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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본당 주임신부님
2017.11.28 08:29

피곤하다

(*.195.41.142) 조회 수 157 추천 수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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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곤하다

‘피곤(疲困)하다’라는 말을 사전에서 찾아보니 “지쳐서 고달프다”라고 합니다. ‘피곤’할 때는 그래서 잘 쉬는 게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자주 피곤을 느낍니다. 그리고 이 피곤함은 무조건 나쁜 의미로만 쓰일 것이 아니라 이제 조금 쉬어라는 이야기로 이해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이 ‘조금’ 혹은 ‘잠시’ 쉬는 것이 언제까지냐에 대한 식별(識別)이 필요한 것입니다. 사실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은 이러한 식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생겨납니다.

그리고 이러한 ‘식별’이 지혜를 말합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에게는 참된 지혜가 필요한 법이지 않겠습니까?(오늘의 제1독서를 보십시오)

복음에 나오는 열 처녀에 관한 비유 말씀 중 미련하다고 흔히 여겨졌던 다섯 처녀의 모습은 ‘때’을 잊어버렸던, 식별이 부족했던, 지혜가 부족했던 우리의 모습은 아닐까 싶습니다. 다섯 처녀는 피곤했고 그래서 그 피곤함을 이기지 못했고 그래서 그 ‘때’를 놓쳐버린 뿐이지만 그 때문에 정작 중요한 ‘무엇’을 잃어버리게 된 것입니다.

우리 신자들도 때로는 과도한 긴장감 속에 살아갑니다. 마치 팽팽하게 당겨진 활 시위처럼 그렇게 살아갑니다. 혹시라도 내가 하느님의 법에 어긋나지 않았는지? 혹시라도 내가 주님 사랑의 계명을 충실하게 살피지 못했는지? 늘 그렇게 살피며 살아가고 또 부족한 자신을 늘 채찍지하다보니 이제 남은 것은 “아유, 피곤해”가 아닌지요? 주님은 아직 멀리 계시고 나는 온 종일 지친 몸을 이끌고 나아왔으나 등에 무거운 짐을 올려놓은 것 같은 힘겨움은 잘 가시지 않습니다.

피곤하시죠?
그럴 때 잠깐 쉬세요.

깨워드릴께요.

그래서 혼자서는 참 힘들고 함께 하는 거랍니다.

잠시 눈을 붙이고 그렇게 계세요.

그럼 제가 깨워드릴께요. 그리고 저도 잠간 눈을 붙이께요. 당신이 깨워주세요.

그러면 되요.

잠시만 저를 믿고 눈을 붙이고 그렇게 계세요.

당신은 이제 일어나 오시는 주님을 맞으세요.

환한 웃음으로, 두 팔 벌린 가슴으로 주님을 맘껏 맞으세요.

죽비소리가 들려요.

오시는 지혜를,

우리의 신랑을,

참된 하느님을 그렇게 맞으세요.

그런데,

지금은 잠시 쉬세요. 수고많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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