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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본당 주임신부님
2016.07.19 16:27

“떠나야할 때”

(*.193.111.77) 조회 수 450 추천 수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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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떠나야할 때”

  연말연시가 되니 여기저기 술자리가 많아집니다. 직원들 간에도 한해를 정리하고 새해에 대한 희망으로 회식자리가 잦습니다. 관장은 이런 자리에 눈치껏 빠져 줘야지 직원들이 좋아합니다. 직원들과 식사자리에 가면 관장신부 옆에는 잘 앉지 않으려합니다. 그러다보니 마지못해 제일 젊은 직원이 벌서듯 제 옆자리에 앉습니다. 제가 고기라도 구울까 하고 집게라도 들면 큰일 납니다. 두어 칸 떨어진 곳에 앉은 고참 직원이 어떻게 알고 옆자리 신참들에게 눈총을 마구 쏘아 댑니다. ‘어디 감히 관장 신부님께서 집게를 들도록 하느냐!’라는 뜻입니다. 도리어 제가 눈총에 맞은 듯 쑥스러워져서 집게를 놓고 술잔을 듭니다. 그러면 한 직원이 큰소리로 전 직원을 독려합니다. “신부님께서 잔을 드셨어요. 우리도 함께 한잔합시다.” 모두들 당연하다는 듯이 잔을 부딪치며 저에게 고개를 숙입니다. 또 멋쩍어져서 술을 ‘완 샷’하면, 술잔을 입에 댔다가 내려놓던 직원들이 다시 잔을 들고는 벌컥벌컥 ‘완 샷’을 합니다. ‘관장 신부님께서 잔을 다 비우셨는데 나 같은 직원이 어떻게 잔을 베어 먹는다는 말이냐!’는 듯이. 이래저래 회식자리에는 관장이 빠져주는 것이 본인도 편하다는 것을 절감합니다. 이쯤 되면 울리지도 않는 전화기를 꺼내들고 일부러 큰소리로 말합니다. “어, 그래. 오늘 만난다는 걸 내가 깜빡했네.”라며 자리를 털고 일어납니다. 직원들이 우르르 따라 일어나면 자리에 앉으라는 시늉을 하며, 약속을 깜빡했음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집으로 돌아와서 라면 끓일 물을 올리며 생각합니다. “쩝, 오늘 빠지는 타이밍이 괜찮았나? 어쨌든 다음부터는 회식 안가야지...”
  요즘은 회식 문화도 많이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단순히 고기 집에서 술을 낫게 마시고 제대로 깨져야 ‘좋은 회식’이었다고 하던 시대는 흘러가고 있습니다. 볼링을 치러간다든지, 영화를 보고 와인 바에서 와인을 홀짝거리며 영화감상 평을 나눈다든지, 장소도 맛 집이나 특이한 곳을 직원들의 투표로 뽑아서 가기도합니다. 게다가 요즘은 차를 가진 분들이 대부분이라서 대리 기사 부를 걱정에 자제하게 됩니다(연초에 대리 기사 모시기는 하늘에 별 따기 입니다).
  회식 문화가 바뀌어 가는 것은 제 개인 생각으로는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마는(아직 회식 자리에 가면 차는 버릴 각오를 하고 술을 퍼마셔대기 때문입니다-그래서 직원들이 싫어하나?!). 시대의 흐름이 그렇다면 어쩌겠습니까. 받아들여야지요.  
  제가 진주 지역으로 새로운 일을 찾아 떠나게 되었습니다. 떠날 준비를 하며, 이형기 시인의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낙화’ 중)라는 구절을 읊조려 봅니다. 과연 내가 떠나야할 때에 떠나는가? 어줍잖은 자리에 미련을 부리다가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주지는 않았는가? 생각합니다.
  2013년은 많은 것이 바뀔 듯 바뀌지 않을 것 같습니다. 누구든 떠나야할 때를 알기를 바랍니다. 여태껏 많은 허튼 소리를 해왔습니다.
<도민일보, 2012년>
본당 신부가 된 지금도 신자들은 제 옆에 잘 앉지 않습니다.
본당에 오니 좋은 건, 회식이 없다는 것입니다.
회식자리에 가면 좋은말 한마디하고, 건배 제의하고, 언제 빠져야하나 눈치를 보아야합니다.
물론 직원들은 제 눈치를 더 보겠지만요.
본당에서도 가끔 밥 먹자는 신자들이 계십니다.
따뜻한 밥 한끼 나누고자하는 그 마음은 참 고맙습니다.
하지만 웬만하면 밥은 집에서 먹는게 제일 좋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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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포성당 세례자요한 2016.08.30 15:26 (*.176.92.10)
    신부님의 회식자리와 라면 이야기 ^^
    회식을 시작할때는 한잔만 하고 빨리 알아서 떠나야지 하면서도
    한두잔 건배에 깊어가는 술잔에 취해가는 몸과 마을들...
    적당히 일어서야할 때를 놓쳐버리고 때로는 그 험란한 가시밭길 2차...
    직장동료들과 회식을 하다보면 우리 천주교 신자들도 마찬가지지만
    개신교 신자들도 2차는 적극 피하는 일이랍니다.
    요한이도 젊은시절 20대 후반때 멋모르고 일어나야할 때를 놓치고서
    2차 다녀와서 집에 돌아과 집사람한테 디지는줄 알았어요^^
    천주교 신자는 절대로 2차 업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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