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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성 운동(뉴에이지), 얼마나 알고 계십니까?

차 동 엽(인천교구 미래사목연구소 소장 신부)

 

 

1. 나는 신영성 운동(뉴에이지)과 무관한가?

 

혹여 신영성 운동(뉴에이지)이라는 단어에 익숙하지 않은 독자가 있다면 조금만 인내심을 갖기 바란다. 신영성 운동과 뉴에이지의 말뜻, 관계, 내용에 대한 설명은 이 글의 후반부에 나오게 될 것이다. 일단은 편의상 이 두 개념을 하나로 엮어서 사용하기로 한다는 점만 밝히고 넘어간다.

필자는 개별적인 만남이나 강의시간에 신자들과 신영성 운동(뉴에이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일이 많은데, 그때마다 신자들의 반응에 놀라곤 한다.

우선 이런 단어를 전혀 접해보지 못한 신자들이 대다수라는 사실에 당황한다. 어쨌든 가톨릭 계통의 언론매체를 조금만이라도 접할 기회가 있었어도 그렇게까지 깜깜하지는 않았을 텐데.’ 하고 아쉬워하기가 다반사이다.

그런 게 있구나.’ 하고 이미 알고 있었던 분들조차도 그리 경계심을 갖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 필자를 안타깝게 한다. 많은 신자들, 특히 열심히 신앙생활에 매진하고 있다고 자부하는 그리스도인들일수록 나는 신영성 운동(뉴에이지)하고 전혀 상관이 없다.”는 반응을 보이기 일쑤다. 자신들은 그쪽에 기웃거려본 적이 없고 오로지 성당만 열심히 다니면서 기도하고 성서 읽는 재미로 살아왔기 때문에 그런 것하고는 관계가 없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그렇지 않다. 단적으로 말하면, “나는 관계없다.”고 호언장담하는 사람들 곁에, 아니, 그들을 포함한 우리 모두의 곁에 뉴에이지는 이미 호흡하는 공기처럼 다가와 있다. 이 말을 듣고 당장 반기를 들고 나설 이도 있을 것이다. “그래도 나는.” 하면서 자신과 신영성 운동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노라고 열변을 토할 이도 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은 신영성 운동이 이미 우리 곁에 침투해 있다는 것이다. 좀 더 심하게 말하면 우리와 동거(同居)하고 있다.

그렇다면 무슨 근거로 이렇게 말할 수 있는가? 이를 밝히고자 자신이 신영성 운동과는 전혀 상관없다고 느낄지 모르는 독자를 대상으로 다음의 질문을 마련하였다.

- 초능력, (), 단전호흡, 염력(念力)이라는 말을 들어보거나 이러한 것에 관심을 기울인 적은 없는가?

- 틱낫한 스님의 저서, 이나 류시화의 책하늘호수로 떠난 여행,외눈박이 물고기의 사랑,성자가 된 청소부등과 같은 서적을 읽은 적이 없는가?

- 요가나 명상을 배워보았거나 주위 사람들에게 권유받은 적이 없는가?

- ‘매트릭스’, ‘사랑과 영혼’, ‘반지의 제왕’, ‘해리포터’, ‘스타워즈’, ‘E.T.’, ‘은행나무 침대같은 영화를 관람한 적은 없는가?

- 조지 윈스턴의 디셈버(December)’나 앙드레 가뇽, 데이비드 란즈 등의 클래식 음악이나 태교 음악, 명상 음악 등을 들어본 적은 없는가?

- 신문을 볼 때 오늘의 운세’, ‘띠별 운세에 관심을 갖거나, 재미삼아 화투 점이나 타로 점등을 쳐본 적은 없는가?

- 라엘리안 운동 등의 인간 복제, 외계인이나 미확인 비행물체(UFO)에 대한 뉴스 기사를 접하면서 솔깃한 적은 없는가?

 

위의 질문에 대해 완벽하게 아니오.”라고 답할 수 있는 사람을 제외하고는 우리 중 아무도 신영성 운동과 무관하다고 주장할 수 없다. 왜냐하면 위에서 열거한 내용들은 우리 주변에서 쉽게 접하게 되는 것들이며, 그 저변에 깔려있는 사상이 신영성 운동류()이기 때문이다.

신영성 운동이 얼마나 대중문화 속에 침투되어 있는지에 대해서 가톨릭 신문은 이렇게 보도하고 있다.

인기 T.V. 드라마나 C.F.에서는 뉴에이지 계열의 음악들이 자주 애용되고 영화에서는 유령, 영혼 등 접신주의나 영매사상을 담은 내용이나 E.T. 이후 외계인들과의 접촉, 투쟁을 그리거나 신적 존재로서의 외계인에 대한 묘사 등이 S.F.적인 상상력을 바탕으로 쏟아졌다. 컴퓨터 게임에서는 우주를 배경으로 외계 종족 간의 전투를 벌이거나 신들의 전쟁을 모티브로 하는 것들이 셀 수 없을 정도이고, 출판계에서도 전생과 환생을 다룬 책들, 수련을 통한 영적 성장, 초능력 계발 등을 주제로 한 책들이 베스트셀러나 스테디셀러 목록에 빠지지 않고 있다. 분명히 이러한 뉴에이지적인 문화 현상들 중에는 종교적인 요소들이 게재돼 있는 사례들이 발견되고 있으며 더욱이 그것이 대중들을 대상으로 하는 대중매체들을 통해 교묘하고 점진적으로 확산되고 있기 때문에 더 세심한 분석과 대처방안의 마련이 필요하다”.

신영성 운동은 이렇게 버젓이 우리 문화의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것들에 대해서 그리스도인들이 아무런 경계심 없이 너무나 친숙해져 있다는 사실이다. 라디오나 거리의 레코드점에서 울려퍼지는 신영성 운동 계열의 음악에 대해서, 시내 중심가 극장을 점령하고 있는 각종 신영성 운동 관련 영화에 대해서, 서점가의 베스트셀러로 부상하고 있는 신영성 운동 관계 서적들에 대해서, 안방에서 우리의 자녀들이 보는 신영성 운동 계열의 만화와 온 가족이 즐겨 보는 신영성 운동 계통의 외화나 드라마에 대해서 우리는 너무 가볍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아니, 전혀 비판적인 생각조차 하지 못한 채 재미있게 즐기고 있는 것이 오늘의 현실이라고 할 수 있다.

혹시 신영성 운동이라는 말마디를 처음 접한 독자라면 위에 제시한 범위가 넓은 데 대해서 어리둥절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신영성 운동은 그 이상으로 넓은 분야에 퍼져있다. 지금까지 확인된 영역을 분류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최면술, 전생요법에 따른 심리치료, ()치료, 명상, 단전호흡, 요가 등 건강요법이다.

둘째, 귀신숭배, , 굿, 채널링(텔레파시 등을 통해 다른 의식체, 곧 잡령들과 교신하는 방법) 등 강신술(영매술)이다.

셋째, 녹색당, 그린피스 등의 생태환경운동이다(그들은 지구를 거대한 생명체, 곧 신으로 여기고, 인간을 그것의 미소한 일부라고 생각한다.).

넷째, 2003년 초 복제인간의 탄생소식으로 물의를 일으켰던 라엘리안 운동 등 외계인 숭배운동이다(이들은 하느님이 인간보다 몇 차원 높은 외계인이라고 주장하면서, 외계인이나 UFO를 숭배한다. 그리고 인간이 외계인에 의해 창조되었다고 믿고 외계인을 구세주로 기다린다.).

 

위에 나열한 것은 일부에 불과하다. 이처럼 신영성 운동은 건강, 유사종교, 정치, 과학 등의 분야에 문어발식으로 들어와 있는 것이다. 무서운 것은 신영성 운동이 문화와 사회현상을 교묘히 이용하여 현대세계에 스며들고 있다는 사실이며, 실제로 신영성 운동가들은 책, 영화, 음악, 상징물, 청소년 문화(만화, 게임 등), 아동 놀이물(포켓몬스터, 텔레토비 인형) 등 대중문화물들을 이용하여 자신들의 정신을 널리 퍼뜨리고 있다.

 

신영성 운동(뉴에이지)의 확산은 요즘 유행하고 있는 웰빙(Well-being)’과도 관련이 있다. 웰빙 열풍은 가히 신드롬이라 불릴 정도로 무섭게 확산되었다. 기업들은 신종 웰빙 상품을 잇달아 출시했고 신문과 방송에서도 연일 웰빙족의 생활을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다. ‘웰빙의 사전적 의미는 본래 행복이나 안녕이지만, 최근에는 바쁜 일상과 인스턴트식품에서 벗어나 건강한 육체와 정신을 추구하는 라이프스타일이나 문화 코드를 뜻한다. 따라서 웰빙족이란 이처럼 몸과 마음이 모두 건강한 삶을 중시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그런데 웰빙 문화는 신영성 운동이 강조하는 것들과 그대로 일치한다. 대표적으로 세 가지만 확인해 보자.

첫째, 신영성 운동이 을 강조하듯 웰빙족도 몸을 강조한다. 웰빙족은 일주일에 3-4일은 헬스클럽에서 몸만들기에 열중하고, 주말에는 온천욕을 즐기며 아로마 마사지에도 돈을 아끼지 않는다.

그들은 자신들의 목표인 몸짱에 도달하면 건강과 행복이 부수적으로 얻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건강을 위해서 유기농 식품을 선호하고 화학조미료를 멀리한다. 자기 몸을 가꾸고 단련해서 아름다움과 행복을 얻어 이를 과시하기 위함이다.

둘째, 신영성 운동이 자기계발을 강조하듯 웰빙족도 이를 강조한다. 웰빙족은 요가, 명상 등을 통해 삶의 스트레스를 풀고 자신의 능력을 극대화하고자 열중한다. 그들은 개인이 가진 잠재능력을 계발하기만 하면 각자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다고 믿는다.

셋째, 둘 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이들 양자는 인류의 보편적 가치나 이웃에 대한 사회적 책임보다는 자신이나 가정의 평안, 행복을 추구하는 것을 중요시한다.

결론적으로, 현대인은 모두가 예외 없이 알게 모르게 신영성 운동을 호흡하고 먹고 마시며살고 있다고 할 수 있다.

 

2. 신영성 운동(뉴에이지)이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신영성 운동이란 무엇인가? 도대체 무엇을 추구하기에 사람들이 그토록 매료되는 것인가?

한마디로 신영성 운동은 기존의 종교영성으로 대체하려고 시도하는 운동이다. 곧 종래의 종교의 시대에 마침표를 찍고 새롭게 영성의 시대를 개척하자며 운동을 벌이고 있는 일종의 신앙적 쿠데타이다. 그 생성 배경과 실체는 다음과 같다.

미래학자들은 21세기가 영성의 시대가 될 것이라고 예고하였다. 20세기 인류가 추구하였던 물질주의 유토피아는 결국 인류에게 행복과 평화를 가져다주지 못하고 오히려 많은 사람들에게 영적인 갈증만 심화시켰던 것이 그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사람들은 이 영적인 욕구를 기독교를 위시한 기성종교보다 부담을 덜 주는 종교의 기능적 대체물에서 충족하려 한다고 보았으며, 이런 조짐은 이미 20세기 후반기에 들어서면서 가시화되기 시작하였다.

이런 배경에서 생겨난 것이 신영성 운동이다. 사회학자 노길명 교수에 따르면, ‘신영성 운동이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학자는 일본 동경대학의 종교사회학자 시마조노 스스무였다. 그는 20세기 후반부터 소비문화가 발달한 대도시를 중심으로 전통종교들에 대한 대안으로 생겨난 새로운 영성(spirituality)’을 추구하는 운동이나 문화를 신영성 운동또는 신영성 문화라고 부르고 있다. 서구 여러 나라에서 확산되고 있는 뉴에이지 운동(New Age Movement)’, 일본에서 널리 퍼지고 있는 정신세계 운동’, 그리고 한국사회에서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 대부분의 ()수련등이 그 대표적인 것들이다. 이름이야 어떻든 이들은 모두 적어도 기존의 종교들이 하는 기능을 부분적으로 대체하는 대체종교로서의 성격을 지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면 이들 각각은 어떠한 역사적 생성과정을 겪어왔으며 무엇을 추구하고 있을까?

 

신흥영성 운동의 현상

 

1. 용어의 문제

 

신영성 운동이라는 용어가 일본의 종교사회학자 시마조노 스스무에 의해 도입되었고 우리나라에서는 노길명 교수에 의해 도입되었다는 사실을 밝혔다. 그런데 필자는 교우들과 사제들로부터 이 용어가 어떤 경계심을 불러일으키기보다는 오히려 기대감이나 호기심을 갖게 한다는 말을 여러 차례 들었다. 그래서 신영성 운동이라는 표현이 과연 적합한 것인지에 대하여 재고하게 되었다. 결론은 이렇다.

여러 종교 현상들을 제3자의 입장에서 관찰하는 종교사회학자의 관점에서 봤을 때 이 용어는 별로 무리가 없을지도 모른다. ‘영성이라는 용어가 종래에는 당연히 종교의 범주 안에서 거론되어 왔기에, 기성 종교의 범주 밖에서 새로운 형태로 확산되고 있는 이 시대 영성의 기현상을 신영성 운동이라고밖에 달리 이름 붙일 수 없었을 것으로 짐작이 간다. 그러나 기성 종교의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영성 현상은 경전, 전례, 성전 등의 외적 요건을 갖추고 새롭게 등장한 신흥종교(新興宗敎) 현상과 별로 차이가 없어 보인다. 그러기에 이들을 대체종교또는 보이지 않는 종교라고까지 부르지 않는가. 다만 외적인 요건을 갖추지 않았을 뿐이다.

 

2. 신흥영성 운동의 생성과 전개

 

그러면 신흥영성 운동은 어떻게 생겨나서 어떻게 전개되고 있는가? 뉴에이지 운동, 정신세계운동, 기수련으로 나누어 고찰해 보기로 하자.

 

1) 뉴에이지 운동(서구)

뉴에이지 주창자들이 말하는 뉴에이지 운동은 말 그대로 새로운 시대(New Age)’를 추구하는 운동을 말한다. 원래 이 용어는 점성술에서 나온 것인데, 여기에서는 태양과 여러 행성들이 황도(黃道)라는 하나의 궤도를 돌면서 순환운동을 하고 있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이 궤도를 한 바퀴 도는 데에 약 26,000년이 걸린다고 설명하면서, 이 기간을 서양의 별자리를 빌려 12자리로 나누고 있다. 따라서 한 자리에서 다른 자리로 넘어가는 데 걸리는 시간은 26,000년을 12로 나눈 약 2,160년이며, 이것이 바로 한 세대(one age)’라고 설명하는 것이다.

점성술에서는 지금 이 시대가 물고기자리에서 물병자리로 넘어가는 대전환의 시기라고 주장한다. 이는 그리스도교로 표상되는 물고기자리의 시대는 가고, 모든 이에게 신성이 부어지는 물병자리의 시대가 열린다는 뜻으로, 곧 현 시대가 인류의 영적 진화를 위한 큰 전환점이라고 말한다. 여기에서 인류의 영적 진화란 종교문명과 물질문명을 넘어선 새로운 영적 문화로의 이행을 뜻한다. 결국, 그리스도교의 시대가 종말을 고하고 모든 인간이 신으로 진화하는 영적 진화의 시대라고 주장하는 것이다.

뉴에이지 운동의 기원에 관해서는 여러 학설이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는 러시아 출신 블라바츠키(Helena Petrovna Blavatsky)1875년에 미국 뉴욕에서 창설한 신지학협회(神智學協會, The Theosophical Society)에서 시작된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이 운동이 크게 확산되기 시작한 것은 1960년대에 전개된 ()문화 운동(Counter Culture Movement)’ 때문이었다. 1960년대에 접어들면서 미국의 젊은이들을 중심으로, 지금까지 추구해 온 산업화에 대한 반발 운동이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이들은 성장주의와 물질주의에 대한 반발을 넘어, 오랜 동안 서구사회를 지배해 온 기존의 가치, 제도, 권위, 규범, 신앙 등에 대한 전면적인 거부 운동으로 그 영역을 확대해 나갔다. 1960년대에 서구사회를 휩쓸었던 히피 운동, 프리섹스 운동, 여성해방 운동, 반전 운동, 학생 운동, 자연 운동 등은 이와 같은 일련의 저항문화 운동들이었다.

1970년대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일부 사람들에 의해 이어져오던 뉴에이지 운동은 이러한 저항문화 운동의 체험을 바탕으로 사회적으로 크게 확산되기 시작하였다.4) 이후 뉴에이지 운동은 인류의 인간성 회복과 참된 평화와 행복이 실현되는 새로운 시대를 이룩하려는 범세계적인 종교 운동이라는 슬로건을 내세워 신세계 질서(New World Order), 신세계주의(New Globalism), 신세대(New Age), 물병좌 시대, 어퀘리언(의식) 혁명, 새 정신(New Mind), 새 의식, 신사고(新思考), 신초월주의, 인간 잠재력 개발, 새로운 여성, 신동방주의(New Orientalism)를 표방하면서, 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에 깊이 파고들고 있다.

그렇다면 뉴에이지 운동은 어떻게 확산되고 있는가? 이종범 박사는 다음과 같이 분류하고 있다.

 

1) 유사종교(사이비 또는 이단)의 형태

 

서구의 뉴에이지 운동은 종교적인 것에서부터 자연과학적인 바탕을 둔 것까지 매우 광범위한 영역에 걸쳐있어서 단순한 정의를 내리는 데 어려움이 많다. 그러나 뉴에이지 연구가들인 퀘니히(Reinhard Koenig)와 컴비(Constance Cumbey) 등은 뉴에이지 운동이 세계종교(Weltreligion)의 추구, 나아가 적그리스도(Antichristus)적인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고 결론짓는다.

이러한 뉴에이지 운동의 종교성은 유사종교의 형태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곧 어떤 특정 종교를 모방하거나 그 종교의 이름을 빌려서 활동하지만 실제로는 사이비(似而非) 또는 이단(異端)의 성격을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간 것이 신흥종교(新興宗敎)라고 할 수 있다. 유럽의 뉴에이지 운동의 경우 극단적으로 악마주의(Satanismus)적인 요소까지 포함하거나 지도자의 카리스마를 강조하기도 하는데 이런 경우가 바로 그 예라고 하겠다.

유사종교에 속하는 것으로는 구체적으로 그리스도교화된 긍정적 사고방식을 주요 교리로 삼는 신오순절 실증주의계열의 뉴에이지 운동이 있다. 스위스 취리히에 있는 조에 개신교 연합(Zoe Evangelistische Vereinigung)’이 여기에 속한다. 여기에서는 조에 그리스도교 센터조에 성서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이와 유사한 성격의 단체로 독일 뮌헨의 신앙의 말씀, 그리스도교 센터(Wort des Glabens, Christliches Zentrum e. V. Muenchen)’라는 단체가 있다. 여기에서는 신앙의 말씀, 국제 초교파적 복음선교와 성서 센터신앙의 말씀 성서학교를 운영하고 있다. 그 밖에 독일에는 프랑크푸르트에 독일 은총의 공동체 그리스도교 센터’, 라이프하임-리드하힘에 아가페 말씀 센터’, 함부르크에 신앙의 말씀 선교회등이 있다. 오스트리아에는 아가페 그리스도 공동체가 있는데 유럽의 다른 나라에서는 생명의 말씀(Word of Life)’, 또는 레마 공동체(Rhema-Gemeinde)’ 등의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는 단체이다. 이들이 모두 그리스도교를 표방하고 있지만 뉴에이지 영성을 추구하는 유사종교, 나아가 신흥종교의 성격을 가지는 것들이다.

 

2) 신흥종교의 형태

 

유사종교가 한걸음 더 나아가면 신흥종교가 된다. 독일의 경우 신흥종교를 유겐트렐리기온(Jugendreligion)’이라 부르는데 여기에서 유겐트(Jugend)’가 독일어로 젊은이라는 뜻을 가졌기 때문에 신흥종교의 추종자들이 젊은 계층이라고 생각하기 쉬우나, 실제로는 나이와 계층을 가리지 않고 강한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이 현상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원인 분석이 제기되고 있으나 가장 큰 원인 중의 하나는 역시 기성 종교가 채워주지 못하는 영적 갈급을 많은 사람이 느끼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영적 갈급을 충족시키려고 접하게 되는 신흥종교들은 사람들의 약점을 이용하여 이득을 취하는 목적을 추구하고 있기에 결국 사회적 질병의 형태로 드러난다. 유럽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뉴에이지 계통의 신흥종교에는 다음과 같은 것들이 있다.

 

-크리슈나-의식 국제 협회(die Internationale Gesellschaft fuer Krishna-Bewusst-sein)

- 문선명의 통일교회(die Vereinigungskirche des Sun Myung Moon)

- 오쇼 라즈니쉬 찬드라 모한(Osho Rajneesh Chandra Mohan)

- 후바드의 사이언톨로지(Lafayette Ronald Hubbards Scientology)

- 마헤쉬 프라사드 바르마의 초월명상(die Transzendentale Meditiation des Mahesh Prasad Warma)

- 사르카의 아난다 마르가와 프라우트(Ananda Marga und PROUT des P. R. Sarkar)

- 라밧의 성스러운 빛 선교회(die Divine Light Mission des Prem Pal Singh Rabat)

- 베르크의 신의 자식들(die Kinder Gottes des David Berg)

 

이 중에 라즈니쉬와 베르크가 각각 1990년과 1994년에 사망했는데도 여전히 이들의 추종자들은 집단을 이루어 그 세력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그리고 사이언톨로지는 1990년대 초반에 독일과 미국의 외교 문제가 될 정도로 독일사회에서 심각한 사회현상이 되기도 했다. 특히 독일 바이어른 주의 경우에는 주법으로 사이언톨로지의 활동을 강력히 금지하는 조치를 취하기도 하였다. 문선명의 통일교는 교주가 건재하여 있지만 1990년대 이후 그 세력이 크게 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3) 대체의학의 형태

전통의학으로 치유가 불가능한 병들이 많다는 사실이 대중에게 알려지면서 유럽의 많은 사람이 대체의학에 매료되기 시작하였다. 이에 맞추어 독일에서는 1990년대 중반부터 중국의 침술과 지압 등이 선풍적인 인기를 얻으며 전통 의학 수업을 받은 개업의들까지도 이 분야에 대한 관심, 나아가 호의를 보이는 경향을 나타내게 되었다. 그런데 이러한 시대정신에 편승하여 뉴에이지 계열의 대체의학수법도 널리 퍼지게 되었다.

특히 독일의 공영방송인 독일중앙방송(ZDF)의 문화담당부장이었던 슈넬팅(Karl Schnelting)은 이미 1980년대 중반에 자신이 옹호하는 뉴에이지 계열의 비술을 여과 없이 방송에 내보내어 대중을 혼란에 빠뜨리기도 하였다. 슈넬팅은 영적 치유사라고 자처하는 발리만 부부(Silvia u. Fred Wallimann)의 치유 행위를 여과 없이 방영한 결과 많은 비판에 직면하는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였다. 비록 비판이 거세기는 했어도 이는 뉴에이지 운동의 신영성이 얼마나 무비판적으로 사회 전반에 퍼지게 되었는지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사건이 되었다. 그리고 이후에도 많은 영적 치유사가 등장하여 대중들을 유혹하고 있다.

 

- 스타체브스키(Starzewski)는 독일의 훼르-그렌츠하우젠(Hoehr-Grenzhausen)에서 자칭 그리스도와 상제르망의 위임을 받아’ ‘보편 그리스도교회(Universale Christuskirche)’를 설립하여 영적 치유행위를 벌이다가 법원의 금지 판결을 받기도 하였다.

- ‘카후나 교리(Ka-Huna-Lehre)’를 추종하는 세력들도 존재하고 있다. 이들은 하와이 출신 치유사의 이론에 의거하여 인간의 자아가 3개로 분열된다고 보고 이에 맞는 일종의 자가 치유법을 선전하고 있다. 이 치유의 방법으로 추방의식(Bannungritual)을 진행한다.

- (Grace Cooke, 1979년 사망)의 영적 치유도 유럽을 풍미했던 것이다. 쿡은 흰독수리 오두막(White Eagle Lodge)’이라는 시설을 운영하면서 대중을 대상으로 하여 영적 치유를 행했는데 그 영향력은 한때 상당한 것이었다.

- 그리스도교와의 연관성을 강조한 단체로는 빛의 신앙 수도회(Fiat Lux Orden)’가 있다. 이 단체는 베릇슁거-바르터(Erika Bertschinger-Warter) 라는 영매자(靈媒者)가 설립한 것이다. 그는 19771217일에 자신이 직접 예수 그리스도를 영접하였다고 주장하면서 영적 치유사로 나섰다. 1983년에는 가톨릭 신부인 바르터(Karl Warter)와 혼인하고 자신은 우리엘라(Uriella)’, 남편은 우리엘로(Uriello)’라고 지칭하면서 빛의 신앙 수도회라는 단체를 설립하게 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단체가 예수 그리스도를 표방하면서 이른바 치유제를 판매하여 상업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그리스도교 계통의 단체와 더불어 동양사상이나 종교 계통의 단체도 늘어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의 미카오 우수이 박사(Dr. Mikao Usui)가 주창했다는 레이키 연합(Reiki Alliance)’이다. 현재는 후로모토(Phyllis Lei Furomoto)가 이끌고 있다. 유사한 단체인 미국-국제 레이키 연합(American-International Association)’은 레이 박사(Dr. Barbara Ray)가 이끌고 있다.

(4) 채널링의 형태

1875년 블라바츠키가 미국의 뉴욕시에서 수립한 기적 클럽은 신지학회의 전신이었다. 이후 유사한 단체들이 나타나 피안의 세계에 있는 존재의 힘을 빌려 이른바 치유를 시도해 왔다. 그 가운데 한 사람이 아그파오아(Tony Agpaoa)이다. 이 사람은 피안의 세계에 있는 존재의 힘을 빌려 맨손으로 모든 형태의 병을 치유한다고 주장하였다. 이러한 것을 채널링(Channeling)이라고 하는데, 이 계열의 사람으로는 이른바 람타 채널링’(Ramtha-Channeling)을 하는 나이트(J. Z. Knight)가 있다. 이 채널링에는 미확인비행물체(UFO)와 연관시키는 단체도 다수가 있다. 이들은 ‘2000년대 잡지(Magazin 2000)’라는 정기간행물을 제작 판매하고 채널링 시연회 등을 개최하여 돈을 벌어들이는 등 다양한 사업을 벌이고 있다.

 

앞에서 주로 독일에서 전개되고 있는 뉴에이지 운동의 양상을 보았으나, 사실 이러한 것들은 이름과 정도만 다를 뿐 서구(유럽과 미국) 전역에서 공통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실태라고 결론지을 수 있다.

 

3. ()영성 운동, 왜 위험한가?

 

1) ()영성 운동의 반그리스도교적 성격

한마디로 신()영성 운동의 사상은 반그리스도교적이다. 따라서 신()영성 운동의 확산은 그리스도교에 큰 도전이 되고 있다. 전반적으로 그리스도교 신앙과 상충하는 우주관과 구원관을 기저에 깔고 교묘하게 그리스도교를 잠식하고 있는 것이다. 하나하나 짚어보기로 하자.

 

()영성 운동은 모든 것이 하나다.”라는 단일론을 내세운다(우주관).

이는 엄격한 의미에서 일원론과 구별되는 개념이다. 일원론은 모든 것은 궁극적으로 하나로 수렴된다는 사상이지만 현존하는 현상의 다양성을 인정한다. 그러나 단일론은 차별이나 구분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경직된 합치(合致)사상이라고 할 수 있다. ()영성 운동은 현상세계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모든 것이 본질적으로 같다고 믿는다. 서로 구별되는 요소들, 곧 신과 인간, 인간과 자연, 합리성과 비합리성, 과학과 주술, 이성과 감성, 정신과 육체, 천사와 악마, 과거와 미래 등을 무차별하게 합일시키려 한다.

결국, 신영성 운동의 단일론은 그리스도교 세계관과 윤리관을 부정하는 것이다. 신영성 운동에서는 선()이나 악()이라는 개념은 그 자체가 이분법적 사고의 산물이고 타율적으로 부여된 절대 기준 때문에 나타나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러면서 모든 것은 선하다.”라는 상황윤리를 내세운다. 본래 자연적인 것은 모두가 한 것인데 그리스도교가 인위적으로 선과 악의 기준과 경계를 만들어놓음으로써 원래 없었던 의 개념과 죄의식이 생겨났다는 것이다.

그리스도교신앙의 입장에서 볼 때, 이는 악(의 세력)이 자신의 정체를 은폐하기 위한 기발한 속임수에 다름 아니다. 결국 예수님께서 대적하여 싸운 악과 악령의 존재를 전면적으로 부정하는 세계관이며, 절대 윤리관을 희석하는 자율 윤리관, 나아가 윤리적 무차별주의인 것이다. 회개와 심판 자체까지도 부정하는 거짓 이론인 것이다.

이는 영적 깨달음이나 초능력의 발휘를 위해서라면 어떠한 방법도 동원될 수 있다는 신념과 어우러져서 윤리적인 타락과 거룩함을 뒤섞어놓는 결과를 초래하기도 한다. 저들 가운데 마약과 그룹섹스를 정당한 수행(修行)의 방법으로 간주하는 이들이 있는 것은 바로 이런 까닭에서이다.

 

모든 것에 신성이 있다.”는 범()신론을 내세운다(신관).

()영성운동은 인간 밖에서 존재하며 인간에게 영향을 끼치는 외적이며 초월적인 존재로서의 신 관념을 배제하고 신을 흔히 생명력과 같은 우주적 에너지 또는 ()’로 간주한다. 그래서 신을 절대 존재라기보다는 하나의 과정(process)’으로 여기고, 종래의 종교적이라는 표현보다는 영적(spiritual)’이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자연과 인간에 내재하는 신성(神性)이나 영성에 주목하면서 영적 깨달음을 추구한다.

인간 안에 신성이 있으며 인간이 인간으로서의 평범성을 벗어나 초능력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은 정체성이 약한 기성 종교인에게는 대단한 매력을 지닌 유혹이다. 의식 변용, 영의 진화를 통해 궁극적인 목표인 온전한 신성에 도달한다는 교리는 기성 종교인뿐 아니라 무신론자들에게도 그럴듯하게 들린다. 여기에서 (초월)명상, 요가, 강신술 등의 실행방법이 타당성을 얻게 되는 것이다. 깨달음과 신성에 이르는 방법으로는 이러한 동양의 전통적인 종교 수행법 외에도, 서양의 유다교와 그리스도교 계시사상, 영지주의, 정신분석심리학, 과학 및 생태학의 성과 등이 구별없이 원용(援用)된다. 그렇기 때문에 신()영성 운동은 강한 혼합주의(syncretism) 성향을 띤다.

결국 신()영성 운동의 신관은 그리스도교의 초월신, 인격신과 뚜렷이 구별되는 범신론(汎神論)으로 규정된다. 그런데 사실 엄밀하게 말해서 신()영성 운동에는 범신론적 관점뿐만이 아니라, 범재신론(汎在神論)적인 관점도 혼재한다. “만물이 곧 신이다.”라는 범신론적 시각과 함께 신은 만물 안에 존재한다.”라는 범재신론적 시각이 병존한다는 말이다.

범재신론은 범신론과 초월신의 중간적 개념이지만 여전히 그리스도교의 유일신이나 인격신의 개념을 부정하기에 반그리스도교적이라고 간주될 수밖에 없다.

 

사람이 죽은 다음에도 계속해서 환생한다.”라는 윤회사상을 믿는다(내세관).

 

윤회사상은 다윈의 진화론이 나오기 이전에 힌두교, 불교 등에 유포된 영적인 진화론이라 할 수 있다. 윤회사상에서는 윤회의 과정에서 인간의 노력에 따라 점점 더 훌륭한 존재로 진화되어 마침내 신이 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창조를 부정하고 하느님 자체를 없애버리며,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이 지니고 있는 내세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을 달래주는 기발한 대안이 바로 윤회설(輪回說)이라 할 수 있다.

근래에 심령과학, 최면 등을 이용하여 윤회설을 입증하려는 시도들이 텔레비전에 방영되기도 하였다. 사람에게 최면을 걸어놓고 영매가 그 사람의 영에게 질문을 하면 자신은 15세기에 어느 나라 어디에 살던 누구라고 대답한다. 그러나 이는 잠재의식, 무의식이 빚어낸 일종의 꿈과 같은 환상이라는 것이 미국 심리학계의 견해이다.

윤회사상은 그리스도의 신성(神性)과 그리스도 예수를 통한 구원론을 전면적으로 부정한다. 뉴에이지 운동에서 말하는 그리스도는 우주적인 힘을 가진 에너지에 불과하다. 뉴에이지 사상에 따르면, 우주의 물체적 에너지인 기()가 인류 역사상 중요한 시기마다 위대한 인물로 육화(肉化)되는데 예수, 붓다, 공자 그리고 조로아스터교의 창시자인 짜라투스트라 등의 위대한 영적 스승들이 에너지가 육화한 존재이다.

그리스도예수는 그가 그리스도적 의식으로 깨달음을 얻는 순간에 우주와 완전히 결합하여 그 안에서 소우주(小宇宙)와 대우주(大宇宙) 간 상호 에너지 교류가 이루어진 결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 평범한 인간 예수가 깨달음을 통해서 그리스도 의식을 얻었을 따름이라는 것이다. 이런 사상의 틀에서 뉴에이지 운동가들은 그리스도를 태양의 로고스(Logos)’, ‘땅의 로고스’, ‘우주적 의식’, ‘우주적 그리스도또는 빛 에너지등으로 표현한다. 이 견지에서 보면 예수의 강생, , 십자가를 통한 구원업적 등이 상대화되고 심지어는 무가치한 것으로 폄하된다.

이러한 점은 일본의 정신세계 운동이나 한국의 기수련 운동에서도 마찬가지로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면, ‘단월드를 설립한 이승헌(李承憲) ‘대선사’(大仙師)예수는 모든 사람을 죄의식에서 해방시켜 의식을 정화될 수 있도록 한 것이 제일 큰 공로이나, 실은 세례자 요한과 마리아가 불륜의 관계를 맺어 낳은 사람이며, 기독교는 죄의식을 불러일으켜 의식세계를 통솔하려 하고, 천당과 지옥을 이야기하면서 사람들의 자유로운 의식을 구속하여 겁주고 있으며, 회개와 기도 또한 에너지 쟁탈전으로 수치심과 죄의식을 느끼게 해 결국은 사람들의 기를 뺏으려는 종교 지도자들의 전략이다. ‘()’()’은 같은 것이고, 천지가 다 하나님이며, ‘성령은 단학에서 말하는 ’(, 더 정확히 말하면 천지기운)와 같다고 할 수 있고, 구세주는 인간의 몸으로 올 수 없으며, 예수님은 교회를 만들라고 하지 않았는데 타락할수록 엄청난 성당을 짓고 있다.”라고 함으로써 그리스도교 신앙을 훼손하는 발언들을 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밀교적 신비주의를 내포한다(수행관).

 

()영성운동은 하나같이 신성(神性)에 이르는 여러 단계를 제시한다. 낮은 단계에서 높은 단계에 이를수록 밀교적인 특성을 지니게 된다. 곧 소수의 선택된 사람들(경제적으로 큰 부담을 감당할 수 있는 사람들)에게만 그 의식이 공개된다.

이런 점에서 신()영성 운동은 그리스도교 영지주의(Gnosticism)와 유사하다. 뉴에이지는 2-3세기에 그리스도 신앙을 위협했던 고대 영지주의와 자주 연관된다. 최근 문헌 생명수를 지니신 예수 그리스도뉴에이지에 관한 그리스도교적 성찰에서 교황은 뉴에이지를 현대판 영지주의로 보고, 뉴에이지를 가장한 고대 영지주의로의 회귀를 경고하고 있다. 초대 그리스도교의 영지주의자들은 교회의 공적 설교에 반대하고, 영지주의적인 사상을 가진 입교자에게만 알려진 비교(秘敎)가 있다고 주장하였다. 또한 구원의 구체적인 방식이 비밀스러운 영적 지식을 깨닫는 것이라고 하면서, 이 영적 지혜를 소수의 선택된 영지주의자들이 비밀스럽게 전승하기도 하였다.

이러한 미스테리아(Mysteria) 신앙은 밀교의 전형적인 형태이다. 밀교는 교리와 제도와 의식이 이중적이다. 공개되는 부분과 비공개적인 부분이 있다. 통일교가 이러한 밀교의 성격을 지니고 있어서 핵심적인 교리와 제도, 의식은 핵심 내부인들에게만 은밀히 알려져 있다. 밀교는 그 은밀한 비공개성 때문에 황당무계한 신앙을 저마다 제멋대로 전수하였고, 이러한 모순된 신앙에 대한 객관적 이성적 비판과 검증의 과정을 거치지 못했기 때문에 역사에서 사라졌다. 밀교는 불교처럼 엘리트적인 소수만이 득도와 수행을 통해 영적 각성에 이르는 것을 우월한 것으로 여겼다는 점에서 그리스도교 신앙과 다르다.

필자가 그 실체를 파악하고자 여러 부류의 신()영성 운동에 근접했다가 더 이상 접근하지 못했던(아니 않았던) 부분이 바로 이 부분이다. 크게 세 가지 이유에서였다. 첫째, 경제적인 부담(수백에서 수천만 원대)이 커서이고, 둘째, 종교서약에 가까운 멤버십 요건 때문이고, 셋째, 그 신비체험이 결국 악령체험에 지나지 않는다는 영적 식별 때문이었다. 필자가 만난 신()영성의 피해자들은 대부분 바로 이 예식을 통해서 영적 혼란에 빠져 정신질환자가 되는 경우였다.

2)신학적 식별

 

성서신학이나 영성신학의 견지에서 볼 때 이러한 일련의 신념들은 창세기에 나오는 뱀(사탄)의 거짓 주장과 너무도 흡사하다. 뱀은 이브를 다음과 같은 말로 꾀었다.

절대로 죽지 않는다. 그 나무 열매를 따 먹기만 하면 너희의 눈이 밝아져서 하느님처럼 선과 악을 알게 될 줄을 하느님이 아시고 그렇게 말하신 것이다.”(창세 3,4-5)

여기서 뱀이 내세운 절대로 죽지 않는다.”라는 유혹은 오늘날 윤회론으로 둔갑하여 세상에 유포되고 있다. 이는 그리스도교의 직선적 시간관(역사관)을 부정하고 순환적 시간관(역사관)을 내세운다. 결국 종말, 심판, 부활, 내세, 초월 등 모든 그리스도교 신앙요소를 거부한다.

너희의 눈이 밝아져서라는 유혹은 오늘날 밀교주의로 변형되어 그리스도교의 영성을 흐트러뜨린다. ()영성 계열의 수행은 모두가 3의 눈을 뜨게 해준다는 미끼를 내건다. 이 눈만 뜨게 되면 만사형통할 수 있다는 기대감에서 사람들은 재산과 종교적 정조를 날려버리는 불행을 겪기도 하는 것이다.

그리고 하느님처럼된다는 유혹은 오늘날 신()영성 운동에서 범신론으로 가장하여 손을 흔들고 있다. 이는 마침내 자신(自神)이라는 우상을 숭배하는 결과로 이어진다.

끝으로선악을 알게 될 것이라는 유혹은 선악을 식별하는 주체가 하느님이 아니라 인간 자신이라는 논리로 상황(상대)윤리를 옹호하고 나선다.

 

여기서 알 수 있는 것은 신영성 운동도 결국은 태초에 인류를 공격한 뱀의 속임수에 근원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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