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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 본당 주임신부님
(*.193.111.77) 조회 수 642 추천 수 2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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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멍개에 관한 짧은 보고서"

태생적 비밀을 지닌 한 개가 있었으니,
그 ‘견 공’(짧은 삶의 흔적에 비하여 파란만장한 삶에 비추어 도대체 “공”이라한다)을 나는 감히 멍개라 부르겠다.
멍개의 어머니는 ‘달’이라 불리는,
동네에서 인기 좋은 토종 ‘변견’ 암캐였다.
‘달’의 주변에는 무엇인가 이루어 보려고 호시탐탐 노리는  
숫 컷들이 맴 돌았고,
‘달’의 합법적 남편 인 ‘해’는 불안에 싸여 옆 눈질로 주위를 살피는 것이 거의 주된 일이었다.
어느 날 불안은 현실이 되어 ‘해’를
자살 충동으로까지 몰고 가는 일이 벌어 졌으니.
주인도 이름도 알 수 없는, 한 부랑견이
‘해’와 ‘달’의 살림집을 차지하고 들어앉은 것이다.
그날부터 ‘해’는 집 주위를 맴도는 불쌍한 신세가 되었다.
평화 가정을 파괴한 원수 놈 부랑견을
흠씬 두들겨 패 쫒아 내고 싶은 마음이야 굴뚝같았지만,
험상궂은 인상에 가끔 드러내는 송곳니가 등골을 오싹하게 만드는,
세상천지 더 잃을 것도 두려울 것도 없는 놈이었다.            
미칠 듯한 분노에 치를 떨며 울어대는
‘해’의 울음소리는 동네 개들의 심금을 울렸다.

부랑견은 오래 머물 수 없는 법,
해무 자욱하여 한 치 앞도 볼 수 없는 새벽,
역마살에 몸을 편히 누이지 못한 부랑견은 안개를 핑계로
홀연히 애견 ‘달’을 버리고 떠나버렸다.
상심한 ‘달’은 며칠을 앓아누웠으나
산개는 또 그렇게 살아야하듯 떠난 것에 마음을 거두어들여
정신을 차리고 일상으로 돌아 왔다.
‘해’ 또한 잊은 듯 가슴 한 구석에 묻어 버렸다.
‘해’로서는 이런 행복이라도 주어진 것이 다행이라 여겼다.
다시는 그 부랑견이 나타나지 않기를
바라며 지내는 하루하루가 ‘해’에게는
깨어질 것 같은 오월 한낮의 맑고 투명한 햇살 같았다.
동네의 개들도 평온한 듯 보이지만 독이
오른 ‘해’의 눈치를 보며 성당 마당에 잘 나타나지를 않았다.
그저 멀리서 ‘달’을 훔쳐보며 가슴을 쓸어내리기만 하였다.  

불행의 씨가 뿌려지면 (참말 불행하게도)싹을 틔우는 법.
‘달’이 새끼를 낳았던 것이다.
유난히 부랑견을 닮은 한 마리의 강아지.
‘해’는 온 몸이 불타는 질투심을 느꼈고,
‘달’은 모른 척 그 새끼를 유난히 귀여워하였다.
운명의 장난인가, 신의 복수인가.
아니면 질투심에 눈이 멀어버린 ‘해’의 음모인가?
늘 ‘달’에게 흑심을 품고 있던 옆집의 덩치
큰 똥개(행우지가 나쁘므로 변견이라 칭하지 아니함)가 ‘달’을 덮쳤고,
‘달’은 반항 하다가 날카로운 송곳니에 깊숙이 물리게 되었다.
그 처참한 광경에 새끼들은 이리저리
날뛰며 의붓아버지 ‘해’를 애타게 찾으며 낑낑대었고,
 얼굴 한번 내밀지 않던 무심한 성당 집 주인조차 보이지 않던 그 밤!
(성당 집 주인은 어디 술집에서 혀가 꼬부라져 흰소리나 하고 있었겠지!)
역사래 가장 처참하다하여도 모자라지 않을 이 밤,
‘해’는 어디를 갔는지 아니면 자리를 피해 버렸는지 끝내 보이지 않았다.
그 처참한 사건을 뒤늦게 인지한 수녀가 나섰지만 ‘달’은 이미  
떠나버린 마지막 사랑을 죽음으로 지키고 말았던 것이다.

새끼들은 뿔뿔이 흩어져 입견 되었다.
어미 없는 강아지에게 애비는 오히려 적이었는지도 모르는 일...
불행은 연이어 덮쳐오는가(역사의 많은 순간에 나는 그렇게 보아왔다).
‘달’대신 남은 한 마리의 개가 있었으니
그 ‘견’이 바로 오늘 이야기를 만들어낸 주인공 ‘멍개’였다.
주인 수녀는 ‘멍개’가 불쌍하다하여 남의 집에 주지 않았던 것이다.
시간은 그 숱한 것들을 녹여 없애버리는 법.
‘달’의 불행한 사건 또한 서서히 잊혀져갔다.

‘해’는 ‘멍개’를 바라볼 때마다 두 눈을 담배 불로 지지는 듯한 질투와 분노가 온몸을 휘감는 것을 느꼈다.
그러나 ‘애․증’은 동전의 양면처럼 뗄 수 없는 것,
‘달’에 대한 기억 때문인가.
맑은 하늘에 비가 흩뿌리는 날이면, ‘해’는 ‘멍개’를 걱정하는 눈빛으로 바라보기도하였다.
모두가 ‘달’의 불행을 잊어가고 있었지만
유난히 ‘달’의 사랑을 받았던 ‘멍개’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자기 안으로만 숨어들었고 사람들을 피해 다녔다.
오직 주인 수녀만을 따랐으며
가끔 불쌍하다고 멸치를 던져주는 성당 집 주인 신부를
멍청한 눈으로 바라보기도하였다.
무엇이든 한 곳에 영원히 머무를 수는 없는 것.
‘변견’일지라도 사랑하고 돌보아주던 수녀가 떠나게 되자
새로 부임한 수녀의 취향에 따라 ‘멍개’는 ‘해’와 함께 어디론가
쫓겨 갔고 이야기는 끝나는 듯이 보였다.

어느 날 밤,
시골 성당의 고요함을 찢는 통곡 소리가 있어
성당 마당으로 나서니 ‘멍개’의 애달게 짓는 소리였다.
‘달’을 쏙 빼닮은 ‘멍개’가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쫓겨 간 집에서 탈출 한 것이다.
이때부터 신부의 보호아래 새로운 수녀가 키웠고 ‘멍개’도
자신의 멍청함을 털어버리며 불행했던
과거를 잊고 더 나은 견생을 위하여
오늘도 끊임없이 재활의 의지를
불태우고 있다.

끝...이라고 여긴 순간.
이야기는 다시 시작되고
그로부터 2년 뒤
새 삶의 의지로 거듭나 자유롭게 길에서 뛰어 놀던 ‘멍개’는
미처 개를 보지 못하고 달려오는 1톤 트럭의 뒷바퀴에 끼여 죽게 되니,
불행한 시작은 결국 불행으로만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것인가?
‘견생유전’인가, 애달다 어이하리!

<에필로그>
이 이야기는 사실을 바탕으로 재구성한 것임.
‘멍개’는 멍청한 개의 줄임.
사건이 있던 그날 밤 성당 집 주인 신부는 필자의 추측대로 술집에 있었던 정황증거가 발견되었음.  
‘멍개’의 죽음에 대하여, 새 주인 수녀가 차 쪽으로 ‘멍개’를 밀었다는
일부 주장도 있으나 밝히기 어려움.
‘해’는 그 뒤 극심한 자기 정체성의 혼란과 자기 연민 또는 ‘달’에 대한 그리움과 미안함 때문에 식음을 전폐하고
어디론가 사라진 후 아무도 그를 본적이 없다 함(누군가 마산 모처의 개장수 오토바이에 실려 있는 것을 보았다고도 함).

<오래전 마산교구 가톨릭 문우회에서 발행하는 책에 실었던 글>
사제 연례 피정 때문에 일찍 올립니다.
피정 다녀와서 뵙겠습니다.
건강하세요^^  
  

 

  • ?
    옥포성당 세례자요한 2016.05.10 09:11 (*.176.92.10)
    내용이 이해하기가 넘 어려워요 신부님~~~
    이번주 칼럼내용은 한번 더 읽어보아도 잘 모르겠어요
    예수님께서 비유로 말씀하실때 제자들이 이해를 못하듯이
    성경속의 예수님과 제자들의 그시대가 떠오르고요.
    신부님, 지금 피정중이시겠네요.
    거룩한 피정 잘 마치시고 오시면 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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