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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본당 주임신부님
2016.06.28 17:12

블랙 눈물 다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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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랙눈물 다운”

  저는 “블랙호크 다운”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소말리아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반군 지도자를 납치하기위한 작전 수행 중,
미군 헬기(블랙호크)가 도시 한 가운데 추락하자 조종사를 구하기 위해 미군과 민병대가 전투를 벌이는 이야기입니다(실화를 바탕으로 제작을 했다고 합니다).
미군 특수부대와 소말리아 민병대의 전투는 학살에 가깝습니다. 미군들에게 그들은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다시 소말리아를 만난 것은 우리나라 배를 납치한 소말리아 해적들을 통해서입니다. 화가 났습니다.
21세기 최첨단 시대에 총칼 들고 해적질이라니! 그리고 몇 백억씩 되는 몸값을 보고는 더욱 화가 치밀었습니다.
‘멀쩡하게 젊은 놈들이 일해서 먹고 살 생각은 하지 않고... 저런 놈들은 특수부대를 보내서 싹 쓸어버려야해!!’ 혼자 속으로 되뇌며 분을 삭였습니다.
차마 신부인 처지라 겉으로 드러내 놓고 이야기하지는 못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후 세상을 떠들썩하게 한 해적 진압작전.
나는 속이 시원했습니다. ‘옳다구나, 그래 한번 제대로 혼을 내주어야 한국 배는 쳐다 도 안보지!’
  그런데 체포되어온 해적들이 부산해양경찰서 유치장에서 한국 음식을 맛나게 한 그릇 뚝딱하고 “한국 음식 굿, 굿”이라고 하며, 한 번도 뒤척이지 않을 정도로 잘 잤다는 뉴스를 보며 저는 눈물이 났습니다.
함께 동고동락하던 8명의 동료가 총에 맞아 죽고, 낯설고 물 설은 머나먼 이국땅에 죄인의 몸으로 잡혀온 이들이 어떻게 저렇게 밝은 모습을 보일 수가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분노했지만, 저는 눈물이 났습니다.
소말리아의 삶이 어떠했기에 해적이 되었으며, 소말리아의 삶이 얼마나 불안했기에, 차라리 죄인의 몸이라도 한 끼 배부른 식사와 안전한 잠자리에 숙면을 취할 수 있었을까?
저는 인터넷 이곳저곳을 돌며 소말리아를 읽었습니다. 아프리카 북동부에 위치, 인구 약1000만 명, 1960년 독립한 공화국, 평균수명 49세의 이슬람 국가, 1인당 GDP600$의 최빈국. 20년간 계속 되어온 내전으로 피폐해진 나라 소말리아.
늘 귓등으로만 듣던 이름 소말리아. 버려진 땅, 버려진 세상, 희망을 잃어버린 사람들. 저는 더 이상 소말리아를 욕할 수가 없었습니다.
내가 오늘 먹다 버린 음식 한 조각마저 구할 수 없는 그들에게 도덕과 윤리를 설교할 염치가 없었습니다.

  올겨울은 유난히 추웠습니다. 복지관 마당에서 뛰어 노는 공부방 아이들의 소리를 듣습니다.
반쯤은 욕설이고 반쯤은 고함입니다. 이 아이들은 늘 분노에 차 있습니다.
집에서, 학교에서, 길에서 어디에서건 이 아이들을 만납니다. 가난한 집 아이들을 바라보는 동정어린 차가운 시선을.
차가운 시선 속에 자란 아이들은 차가운 마음으로 세상과 사람을 대하게 됩니다.
소말리아도 우리 아이들도 따뜻한 겨울을 기다립니다.  
<빛두레, 200?>
언제적이었던가요. 우리의 자랑스러운 청해부대가 소말리아 해적을 소탕하고 선원들을 구했다는 기쁜 소식을 들었을 때가,
그날 작전에서 큰 부상을 입었던 선장님을 우리 의료진이 정성을 다해 살려 내었다는 소식도 있었구요.
벌써 시간이 훌쩍 지나버렸네요.
유니세프, 시리아난민구호 단체, 북녁 어린이 돕기 평화 삼천...  
이곳 저곳 적은 돈이지만 기부를 해오다가 올해부터 정리를 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다시 시작할까 고민도 합니다.
그러나 아직 우리나라 아이들 먹이는 곳은 잘 후원하고 있습니다.
소말리아 아이들과 늘 분노에 찬 우리 아이들이 조금 더 희망을 가질 수 있도록 기도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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