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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본당 주임신부님
2016.04.05 20:20

길을 묻다

(*.193.111.77) 조회 수 503 추천 수 3 댓글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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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길을 묻다”

  1777년 개혁군주라 불리는 정조 원년, 조선은 영조의 뒤를 이은 정조대왕의 치세로 중흥 기가 시작되었습니다.
그러나 정조에게 주어진 24년여의 시간은 짧기만 했습니다.
조선의 어두운 미래를 예감케 하는 듯 세계사는 요동치고 있었습니다.
중국은 건륭제 초기 집권의 번성기를 지나 점점 쇠락의 길로 접어들었고, 영국은 산업혁명이 진행 중이었으며,
프랑스는 대혁명의 기운이 무르익어 갈 때입니다.
또한 신생국 미국의 독립 선언과 전쟁으로 세계사는 말 그대로 격동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고 있었습니다.
  그해 겨울, 경기도 여주군에 위치한 “주어사”에 젊은 선비들이 하나 둘 모여 듭니다.
먼 길을 오느라 행색은 초라했지만 눈빛은 형형하였습니다.
‘격동의 시기에 우리는 무엇을 하여야하는가?’하는 고민은 시대와 장소를 뛰어 넘어 모든 지식인들이 가지는 주제입니다.
인류사를 관통하는 진리를 찾기 위해 먼 길을 달려온 열정의 선비들은 정약전, 김원성, 권상학, 이총억 등
남인 소장학자들과 이벽이었습니다.
그들은 몇날 며칠 밤잠을 아껴가며, 여럿이 모여 공통된 주제를 놓고 서로 질문하고 대답하며 토론하는 학문연구의
한 방법인 “강학”을 하였습니다.
강학 내용은 주로 그 시대의 주류인 유교적인 것이었으나 ‘한역서학서’를 통한 천주교 교리의 연구도 이루어집니다.
이후 “천진암” 등에서 이와 유사한 내용의 강학이 계속되어 권철신, 정약전, 이벽 등은 천주교 신앙운동을 일으키게 되었고,
그 결과 1784년 이승훈이 북경에서 세례를 받고 귀국하여 한국 천주교회의 기원을 이루게 됩니다.
선교사 없이 스스로 신앙을 받아들인, 세계 교회사에 유일한 한국천주교회사가 시작 됩니다.  

  한국 가톨릭은 격동의 시대를 열어줄 새로운 빛을 찾던 이들에게서 시작 됩니다.
이 시대 가톨릭 교리는 세상을 바꾸는 혁명보다 무서운 새로운 사상이었습니다.
실제로 윤지충(바오로, 복자)은 신주를 불사르고, 모친상을 당하자 어머니의 유언대로 유교식 상장의 예를 쓰지 않고
조문을 받지 않았으며, 로마 가톨릭 예식으로 장례를 치릅니다.
국가의 근간이 되는 유교식 관혼상제의 나라에서 이것을 거부한다는 것은 목숨을 거는 것이며,
국가 체제 자체를 전복하려는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결국 윤지충은 순교하게 됩니다.
그 후 가톨릭은 근 100여 년간 박해를 받으며 1만 여명의 순교자를 봉헌합니다.
스스로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한국천주교의 시작은 혁명보다 무서운 세상을 뒤엎는 혁명적 사건이었습니다.

  지금 한국가톨릭의 모습은 어떠합니까? 갈길 잃은 세상의 사람들에게 새로운 길을 보여 주고 있습니까?
아니면 가톨릭 스스로도 길을 찾지 못하고 헤매고 있지 않습니까?
예수께서 “나는 길이요 진리요 생명이다. 나를 통하지 않고서는 아무도 아버지께 갈 수 없다.”(요한14,6)고 하십니다.
그러나 우리는 돈과 권력과 알량한 지식을 길 삼아 하느님께 갈 수 있다고 착각하고 있지 않습니까?
스스로의 권위에 도취 되어서.

(2015년 경남도민일보 종교인칼럼)
우리는 늘 길을 물어야합니다.
올바른 길, 하느님께로 가는길, 진리의 길을 물어야합니다.
나 자신에게 묻습니다.
똑 바로 하느님께 직진하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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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포성당 세례자요한 2016.04.08 22:06 (*.176.92.10)
    하나도 놓치고 싶지 않은 우리 주임신부님의 칼럼방 내용들...
    우리나라 천주교의 태동과 초대교회 신앙선조들의 박해시대 역사를
    잘 알려주셨네요 감사합니다.

    "우리는 늘 길을 물어야합니다.
    올바른 길, 하느님께로 가는길, 진리의 길을 물어야합니다.
    나 자신에게 묻습니다.
    똑 바로 하느님께 직진하고 있는가? "

    하느님 백성으로 사는동안 매일이 삶속에서
    항상 묵상해야할 내용이네요.
    오늘도 신부님의 칼럼내용 가슴에 담았어요 신부님...
  • ?
    옥포성당 세례자요한 2016.04.08 22:19 (*.176.92.10)
    우리 주임신부님께서 사제서품 받으신지
    몇해되지도 않으셨는데 이런 칼럼을 교구보에 올려주신걸보니
    그동안 쓰신 칼럼이 몇권의 책은 될것 같은데요
    지금처럼 일주일에 한번씩 올려주시면 몇해의 세월이 흘러야 할지 모르겠어요^^
    요한이도 오늘반 남식이처럼 꿈에서 천국구경한번 해보고 싶어지네요.
    아마 남식이보다 훨씬 못하게 쌓아놓은 보화때문에 얼어죽을지도 몰라요~~~
  • ?
    옥포성당 세례자요한 2016.04.08 22:23 (*.176.92.10)
    프란체스카 자매님께서 보내오시면서
    신부님의 칼럼내용 하늘나라 보화의 천국구경과
    교구보 맨아래
    "말씀은 내게 하느님을 드러내나, 침묵은 하느님을 사랑하게 한다." 라는 것을
    무척 강조해 주시면서 보내주셨답니다.
    좋은내용 보내주신 프란체스카 자매님께 감사드립니다.
  • ?
    여운숙(마리아) 2016.04.09 12:05 (*.92.255.174)
    와~~~ 프카 언니 대단해요
    어떻게 이 자료를 뽑았는지...
    역사는 흐른다~

    보석상자에서 어느 독자를 만날 까
    기다리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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