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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본당 주임신부님
2016.03.22 14:27

수녀님 왜냐면요

(*.193.111.77) 조회 수 487 추천 수 3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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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녀님 왜냐면요”

  “신부님, 남석근이가 죽었습니다”
“. . . 예.... 석근씨가요... 언제...”
“어제 밤에 죽었습니다. 신부님께는 꼭 연락을 드리라고 해서...”
“아, 예... 그렇군요...”
“그리고 신부님, 말씀드리기가 뭣하지만, 장례를 치르려니... 돈이 좀...”

  늘 함께 했지만 서로를 경계했던 ‘두 거지’, 남석근과 심종덕(가명).
심종덕이 남석근의 죽음을 전화로 알려 왔습니다.
거지라고는 하지만 얼굴을 익힌 햇수가 9년이니 정이 없다고는 못할 사이였습니다.
그가 누구이든 죽음이 좋을 리가 있겠습니까.
  보름쯤 지난 늦은 오후,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보니 죽었다던 남석근씨가 빙긋이 웃으며 서있었습니다.
놀라기도 하고 하도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으며 물었습니다.
“석근씨 안 죽었어요?!”
“예, 죽다뇨? 누가요?” 눈이 휘둥그래지며 되묻는 석근씨에게 말했습니다.
“종덕씨가 석근씨 죽었다고 장례비 받아먹었는데, 몰랐어요? 죽었다 살아나면 오래 산다는데, 석근씨 축하해요.”
석근씨는 싫지 않은 표정으로 투덜대었습니다.
  
  같이 일하던 수녀님이 거지에게 왜 그렇게 잘 해주느냐고 물었습니다.
왜 그러냐구요?
“선친께서 10살 되던 해에, 아버지(제겐 할아버지)를 여의시고 살길이 막막해 만주로 갈까하고 길을 나섰다가
해방이 되어 지금의 마산에 주저 앉으셨답니다.
생면부지의 마산에서 어머니(제겐 할머니)가 날품을 팔아 겨우 입에 풀칠을 하며, 동네 헛간에 몸을 누일 때였답니다.
어머니께서 몹시 아파 여러 날 일을 나가지 못하게 되셨답니다. 먹을 것은 진작에 떨어지고...
몸져누우셨던 어머니께서 선친을 부르시고는 바가지를 손에 쥐어주시며 밥을 얻어오라고 하셨답니다.
배고픔에 남의 집 앞에 섰지만,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답니다.
그때 아주머니 한 분이 한눈에 사정을 알아차리셨는지 말없이 보리밥 한 덩이를 담아주시더랍니다.
그리고 그 해 결국 누이 ‘봉순이(고모)’는 선친 등에 업혀 부황이 들어 죽었답니다.”
제가 스물 몇 살 때 선친께 들은 이야기입니다. 선친께서 제 앞에서 처음으로 눈물을 보이신 날이기도 합니다.

  오늘도 거리에는 수많은 정신적․물질적 거지들이 떠돌고 있습니다.
배가 고파서, 사랑이 고파서 떠도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말없이 동전 한 닢, 따스한 눈길 한번 주어야겠습니다.
수녀님 대답이 되었습니까?    
<좋은 생각, 2003년 11월>

벌써 십삼년이나 지났네요.
제가 사목하던 본당 수녀님께서 왜 거지에게 자꾸 돈을 줘서 나쁜 버릇 들이냐고 핀잔 주시길래 들려준 이야기 입니다.  
사순이 지나고 있습니다. 좀 더 주위를 돌아볼 너그러움 마음의 은총을 주님께 기도 드립니다.




 

  • ?
    옥포성당 세례자요한 2016.03.23 21:32 (*.176.92.10)
    우리 신부님의 거지사랑이
    참으로 거룩함으로 다가오네요.
    신부님의 거지사랑의 거룩한 모습을
    우리들 모두 그리스도인들은 본받아 실천하여야 되겠어요.
    주임신부님의 칼럼에 자꾸만 빠져들어가는 이 마음~~~
    신부님 감사합니다.
  • ?
    신프란치스코 2016.04.03 09:43 (*.96.92.127)
    저는 아직 부끄러움이 앞섭니다^^
    신부님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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