쁨과 은총을 누릴 수 있기를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2023.12. 마산교구 옥포성당 이동희(안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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