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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본당 주임신부님
(*.195.41.142) 조회 수 415 추천 수 1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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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진 머리, 단정하게 앉은 모습, 자애로운 어머니 같은 웃음과 겸손한 무릎, 하나씩 꼭 잡수라고 건네시던 음료수 한 병, 돌아서는 우리를 끝까지 쳐다보기 위해 툇마루까지 나아와 앉아 흔드시던 손, 신부님, 요즘은 기도하다가도 자꾸 잠이 든다고 하시던 말씀, 그리고 끝내 놓지 못하시던 자식들의 신앙 걱정, 성당에 못나가는 기 제 죄라고 하시던 어머니, 그분이 이제 이 세상에서의 온갖 삶을 마치시고 그토록 원하시던 자녀들을 앞세워 이 곳 성당에 오셨습니다.

 

지말순 누실라 할머니, 꼭 할머니가 살아계시면 저 모습이실 것만 같은 그 어머님이 이제 92의 일기로 세상 모진 여정을 마치고 오늘 하느님께 돌아가십니다. 1926년 조선의 마지막 황제인 순종이 이 세상을 떠나시던 때 이 세상에 오시어 모진 일본 제국시절을 살았고 격변의 시절을 다 겪고 아마도 이제는 하실 일이 더 없이하여 이 세상에서 하느님께로 돌아가십니다. 큰 고통도 겪지 않으시고 평소 살아지신 그 모습대로 이 세상을 떠나시니 우리는 황망하지만 루실라 할머님은 참 평안함 마지막을 맞이하셨습니다.

 

잠깐 눈 감으면 꿈만 같은 그리고 살아온 92년 성상은 참 모질고 힘겨운 때도 있으셨겠지만 이제 자식들 걱정이랑 이 세상 걱정이랑 모두 놓으시고 주님 안에 평안한 영면에 드시길 기도드립니다. 그토록 기도드리셨던 김대건 신부님도 만나시고 김수환 추기경님도 만나시고, 이 세상에서 그 모습 그대로 단아하고 이쁘게 하느님도 만나시길 기도드립니다.

 

루실라 할머니 안녕히 잘 가세요. 꿈꾸시듯, 잠자시듯 그렇게 평안히 가십시오. 아무래도 하느님께서 루실라 할머니를 그렇게 사랑하시어 고통 겪지 않게 이 세상을 떠나시니 우리 모든 신앙인이 그토록 바라던 마지막인 듯 싶습니다. 이 세상 살아가시면서 흩뿌려놓으신 자녀들을 통해 다시 살아나시고 부활날 하느님 안에서 다시 만나뵈옵길 기도 청하며 오늘 하느님께 오르시면 우리를 위해, 그토록 기도드리던 자녀들이 성당에 다시 나오도록 그렇게 기도해주십시오.

 

오늘 이렇게 그대를 보내드립니다. 안녕히 잘 가십시오.

 

루실라 자매님의 영혼과 이 세상을 떠난 모든 이들의 영혼이 하느님의 자비로 영원한 구원을 얻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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