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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본당 주임신부님
2016.03.01 17:15

새해단상

(*.193.111.77) 조회 수 649 추천 수 2 댓글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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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에 한번 정도, 글을 올려 볼까 합니다.
사실 저는 글 쓰기를 잘 하지 못하고 게다가 아주 싫어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의 부탁이나 신문, 잡지에서 원고 청탁이 오면 명예욕에 사로잡혀 글을 쓰곤 했습니다.
그래서 그때 이미 써 놓았던 글들이 대부분일 것입니다.
어지러운 글이지만 너른 아량으로 읽어  주십시오^^

첫 글은 이미 봄이 왔지만, 복지 사목에서 본당 사목자로 입장이 바뀌면서 신문에 실었던 칼럼입니다.
본당 신자분들도 보았으면 해서 올려 봅니다.

                                                                  “새해 단상”

  또 그랬습니다. 밤새 퍼 마시다 보니, 2016년 “붉은 원숭이” 새해의 새‘해(태양)’를 보지 못하고 말았습니다.
12월 31일 밤 송년 미사를 봉헌하고 나면, 마음 맞는 몇 사람모여서 밤새 퍼마시기 일쑤입니다.
그러다보니 새해맞이를 한 기억이 가물가물합니다.
딱 한번 새해 본답시고 ‘불모산’에 오른 기억이 있습니다.
이날은 전날 일찍 잤는데, 불행하게도 새해 본 기념으로 아침부터 딱 한잔 한다는 것이
너무 마시는 바람에 낮을 건너뛰고 말았습니다.

  늘 그렇게 시작하던 새해지만, 2016년은 저에게 조금 특별한 새해입니다.
14년간 해 오던 사회복지 일을 마무리하고 성당으로 부임하였기 때문입니다.
신부가 어디서 일하던 하느님 말씀 전하고 사랑을 나누는 것은 한가지입니다.
어디가 더 일하기 좋은지 나쁜지 구분되지 않습니다.
물론 일에 대한 개인의 선호도에 따른 “일장일단”은 있을 것입니다.
제 입장에서 “일장일단”을 말씀 드린다면 주로 신자들만 만나다 보니,
“일장”은 천주교 신부로써 극진한 대접을 받는 다는 것이고,
“일단”은 천주교 신부로써 ‘너무’ 극진한 대접을 받는 다는 것입니다.
좀 불편하고 부담이 갑니다. 동료 신부님들은 아직 ‘본당 신부’하려면 멀었다고 놀립니다.
살다보면 ‘대접받음에’ 익숙해 질 것입니다. 그러나 익숙해지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우리 모두가 ‘대접받음’에 마음이 불편하면 좋겠습니다.

  가톨릭이 한 때 유럽을 지배하고 무소불위의 권력을 누리던 때가 있었습니다.
제어 장치가 없는 권력은 신의 이름으로 수많은 살육을 자행 하였습니다.
무엇이던 과하면 끝이 있게 마련입니다.
결국 수많은 사람들이 하느님의 이름 때문에 죽었고, 파국이 왔습니다.
가톨릭의 위상은 ‘급전직하’하였습니다.
그리고 오랜 시간 자성하고 각성하며, 세상에 사과하고 화해하면서 겨우 제 위치를 잡아가고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종(황)’께서 그 가능성과 희망을 보여 주고 계십니다. 그러나 아직 많이 모자랍니다.
더구나 한국천주교를 돌아보면 모자라도 한참 모자랍니다.

  한국천주교가 오늘 같은 비약적인 발전을 거듭 할 수 있었던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1970,80년대를 거치면서 보여 주었던 교회와 신부들의 세상에 대한 투신과 헌신이
큰 영향을 미쳤다고 저는 생각합니다(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임을 밝힙니다).
그러나 십 수 년 전부터 한국천주교와 일부 신부, 신자들은 “가난한 이들에 대한 우선적 선택”이라는
가톨릭의 기본 정신을 잊어가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2016년 1월 4일자 한 신문에 실린,
가톨릭에서 운영하는 병원 노조원들이 단식농성 중인 한 성당 농성장을 그 성당 신자들이 기습 철거 했다는 소식입니다.
성당은 어디나 쫒기는 이들의  피난처였고, 약한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곳이었습니다.
이것이 지금의 한국천주교를 있게 만들었습니다.
그러나 이제는 듣기 싫다고 입을 틀어막고, 보기 싫다고 걷어 치워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쫒기는 이들 핍박받는 이들이 다시 찾는 성당이 되기를 기도드립니다.

  2016년 새해, 신부라서 대접 받는 것이 마음 불편하도록 주님께서 도와주시라고 또 기도드립니다.  
<경남 도민일보, 종교인 칼럼, 2016년 1월>


 

  • ?
    옥포성당 세례자요한 2016.03.02 08:58 (*.176.92.10)
    신문을 너무 안읽다보니 이렇게 좋은 내용으로
    우리 주임신부님의 칼럼도 못읽고 있었는데
    본당홈피에도 올려주시고 주임신부님 고맙습니다.
    언젠가 저희 본당에도 마당에 농성을 몇개월 한적이 있었는데요
    그때도 당시 주임신부님 보호아래 몇개월씩...
  • ?
    백남해 요한보스코 주임신부 2016.03.08 17:27 (*.193.111.77)
    ^^
  • ?
    김기재 2016.03.23 23:26 (*.163.149.184)
    신부님 글 잘 읽었습니다.

    많은 부분 공감을 하면서,
    제가 초등학교 5학년때 담임선생님이 학생들과 같이 교실 청소를 하시면서 학생들과 함께해 주셨던 모습이
    지금도 제 가슴속에 좋게 남아있어서 좋습니다.
    스스로 낮추임에 학생들이 친구같은 느낌으로 다 들 좋아했습니다.
    그 선생님께서 그 이후에 목사님이 되셔서 안산에서 목회자로 살고 계시다고 들었습니다.

    신부님 그렇지만, 너무 그러지는 마셔요. 옥포 신자들도 또 다른 부담이 될 수도 있으니 적절히요...ㅋ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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