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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본당 주임신부님
(*.193.111.77) 조회 수 483 추천 수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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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잘 알고 있다고 여기는, 한 여인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시겠습니다.
  16세, 혼기가 되어 약혼한 젊은 새댁이, 약혼자의 아이가 아닌 다른이의 아이를 가졌다는 오해 때문에 약혼자가 남모르게 파혼하려합니다. 그러나 성령의 도우심으로 약혼자와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결혼 후 로마 총독의 명령 때문에, 식민지 백성의 아픔을 속으로 삼키며 남편의 출생지에 호적 신고를 하러, 가누기도 힘든 만삭의 불편한 몸으로 남편 손에 이끌려 하염없이 떠밀리듯 길을 나섰습니다. 예정보다 이른 출산의 진통 끝에, 돌보는 사람도 없이 혼자 아이를 낳은 곳은 변변한 여관도 아닌 소와 양, 말이 득실거리는 거리의 외양간 이었습니다. 갓 태어난 어린 핏덩어리 아이를 누일 곳이 없어서 말먹이통인 구유에 눕히고, 지친 몸을 좀 쉴까하였지만, 아이를 죽이려는 왕의 군대를 피해 멀고 먼 이웃 나라 이집트까지 도망을 가야했습니다. <모세의 율법에 따라 정결례를 거행할 날이 되자, 그들아기를 예루살렘으로 데리고 올라가 주님께 바쳤습니다.> 성전에 아이를 봉헌할 때 예언자들이 기도와 축복을 하며 말했습니다. 이 아이는 당신의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가운데가슴을 찌르는 비수가 될 것이라고> 예언자의 한마디 한마디가 내 뼈마디에 녹아들어 기억 되었습니다. 아이가 12 살 되던 해에는 성전에서 아이를 잃어버려 속이 새까맣게 타들어 가도록 헤매고 헤매다 겨우 찾았을 때 너무나 기뻐 아이를 끌어 않으며, <“얘야, 우리에게 왜 이렇게 하였느냐? 네 아버지와 내가 너를 애타게 찾았단다.” 하자> 매몰차게도 <“왜 저를 찾으셨습니까? 저는 제 아버지의 집에 있어야 하는 줄을 모르셨습니까?”>라는 아이의 말에 내 속으로 낳은 아이지만 너무나 낯설고도 두렵게 느껴졌습니다./ 세월이 흘러 남편 요셉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품으로 먼저 불러 가셨지만, 아버지의 목수 일을 물려받은 아들에게 의지하여 그런대로 남부럽지 않게 살 수 있었습니다. 한 가지 아쉽다면, 남들처럼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고, 모자 둘뿐이라 단촐하고 적적한 집안에 아이라도 여럿 낳아 오손도손 평범하게 살았으면 좋으련만, 항상 깊은 생각에 잠겨 지내던 아들이 기어이 나이 서른이나 되어서 광야로 나가 하느님의 뜻을 받고야 말았습니다./ 그 때 들려온 너무나 충격적인 소식이 있었습니다. 나의 가장 가까운 사촌 언니 엘리사벳이 늦게 얻은 아들이자, 나의 조카인 세례자 요한이 올곧은 소리, 권력자 헤로데에게 쓴 소리를 하다가 기어이, 어린 계집의 춤 값에 목을 베었다는 소식이었습니다. 아, 예언자의 삶은 이런 것인가?! 순간 하느님의 뜻을 받아 광야로 나간 아들을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하였습니다. 나의 아들은 어떻게 될 것인가?/ 무심한 시간은 흘러, 아들은 예언자로, 하느님의 메시아로 점점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내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지 않는 아들은 제자들에게 둘러싸여 늘 가르치고 나누며 살았습니다. 이러한 아들에 대한 세상의 소문은 흉흉했습니다. “그도 언젠가는 세례자 요한처럼 목이 잘리지 않겠는가?” “그가 진정한 예언자라면 예루살렘에서 죽임을 당하겠지!”라는 소문이 늘 뒤따라 다녔습니다. 가만히 있을 수는 없었습니다. 아들의 사촌, 6촌 형제들을 앞장세우고 아들을 찾아 나섰습니다. 그러나 그날도 여느 때처럼 사람들에게 둘러 싸여 있는 그를 만날 수가 없어, 애타는 마음으로 사람을 놓아 아들에게 어머니가 왔노라 전했습니다. 그러나 돌아온 대답은 비정하기 까지 하였습니다. <“누가 내 어머니고 내 형제들이냐?” 하느님의 뜻을 실행하는 사람이 바로 내 형제요 누이요 어머니다.”> 억장이 무너지는 느낌이었습니다. 자식 이기는 부모가 있습니까?! 이제 혈육의 정마저 끊고 세상의 구원을 위하여 모든 것을 던지는 아들의 모습을 멀리서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힘없이 돌아서며 하느님께 기도 올릴 뿐이었습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늘 아들의 소식에 귀를 기울이던 어느 날, 기어이 기어이, 그 날이 오고야 말았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가시관에 머리가 터지고, 채찍질에 온몸이 찢기고도 십자가를, 어떤 목수가 다듬었을지 모를 거친 나무 십자가를, 한 때 목수였던 그 자신이, 이제 예언자이면서 죄인이 되어버린 몸으로, 가누기도 힘든 큰 통나무를 지고 가고 있었습니다. 아니 진 것이 아니라 짓눌리어, 걷는 것도 아닌 기는 것처럼, 끌리 듯 가는 모습을 바라보는 내 심장은 멎을 것 같았습니다. 세상의 모든 고통과 죄를 짊어진 저이가 나의 사랑하는 아들이란 말인가? 얼굴을 마주 하는 것조차 너무나 괴로워 고개를 돌려버리고 싶은, 아 그러나 외면해서는 안 될 성스러운 죽음이여./ 길고 긴 십자가 길의 끝에 나와 그의<이모, 클로파스의 아내 마리아와 마리아 막달레나가>섰습니다. 그리고 죽음. 하늘이 울고 땅이 갈라지며 <엘리 엘리 레마 사박타니. “저의 하느님, 저의 하느님, 어찌하여 저를 버리셨습니까?”> 분노에 찬 단말마의 비명을 지르며 그가 하느님 품으로 떠나갔습니다. 그리고 나는 그의 영혼이 빠져 나가버린, 고행으로 너무나 가벼워진 육신을 품에 안았습니다. 사람들은 피에타라 부르며 나의 아픔에 함께 해주었습니다.
이런 기구한 한 생을 살아온 제가 어떻게 오늘 복음 말씀이 전하듯이 <여인들 가운데에서 가장 복되>다는 것입니까?  
  그러나 돌이켜보면 저는 참으로 복된 여인입니다. 어린 나이에 아이를 가졌을 때의 두려움 속에는 하느님의 천사가 함께하였고, 나의 약혼자 요셉은 참으로 심성이 곧고 사려 깊었습니다. 그의 배려와 보살핌으로 나는 한없는 안정감 속에 살았습니다. 비록 외양간에서 아이를 낳았지만, 그 추위 속에서도 온갖 짐승의 따뜻한 체온이 아이와 나를 따뜻하게 해 주었고, 거칠고 사나운 양치기들마저 우리를 위로해 주었습니다. 예언자 시메온과 한나가 아이가 나의 영혼을 꿰뚫을 것이라는 예언 속에는 내가 감당해야할 하느님 나라의 구원이 담겨 있었습니다. 나의 영혼은 고통스러웠으나 그것은 하느님께서 주신 또 다른 은총임을 압니다. 지친 마음으로 아들을 찾아 나섰을 때, “누가 내 어머니냐.”라고 말씀했지만, 그의 깊은 마음속에서 우러나오는 사랑을 왜 알 지 못했겠습니까? 결국 마지막 순간 십자가 위에서 그분께서<사랑하시는 제자를 보시고, 어머니에게 말씀하셨다. “여인이시여, 이 사람이 어머니의 아들입니다.” 이어서 그 제자에게 “이분이 네 어머니시다.” 하고 말씀>해 주셨지요. 그때부터 그 제자는 나를 자기 집에서 모시게 되었습니다. 한 아들은 하느님 품으로 가셨지만, 더 많은 아들과 딸들이 나에게 생겼습니다. 예수님, 제가 당신의 주검을 품에 안았지만, 당신은 나와 사람들 안에서 부활하셨고, 오늘 이 어머니를 당신의 하늘나라로 불러 올려주셨습니다. 그러니 나는 복되고 복된 여인 아니겠습니까?
  성모님의 승천 대축일을 지내는 신자 여러분, 우리들이 비록 아픔과 고통의 세월을 살아가고 있지만, 그 안에 숨어 있는 하느님의 은총을 깨닫게 된다면, 스스로 복된 사람임을 알게 될 것입니다.
  어머니보다 더 우여곡절을 겪은 사람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러나 우리 또한 성모님처럼 고통과 은총의 세월을 견디어 내다보면 주님 품으로 들어 올려 질 것입니다.  
  성모승천 대축일을 지내는 우리 또한 마지막 날에, 주님께서 당신 은총으로 하늘나라로 들어 올려 주시도록 기도드립시다.
<2016년 8월 15일 성모몽소승천대축일 강론>
성경을 바탕으로 성모님의 삶을 재구성해 보았습니다.
꺽쇠 부분은 성경 말씀 본문입니다.
더위도 막바지입니다. 모두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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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포성당 세례자요한 2016.08.30 14:56 (*.176.92.10)
    성모 승천 대축일 미사때 신부님의 강론을 들으면서
    큰 감동을 많이 받았답니다.
    성모님과 예수님께서
    어머니와 아들의 삶의 여정,
    하느님의 뜻에 따라 온전히 하느님의 역사이시지만
    그렇더라도 일반인으로 돌아보면
    어머니가 바라보는 아들의 행동과 고난의 나날들이
    얼마나 고통스러우셨겠어요.
    우리가 아이들을 낳아 길러보면 알듯이
    아이들이 손가락 하나만 다쳐서 피가 나도 마음이 아파 죽을 지경인데
    성모님께서는 예수님의 고난에 얼마나 마음이 아프셨을까요.
    -----
    주님의 천사가 마리아께 아뢰오니
    성령으로 잉태하셨나이다.

    주님의 종이오니
    그대로 저에게 이루어지소서.

    이에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저희 가운데 계시나이다.
    ------

    거룩하신 천주의 성모님,
    저희를 지켜주시고 어려울때 저희가 드리는
    간절한 기도를 물리치지 마소서.
    또한 온갖 위험에서 언제나 저희를 지켜주소서.
    영화롭고 복되신 동정녀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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